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통위, 종편-홈쇼핑 연계판매 부실조사하고 눈 감았다

종편-홈쇼핑 연계편성 대거 적발하고 방송법 위반 없다며 ‘종결’, 미디어렙법 위반 소지 높지만 미디어렙 조사조차 안 해

2018-07-17 18:22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이 홈쇼핑 제품 판매를 위한 광고상품으로 전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에서 특정제품을 홍보한 직후 해당 제품을 홈쇼핑에 편성해 판매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고도 법적 문제가 없다며 ‘종결’처리했다. 3년 전 3기 방통위는 이런 행위가 미디어렙법 위반이라며 제재했지만 4기 방통위 시장조사과는 과거 제재한 사례가 있는지도 몰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종편PP-홈쇼핑 연계편성 TV 현황 분석 및 검토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국 방송시장조사과는 지난 1~3월 실태점검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이 홈쇼핑과 연계해 제품을 판매하는 ‘연계편성’ 행위를 적발했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MBN ‘천기누설 스페셜’에서 티벳 비타민나무 열매가루의 효능을 설명한 직후 홈쇼핑에서 동일하게 물에 타 먹는 장면을 시연했다. TV조선 ‘내몸플러스’의 경우 프리바이오틱스가 비피더스균을 15개 증가시킨다는 내용을 방송한 직후 홈쇼핑에 같은 내용이 나왔다.

방통위 조사결과 이런 행위는 비일비재했다. 조사대상 방송기간 40일 동안 종편 4사 26개 프로그램에서 110개의 제품을 내보냈으며 홈쇼핑을 연계편성했다. MBN이 38회로 가장 많았고 TV조선 33회, 채널A 30회, JTBC 9회순이었다. 프로그램별로는 MBN ‘천기누설 스페셜’, 채널A ‘나는 몸신이다’가 각각 15회 연계편성을 했고 TV조선 ‘내몸 플러스’(12회), TV조선 ‘내몸 사용설명서’(11회), 채널A ‘닥터지바고’(9회) 순으로 나타났다.

▲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국 방송시장조사과의 종편-홈쇼핑 연계판매 실태점검 조사 보고서.

방통위는 “종편에서 섭취방법, 효능, 특장점을 소개하는 방식과 TV홈쇼핑에서 상품판매를 위한 홍보 시연장면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방송사가 협찬을 하고도 협찬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방송프로그램이 몸에 좋다고 한 제품이 홈쇼핑에 팔기 위해 돈을 받고 기획된 것이라는 내용을 모른 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홈쇼핑을 위해 방송을 기획하거나 편성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는 정황도 드러났다. 연계편성 프로그램 가운데 ‘특집다큐’ ‘특별기획’ 형태의 프로그램이 MBN 7개, 채널A 6개였다. 기존 방송 내용을 재편집해 내보내거나 상당한 시일이 지났는데도 재방송 편성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이런 문제를 확인하고도 조사를 ‘종결’했다. 종편이 제작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기업에게 강요하지 않아 방송법상 위반행위가 없다고 판단한 거다. 

그러나 방통위는 정작 중요한 미디어렙법 위반 소지는 검토하지 않았다. 검토는커녕 미디어렙 대상 조사도 안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MBN미디어렙 영업일지가 공개돼 MBN이 홈쇼핑 연계편성 과정에서 방송 편성을 조정했다는 사실이 3건 드러나자 방통위는 미디어렙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미디어렙은 광고가 방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만든 광고대행사를 말한다.

방통위가 파악한 것처럼 상당한 시일이 지난 시점에서 프로그램을 재방송한 경우는 홈쇼핑에 맞춰 방송을 편성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광고가 편성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미디어렙법 위반 소지가 크다. 

▲ 2015년 9월16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 당시 방통위는 MBN의 홈쇼핑 연계판매가 미디어렙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과태료까지 부과했다. 그러나 4기 방통위는 미디어렙법 위반 여부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조사를 종결했다.

올해 방통위는 MBN의 연계편성 3건만 적발한 3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연계편성 행위를 찾아냈지만 미디어렙법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엉뚱한 결론을 냈다. 이런 지적에 방송시장조사과 관계자는 “방송법상 강제 여부 등만 조사했고 미디어렙과 관련한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MBN미디어렙이 홈쇼핑 연계편성으로 처벌받은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홈쇼핑 납품업체가 침묵했음에도 보완 없이 방송법 상 강제행위가 없다고 결론 낸 점도 의문스럽다. 조사대상인 납품업체 29개사 가운데 9개사만 설문에 응하고 심층 인터뷰에는 2개사만 응했다. 방송시장조사과 관계자는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내부에서는 조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을인 이들이 종편과 홈쇼핑을 고발할 가능성이 낮고 대다수 업체가 침묵한 상황에서 ‘위법행위가 없었다’고 종결처리한 점 역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종결처리와 별개로 제도개선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방송기반총괄과 관계자는 “종결처리는 방송시장조사과에서 조사내용만 두고 한 것이고, 방통위 차원에서는 조만간 위원들에게 조사결과와 협찬제도, 심의 개선방안 등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 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방송기반총괄과 관계자는 “제도개선을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MBN영업일지 논란 이후 예상보다 많은 사례가 적발됐다면 조사 후 어떻게 대책을 세울지 논의해야 하는데 오히려 손을 놓아버렸다”며 비판한 뒤 “방통위가 시청자 입장이 아닌 사업자 입장만 보고 있다. 전체 방송이 광고가 되는 것을 방통위가 방치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