“항공업계 독과점 끝나 필수공익사업 지정 해제할 때”

국적항공사 2개→8개, 양대항공사 여객수송율 62%→45%, 대체수단 다양… “항공사 파업, 일상 불편 줄 정도”

2018-07-12 12:07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의 ‘오너 일가 퇴진 운동’으로 항공사 필수공익사업 지정 폐지 요구가 거세지면서, 항공운송업계 독과점 해소를 고려해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발간한 ‘항공운송사업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 제도 적용실태와 문제점 및 대안’(강경모 외 3인, 2017) 보고서는 양대 항공사가 과점했던 국내 항공운송 시장이 이미 다자간 경쟁체제로 변했다며 필수공익사업에서 항공운송업을 제외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세무조사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민중의소리

현행 노조법은 항공운수업을 ‘필수유지업무’로 정한다. 필수유지업무는 “업무가 정지·폐지될 때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다. 수도·전기·가스·의료사업 등이 포함된다. 노조법에 따르면 업무가 최소한으로 유지·운영되도록 업무유지 직무나 인원 등을 노사 협정으로 정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파업은 불법이 된다.

노동계는 이 조항이 노조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킨다고 비판해왔다. 회사나 노동위원회가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해석해 파업권을 제한한 예가 적지 않다. 항공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업무유지율이 약 80%인 대한항공 조종사는 지난 2016년 파업 때 총 2314명 중 482명만이 파업 가능 인원이었다. 업무유지율이 77.5% 가량인 승무원은 전체 6000여 명 중 4650여 명이 파업에 아예 참여할 수 없다.

보고서는 시장점유율 1위인 대한항공 직원이 파업해도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순 있지만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항공산업의 독과점 체제 해소 때문이다. 2006년 이전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사 두 곳이 항공시장을 지배했으나 2017년 국내 국적항공사는 9개로 늘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새로 설립됐다. 국내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도 49개에서 84개로 늘었다.

▲ 국제선 항공사별 여객수송 분담율 추이(왼쪽) 국내선 여객수송 분담율 추이 도표. 사진=보고서 인용

양대 항공사가 국제선 이용 승객을 수송하는 비중도 10년 전부터 꾸준히 줄었다. 2016년 대한항공 수송분담율은 26%다. 대한항공은 2005년엔 38.95%를 차지했으나 2014년 29.24%를 보이며 최초 30% 이하로 떨어졌고 2016년엔 26.08%였다. 아시아나항공은 2005년 23.22%에서 2016년 18.99%로 감소했다. 국내 메이져 항공사 두 곳의 승객 점유률을 합쳐도 50%가 안 된다. 반면 저가항공사는 2008년 0.03%에서 2016년 19.59%로 늘었다.

10년 간 국내선 승객 수송 비중 감소는 더 크다. 대한항공 수송분담율은 ‘65.43%(2003년)→57.78%(2008)→25.57%(2016)’ 감소 추이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32.5%였으나 2016년 17.61%까지 떨어졌다. 반면 2016년 저가항공사 수송분담율을 모두 합치면 56.82%다. 이 중 제주항공이 14.66%, 진에어가 12.73%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화물 운송도 파업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거라 분석했다. 국제 화물은 선박이 99.71%(2015년 기준)를, 항공기가 0.29%를 운송한다. 항공기의 국내 화물 수송 분담율은 0.02%다. 항공사 간 점유율을 보면, 대한항공이 43%(2015년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23%, 저비용항공사가 3.4%, 외국항공사가 30.5%다.

두 항공사에서 파업이 일어나도 대체수단이 충분하다. 단적인 예로 항공기 평균 화물 적재율은 70% 가량이다. 한 항공사에서 파업이 일어나도 다른 항공사가 물동량을 충분히 대체수송할 수 있다. 항공업계가 항공자유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온 결과 국제 노선망은 1998년 184개에서 2015년 342개로, 국내 취항 외국항공사 노선은 70개에서 248개로 크게 증가해 다양한 경유노선이 있다.

▲ 국내·외 교통수단별 여객, 화물 수송 분담율 추이. 사진=보고서 인용

국내 여객·화물도 KTX·SRT 등 고속철도, 육로 수송 등 다양해졌다. 고속철도 여객 수송실적은 2007년 3728만4천명에서 2016년 6460만3천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보고서는“이 현황만 감안해도 내륙 항공 운송은 필수유지 필요성이 전혀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토교통부는 ‘일시적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임시증편도 허용한다. 파업 등의 이유로 특정 항공사 수송량이 줄어도 국토부가 나머지 항공사에 임시증편을 요구해 수송량을 커버할 수 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전세기 차용 등 추가 대체수단이 있고 △항공운송 네트워크 통해 다양한 경유노선으로 대체할 수 있고 △파업 예고 기간 동안 수송 계획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항공사의 파업이 “당장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만큼 신체, 건강,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할 수 없다”며 “현행 항공운송사업의 필수공익사업 지정(노조법 72조2항1호) 및 필수유지업무 지정(노조법 시행령 22조의2)과 같은 쟁의행위 제한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