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 “장자연, 죽기 전 방정오 만났다”

MBC PD수첩과 인터뷰 “장자연-방정오 휴대폰 추적으로 확인… 조선일보가 매우 거칠게 항의”

2018-07-20 17:34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MBC ‘PD수첩’이 2009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의 추가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PD수첩은 19일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공개한 ‘고(故) 장자연’ 편 2부작 예고 영상에서 조현오 전 청장을 단독 인터뷰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조 전 청장은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을 직접 방문해 PD수첩 제작진을 만났다.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장씨가 남긴 자필 문건에 사회 유력인사에게 성 접대와 술 접대를 하도록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알려져 의혹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 당시 대규모로 ‘장자연 수사 전담팀’을 꾸리고 총괄 지휘했던 경찰 간부가 조현오 전 청장이었다.

장자연 사건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MBC를 찾은 조 전 청장은 박건식 PD수첩 팩트체크 팀장과 인터뷰에서 장자연씨가 죽기 전에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차남)와 함께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장자연씨가 숨을 거두기 전날 밤에 방정오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확인이 됐느냐”는 박 팀장의 물음에 “네. 그게 확인됐다. (장자연씨 휴대폰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위치했던 휴대폰 주인인 사용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20일 현재 이 영상은 제작진의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내려간 상태다.

▲ MBC ‘PD수첩’은 오는 24일과 31일 ‘고(故) 장자연’ 편 2부작을 방송할 예정이다. 사진=PD수첩 예고편 갈무리.
물론 조 전 청장은 당시 직접 수사를 했던 실무 담당자가 아닌 수사 총괄 책임자여서 보고받은 내용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장자연과 방 전무가 수차례 연락하고 만났을 것이라는 의문을 가지고 조 전 청장에게 질문했지만, 조 전 청장이 설명한 날짜가 장씨가 죽기 하루 전인 2009년 3월6일이 아니라 이미 두 사람이 만난 것으로 확인된 2008년 10월28일일 수 있다. 이날이 장씨의 모친 기일로 알려진 날이다.

방 전무는 지난 9일 KBS가 “대검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한 ‘조선일보 방 사장의 아들’과 장씨가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후 10일 오후 낸 입장문에서 “2008년 10월28일 이전이나 이후에 장씨와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방 전무는 “이날 밤 지인의 전화를 받고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고 장자연씨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먼저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면서 “이는 경찰의 과거 수사 당시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 장자연이 방용훈·방정오 만난 자리 핵심증인 ‘한 사장’ 있다]

하지만 PD수첩 제작진은 조 전 청장을 지난 7일뿐만 아니라 여러 번 만나 인터뷰하면서 조선일보 관련 의혹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은 장씨의 죽음과 방 전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합리적 정황과 증언을 확보하고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4월15일 방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경찰 수사 기록을 보면 방 전무는 2008년 10월28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호텔 지하 유흥주점에서 장자연의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씨와 헤어진 후 김씨와 전화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다.

방 전무는 “내가 (조선일보) 자회사인 위클리조선의 대표이사로 돼 있는데 당시 ○○부장이 공석이라 내가 술자리에서 김종승에게 ○○부장을 할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며 “그 문제로 술집을 나온 후에 전화한 기억이 있고, 그때 김종승이 소개해 준 ○○부장이 현재까지 위클리조선에 근무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방 전무는 ‘이날 술집에서 장자연을 본 기억이 없고 김종승이 인사시킨 기억도 없다’고 했지만, 김씨는 검·경 조사에서 “방정오에게 우리 기획사 신인 배우라고 소개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날 조선일보가 발행하는 위클리조선 홍보 관련해서 인사시켰다”고 거듭 진술했다.

지난 17일 올라온 PD수첩 예고편을 보면 조현오 전 청장은 “(조선일보 측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 달라고 나한테 협박을 했다”며 “한판 붙겠다는 거냐(고 하더라)”고 폭로했다.

조 전 청장은 19일 추가로 올라온 인터뷰 영상에서도 “조선일보 측에서는 우리 경찰에서 (정보를) 흘리지 않으면 왜 자꾸 그런 이야기가 거론되느냐. 이런 시각을 가지고 굉장히 거칠게 항의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우리(조선일보)하고 한번 붙겠다는 거냐’라는 이야기까지도 했다”고 밝혔다.

PD수첩을 진행하는 한학수 PD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장자연’ 편 예고편을 올리며 “결국 우리가 나서게 됐다. 그리고 이제 취재 결과를 내놓는다. 굽히지 않고 진실을 밝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PD는 “장자연씨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배경 그리고 그녀가 남긴 문서,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관계자 진술조서, PD수첩에 진실을 증언하는 사람들, 사건의 진상과 이를 은폐하려던 세력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 故 장자연의 이름으로 고발한다”고 말했다. MBC PD수첩은 오는 24일과 31일 밤 11시10분에 ‘장자연’ 편 2부작을 방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