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자연 리스트’ 사건 핵심증인 딸 ‘조선일보 TF’였다

[장자연 사건 추적 ⑤] 조선일보 장자연 특별취재팀 취재원은 기자 가족… 타사 기자 “정치부 기자도 경찰 취재, 엄청났다”

2018-07-18 12:04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 진상조사단이 재조사에 착수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서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측근 관련 의혹이 계속 불거진다.

최근 KBS·JTBC 등은 장자연씨가 숨지기 전 방상훈(70) 조선일보 사장 동생 방용훈(66)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차남 방정오(40)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와 수차례 만났거나 연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장씨가 방용훈 사장과 방정오 전무를 만났던 자리에 합석했던 조선일보 사주 일가 핵심 측근을 취재하다가 이 측근의 가족이 2009년 3월 장자연 리스트 사건 당시 조선일보 특별취재팀(TF) 기자였음을 확인했다. 이 기자는 현재 조선일보 법조팀 소속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방용훈 사장이 직접 주재한 2007년 10월 중식당 저녁 자리와 방정오 전무가 있었던 2008년 10월28일 유흥주점 술자리에 모두 참석한 한아무개 모 광고업체 대표를 핵심 증인이라고 지목했다. 한 대표의 딸인 한아무개 기자는 2009년 장자연 사건 경찰수사 때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아버지가 연루된 사건을 취재했다.

[ 관련기사 : 장자연이 방용훈·방정오 만난 자리 핵심증인 ‘한 사장’ 있다 ]

▲ 지난 5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화면 갈무리.
복수의 조선일보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 3월13일 KBS 보도로 이른바 ‘장자연 문건’ 내용이 알려진 뒤 조선일보는 사장·발행인·주필실이 있는 ‘6층’을 중심으로 대책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자연 문건에 성 접대 했다는 유력인사로 ‘조선일보 방 사장’이 거론되며 사주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번져서다.

사장실 있는 ‘6층’ 중심으로 장자연 사건 대책 논의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는 지난 4월2일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훗날 들어보니 조선일보가 편집인을 중심으로 사회부장, 법조팀장 등이 참가한 대책회의를 열며 방용훈 사장 이름을 빼려고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며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이 그 회의에 왜 들어왔겠나. 언론의 힘을 이용해 수사에 개입하려 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당시 6층 방상훈 사장 아래 조선일보 고위 간부는 김대중 고문, 김문순 발행인, 변용식 편집인, 강천석 주필 등이었다. 취재는 홍준호 편집국장과 이동한 사회부장 지휘로 경찰·법조 출입기자들이 동원됐다. 국 차원의 TF를 대규모로 꾸리지 않았지만 경찰을 출입하지 않던 사회부 기자들과 취재 잘 하는 다른 부서 기자도 TF에 포함됐다고 전해졌다.

당시 취재했던 한 일간지 기자는 “조선일보 취재팀은 기본적인 경찰팀 규모 이상으로 많았고, 내가 알던 정치부 기자도 장자연 사건을 취재하러 왔다. 그때 물어보니 자기 말고도 파견 나온 기자가 꽤 있다고 하더라. 실제 부서별로 파견받은 걸로 알고 엄청나다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지난 6일자 한국일보 4면.
지난 6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장씨와 친자매처럼 지낸 이아무개(38)씨는 2011년 10월 방상훈 사장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 증인으로 나와 “장씨 자살 후 걸려오는 전화를 거의 회피했는데 조선일보 기자에게도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조선일보 기자입니다. 분명 저희 쪽 도움이 필요할 날이 있으실 텐데 이러시면 곤란하죠. 전화를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하지 마십시오’라는 문자가 온 적이 있다”며 “당시에는 조선일보 기자 누구라고 실명을 밝혔으나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분당경찰서에 그런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경찰관에게 진술했으나 진술조서에는 그런 내용이 빠졌다”고 했다.

