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적은 MBC다

[해설] 최승호 신임 사장 취임 이후 고난의 7개월…최승호 경영진의 불안요소는

2018-07-19 10:29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박성제 MBC보도국장의 7월11일자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MBC) 뉴스콘서트 누가 기획 했나요. 폐지한 게 천만다행. (JTBC) 정치부회의가 버티는데 어디 ㅋㅋㅋ MBN 뉴스와이드보다도 별로고 이번에 론칭한 KBS 사사건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프로그램 먼저 복귀한 MBC는 왜 못 만듭니까...(KBS) 저널리즘토크쇼 J 이런 거 하실 생각은 왜 못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실망입니다.”

MBC가 아직 갈 길이 멀다. MBC경영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메인뉴스다. 미디어오늘이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올해 1월~6월까지 6개월간 KBS·MBC·SBS·JTBC 메인뉴스 시청자수를 분석한 결과 MBC ‘뉴스데스크’의 수도권 20-49세 평일 시청자수는 14만4400여명 순으로 KBS·JTBC·SBS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특히 KBS 20-49세 시청자수에 비해선 절반 수준에 그쳤다. 수도권 평일 전 연령대 메인뉴스 시청자수 역시 MBC는 41만1100여명으로 KBS 120만5700여명, SBS 66만8500여명, JTBC 64만3900여명에 뒤쳐졌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연합뉴스
▲ 자료=닐슨코리아. 디자인=이우림 기자.
MBC는 대형 미디어이벤트에서도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박근혜 국정농단 1심 선고 재판 생중계 시청자수(닐슨코리아, 전 연령대 기준)에서 MBC는 MBN에게도 뒤진 5위를 기록했다. 과거 1·2위를 다퉜던 MBC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지표였다. 오전에는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밀리고, 오후에는 JTBC ‘뉴스룸’에 밀리면서 MBC는 과거 오전 시사라디오와 메인뉴스로 이슈를 주도하던 시절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보도국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자 MBC는 7개월 만에 보도국장을 교체했다. 박성제 취재센터장이 보도국장을 맡고, 메인뉴스 앵커가 교체됐다. 보도국 조직도 에디터·팀제 중심으로 개편됐다. 하지만 인사·조직개편이 성과로 연결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타사 기자들 사이에서는 MBC가 뉴스 포맷 변화나 메인뉴스 시간대 이동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취재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적폐청산으로 신뢰도 회복과 함께 제작 자율성 확보에 따른 경쟁력 강화와 시청률 동반 상승을 노렸던 MBC는 뜻하지 않은 실수로 스스로 미끄러졌다. 1월1일 메인뉴스에선 개헌에 대한 시민 인터뷰에 MBC 뉴미디어국 인턴 출신을 등장시켜 취재윤리 위반이란 비판을 받았고 공개사과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월 논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참시’ 사건이 지난 5월 터지며 세월호 참사를 희화화했다는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 더해 MBC미주법인(MBC아메리카)이 김광동 방문진 이사에게 단란주점 접대를 했다는 MBC 감사 결과마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MBC 감사국은 김광동 이사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되는 등 망신을 당했다. 

최승호 경영진의 불안요소

▲ 최승호 MBC사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MBC
지난해 12월8일, 최승호 MBC사장은 첫 출근 날 해고자 복직 노사 공동선언에 나섰다. 해직언론인 전원이 복직했다. 긴 결방을 끝낸 ‘PD수첩’의 첫 아이템은 방송장악이었다. 유배 중이던 한정우 기자가 보도국장을 맡았고, 39일 파업을 주도했던 이근행PD는 시사교양본부장이 됐다. 새 경영진의 캐치프레이즈는 ‘다시, 만나서 좋은 친구’였다.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는 노사 공동 MBC 정상화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내부 적폐청산이었다.

MBC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당시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던 현원섭 기자를 방송제작가이드라인·윤리강령 위반 등으로 5월11일 해고했으며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자로 드러난 최대현 아나운서와 권지호 카메라기자 역시 5월18일 해고됐다. 세월호 유가족 폄훼 보도와 전원구조 오보 보고 묵살 등의 책임자로 지목돼온 박상후 전 MBC 전국부장도 6월26일 해고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권지호 기자가 블랙리스트 관련 검찰 고발 건에 대해 최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를 두고 김재철 체제에서 보도국장을 역임했던 문호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의 무리한 해고를 검찰이 바로잡아줬다. 또 다른 해고자들의 해고무효소송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해고무효소송에서 최승호 경영진의 해고 결정이 무리했다는 법의 판단이 나올 경우 경영진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불안요소다.

불안요소는 또 있다. 최 사장은 지난 1월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MBC 적자 규모가 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콘텐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작예산을 130억 이상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예상 적자규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 1000억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최 사장은 김태호PD에게 휴식을 주는 어려운 결정까지 내렸다. 그렇게 MBC의 상징과 같은 ‘무한도전’이 2월 종영했다. MBC 광고영업에서 ‘무한도전’은 절대적이었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이치열 기자
이런 가운데 MBC는 비정규직 인력에 대한 인건비 현실화, 외주제작사 권한 확대 등을 담은 ‘콘텐츠 상생 협력 방안’을 지난 3월 발표했다. MBC 외주제작비가 증액됐고, 시사교양본부 프리랜서는 업무 연차에 따라 급여가 인상됐다. 작가료도 인상됐다. 경영상 손해를 감안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누적된 문제를 일순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전임 경영진이 뽑아놓은 ‘유휴인력’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역시 노노갈등이다. 지난 5월 계약해지 당한 계약직 아나운서 9명은 “우리도 김장겸에게 속은 피해자”라며 정규직 전환을 주장해 갈등이 불거졌다. 과거 ‘적폐’ 경영진과 함께했던 비파업 사원들을 두고서는 온건파와 강경파가 나뉘고 있다. 이제는 파업에 나섰던 사원들 사이에서도 보직과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등장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경영진 비판을 최소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경영지표 추락과 메인뉴스를 비롯한 주요 프로그램의 시청률 답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MBC의 적은 MB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