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 “장자연 사건 때 조선일보 협박받았다”

조현오 직접 압박했다는 장본인은 이동한 전 사회부장… “조선일보에 시달린 경찰 간부 신문도 끊어”

2018-07-19 19:17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를 총괄지휘했던 조현오(63) 전 경찰청장이 당시 조선일보 간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올라온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작 예고영상을 보면 조현오 전 청장은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측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 달라고 나한테 협박을 했다”며 “한판 붙겠다는 거냐(고 하더라)”고 밝혔다.

2009년 3월7일 숨진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문건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경찰은 3월14일 경기 분당경찰서 형사3팀과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 27명으로 ‘장자연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이후 20일 조현오 경기청장의 지시로 장자연 수사팀은 41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국민적 의혹 사건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조선일보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 조 전 청장에게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 관계자는 이동한 당시 사회부장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장은 이후 조선일보 논설위원·총무국장을 거쳐 지난 3월 ㈜조선뉴스프레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미디어오늘은 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측의 협박을 받았다는 조 전 청장의 주장에 이동한 사장의 해명과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19일 오후엔 이 사장이 근무하는 서울 상암동 조선뉴스프레스 사장실로 직접 찾아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비서실에도 메시지를 남겼지만 회신이 오지 않았다.

19일 내내 연락을 피하고 전화기를 꺼뒀던 이동한 사장은 20일 오전 미디어오늘에 ‘정정보도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어 “본인은 조현오 전 청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압력으로 느낄 수 있는 말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또한 수사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을 만난 일이 없으며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MBC ‘PD수첩’은 오는 24일과 31일 ‘고(故) 장자연’ 편 2부작을 방송할 예정이다. 사진=PD수첩 예고편 갈무리.
앞서 미디어오늘은 2009년 3월13일 KBS 보도로 이른바 ‘장자연 문건’ 내용이 알려진 뒤 조선일보가 사장·발행인·주필실이 있는 ‘6층’을 중심으로 대책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단독] ‘장자연 리스트’ 사건 핵심증인 딸 ‘조선일보 TF’였다)

당시 6층 방상훈 사장 아래 조선일보 고위 간부는 김대중 고문, 김문순 발행인, 변용식 편집인, 강천석 주필 등이었다. 취재는 홍준호 편집국장과 이동한 사회부장 지휘로 경찰·법조 출입기자들이 동원됐다. 국 차원의 TF를 대규모로 꾸리지 않았지만 경찰을 출입하지 않던 사회부 기자들과 취재 잘하는 다른 부서 기자도 TF에 포함됐다고 전해졌다.

미디어오늘이 만난 전직 조선일보 관계자와 당시 장자연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들에 따르면 이동한 전 부장은 2009년 장자연 사건 TF를 이끌면서 당시 경찰 수뇌부들을 직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오 전 청장도 그중 한 명이었고 조선일보 측에 심하게 시달려 조선일보 신문 구독을 끊었다는 경찰 간부도 있었다.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 역시 지난 2012년 방상훈 사장이 고소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조선일보 (이동한) 사회부장이 (강희락) 경찰청장을 직접 가서 만나 장자연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데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무슨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찾아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진술했다.

1972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한 A씨는 조선일보 정치부장과 부국장을 거쳐 2002년 스포츠조선 대표이사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당시만 해도 ‘방씨’가 아닌 조선일보 기자가 조선일보 계열사 사장이 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A씨는 “장자연 자살 이후에 방상훈 사장을 만났는데 왜 자기 이름이 있느냐, 자기는 아니니까 나에게 찾아내라고 했다”며 “자기 동생과 아들을 불러서 ‘관계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다 ‘관계없다’고 그러니까 방 사장이 ‘방씨 중에는 없으니까 다른 데서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검찰은 A씨를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주장했지만, 2008년 7월17일 장자연 소속사 대표 일정표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은 이후 조선일보 전직 기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자는 최근 검찰 과거사위 재수사 권고 이후 불구속기소 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07년 10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장자연과 함께 만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방상훈 사장 동생)과 관련해선 “이후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거기에 참석했던 다른 사람이 한두 차례 장자연과 술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도 ‘그 사람이 방용훈 사장이냐’는 질문엔 “(방 사장이라고) 특정 지을 수는 없고 비슷한 이야기는 들었다. 내가 본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 재조사 사유를 “장자연 문건에 명시된 ‘술 접대’ 등 강요가 있었는지, 이와 관련된 수사를 고의로 하지 않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지,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등 의혹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선일보가 검·경에게 외압을 행사해 관철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수사 관계자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