전 조선일보 기자 “내부선 전 스포츠조선 사장 지목”

전직 조선일보 기자 K씨는 “당시 조선일보 안에서는 다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된 장본인을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라고 생각했다. 내가 조선일보에서 경찰팀을 했던 기억으로는 조선일보는 경찰 취재가 약한 편이어서 검찰을 통해 취재를 세게 했을 것이고, 일선 취재팀의 취재 결과물을 가지고 ‘6층’이라 불리는 논설위원과 고참 기자들이 정무적 판단으로 움직였을 것”이라고 했다.

핵심 증인인 한 대표 딸도 당시 사회부 기자였지만 경찰 출입기자는 아니었다. 한 기자는 장자연 문건 전에는 사회·문화 기사를 쓰다가 사건이 터진 뒤 장자연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한 기자는 2009년 3월에만 △“소송 막으려고 전(前)매니저가 꾸민 자작극” △日체류 장씨 소속사 대표 범죄인 인도요청키로 △장자연 전 매니저, “문건 강요한 적 없다” △장자연씨 전(前)매니저 “문건 원본·사본 모두 불태워” △“KBS 문건, 유족들이 태운 것과 달라” 등의 기사를 연달아 썼다. 이때부터 쏟아진 조선일보 보도는 ‘문건 자체가 조작됐다’는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 주장에 힘을 실으며 문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식이었다.

지난 7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조선일보 취재원이었던 김씨는 조선일보 사주 측근 한 대표와 잘 아는 사이였다. 김씨는 2012년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인으로 나와 “(2007년 10월) 중식당에서 스포츠조선 사장으로부터 한 대표를 (소개받아) 알게 됐고, 한 대표는 처음 봤을 때 이미 장자연을 워낙 잘 아는 사이였다. 나보다 장자연과 굉장히 친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한 사장’ 측근 소속사 대표 취재원으로 활용

한 대표의 딸 한 기자는 2009년 3월에만 집중 장자연 관련 기사를 쓰다가 4월부터 다시 본래의 출입처로 돌아왔다. 4월엔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조선일보 관련자들로 수사가 확대되면서 장자연과 식사, 술자리를 함께했던 한 대표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한 대표는 방용훈 사장과 매우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고, 방정오 전무와도 친하게 지냈던 인물이다.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는 법정에서 “한 대표는 서울 시내에 전광판도 여러 개 가지고 있어 방용훈 사장과 업무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며 사적으로도 형 동생처럼 특별하게 지낸다”며 “한 대표는 방 사장 집안 행사 때마다 항상 오니까 (방정오도) 알 수밖에 없다. 산소도 같이 가니까 조선일보 기자 중에 한 대표를 아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재판 공판조서를 보면 한 대표는 2009년 4월24일 경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 전날 밤늦게 분당경찰서에 직접 찾아가 자신의 진술을 정정하기도 한다. 이날은 경찰이 방상훈 사장을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만나 방문조사를 마친 뒤였다. 방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장자연 사망 전 김종승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K씨는 한 기자와 관련해 “2008년 사번인 한 기자의 아버지는 광고업계에서 꽤 큰 손이고 집안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 기자는 법조팀에 일찍 간 편인데 조선일보 조직은 그런(집안 배경) 걸 활용하게 인사를 낸다”고 했다. 한 대표의 동생은 YS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고 자유한국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에도 몸담았던 걸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한 대표와 한 대표의 딸이자 조선일보 기자로서 장자연 사건을 취재했던 한 기자의 해명을 들으려고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입장을 듣지 못했다.

(관련기사)  

[장자연 사건 추적 ①] “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압력 있었다”

[장자연 사건 추적 ②] 장자연 성추행 조사받던 조선일보 전직 기자 ‘의문’의 무혐의

[장자연 사건 추적 ③] 장자연 “이미 사장님이 날 죽였다” 

[장자연 사건 추적 ④] ‘장자연 문건’에 괴로워했던 장자연, 억울한 죽음의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