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수명연장 위법, 이은철 책임느껴야”

[인터뷰] 수명연장 반대했던 김익중 전 원안위원
“책임은커녕 탈원전 비난? 법에 대한 도전”
이은철 전 위원장 “판결 인정못해, 책임질 것”

2018-07-13 22:57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한 이은철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법원은 반대로 수명연장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때문에 위법한 결정을 강행한 이 전 위원장이 할 말이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은철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 9일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대선 후보로서 ‘탈원전’ 공약을 냈지만, 대통령이 된 마당에 제발 현실을 바로 보고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탈원전의 결과는 4~5년 늦게 나타나고 그때쯤에는 회복하기가 늦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난 뒤에 벌어질 혼란에 대해서는 책임을 안 지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인터뷰 기사에서 “전문가들 관점에서는 월성 1호기를 폐쇄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15년 2월27일 원안위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의결했던 책임자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7일 수명연장 결정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수명연장 결정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취소 사유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결없이 사무처 과장 전결로 월성 1호기의 설비교체를 승인해 위법하며 △자격없는 위원들이 참여한 의결도 위법하고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한 안전성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수명연장 결정할 당시 반대의견을 내고 퇴장한 원안위원이었던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이은철 전 위원장의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를 두고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이 불법이었다는 판결에 이 위원장이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그런데 신문에다 그런 입장을 내는 것은 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김익중 교수는 “문 대통령이 공약사항을 지키려는데 이를 지키지 말라는 것은 무리할 뿐 아니라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익중 “위법한 수명연장 결정한 원안위원장 무거운 책임 느껴야”

특히 법원이 제시한 근거들은 이미 3년 여 전 수명연장 결정 강행때도 제기됐던 문제였고 위원들도 다 알고 있었다. 김익중 교수는 “법원이 판단한 불법사항 가운데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건 제가 원안위원일 때 수명연장에 반대했던 이유였다. 최신기술기준에 적용되는 안전설비가 보강되지 않은채 월성 1호기가 운영되는데도 그대로 결정하니 반대했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는 캐나다가 개발한 이른바 ‘캔두형 원자로’(길쭉한 형태의 압력관)를 사용한다. 원자력안전법 38조 2항에는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하여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월성 1호기 수출국인 캐나다의 규제기관은 이 같은 원전에 R-7(격납건물 계통 요건), R-8(정지계통 요건), R-9(비상 노심 냉각계통 요건)이라는 규정을 적용한다. 월성 1호기엔 적용하지 않았지만, 월성 2~4호기부터는 이 규정을 기술기준으로 적용했다. 따라서 캐나다의 R-7 등이 월성 1호기에 대한 최신 기술기준이다. 안전성평가도 이를 적용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원안위는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심사하면서 R-7 등을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안위가 R-7 등을 적용하면 월성1호기의 안전성평가결과가 어떠한지 심의도 하지 않았다며 원자력안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13년 10월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익중 교수는 “최신기술기준은 시간이 갈수록 전세계적으로 강화돼 왔다. 월성 1호기 보다 2호기를 지을 때 안전기준이 강화됐다. 안전설비가 2~4호기에는 많이 보완됐으나 1호기는 보완이 안된채 운영됐다. 그래서 수명연장시 최신기술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안전설비를 더 보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채 결정하려니 반대했다. 명백히 위법했다. 끝까지 반대했지만 제 의견은 당시 소수의견이었다. 법원이 그런 과정을 불법이라고 인정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신기술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는 원자로 건물의 파이프의 밸브를 이중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월성 1호기엔 이중으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판결 내용엔 재판부가 이은철 위원장의 자격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판단도 있다. 재판부는 이 위원장이 지난 2012년 12월 한수원이 설치한 ‘원자력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회의에 참가해 발표한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원안위원이었던 조성경씨에게도 재판부는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한수원 소속 부지선정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돼 신규원전 설치할 부지 선정 및 평가활동을 했다. 조 위원은 2012년 12월엔 한수원 소속 사업자지원사업 본사심의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원자력안전위원법 10조 1항 5호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던 사람’에 해당돼 결격사유로 당연 퇴직해야 하는 위원이었는데 의결에 참여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은철 전 원자력안전위원장 “판결 인정못해, 확정되면 책임질 것”

반면 이은철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1심 법원이 잘못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법원이 잘못알고 판단했다. 캐나다 규정과 우리 규정이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가 캐나다를 많이 따르지만, 나중에 개정된 것까지 전부 따라간다는 것은 아니다. 두 나라의 특성이 다르다. 그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최신기술기준 R-7 등을 위반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적어도 R-7의 철학은 지켰다. 법원이 원자력안전법 자체를 잘 모르고 판결한 것 같다”고 했다.

▲ 지난 2015년 4월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이은철 위원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원회 의결없이 설비교체를 하고, 위원 자격이 없는 위원이 의결했다는 법원 판결에 이 전 위원장은 “두가지 절차의 잘못은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위원장은 “과거의 행위를 보니 위원 자격이 없었다며 위원회 결정이 잘못됐다는 건 정치적 판단이다. 위원 구성이 잘못됐으면 위원회 자체에 브레이크를 걸면 되지 이미 결정한 사안을 자격을 문제삼아 소급해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트집을 잡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한수원 정책자문위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비도 받은 것을 시인했다. 그는 “내가 회의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다. 그 전에 참석한 적은 없다. 당시는 원전 부품비리가 터지고 얼마 안됐을 때 한수원이 체질을 개선해야겠다고 초청해서 갔다. 가서 ‘지금까지 하던대로 해서는 안 된다, 체질개선이 절대 필요하다’고 하고 나왔다. 이게 사업자의 사업에 관여한 것이라 할 수 있나”라고 항변했다.

위법한 결정의 책임을 묻자 이 전 위원장은 “내가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했으면 처벌하면 된다. 당연히 책임질 것이다.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내가 져야할 수밖에 없다.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는다. 1심 판결을 나는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결정 당시 외부압력 여부에 이 전 위원장은 “내가 외부에 압력받을 사람도 아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의를 40여 시간이나 했겠느냐. 양측에서 빨리하라, 더 논의하라는 얘기는 수없이 들었다. 전화도 많이 받았다. 압력 받았다는 건 나를 모욕하는 얘기”라고 답했다.

▲ 조선일보 2018년 7월9일자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