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때보다 더한 2017년 보도통제 시나리오

기무사 계엄령 검토 세부문건, 보도매체 및 SNS 통제방안 구체적으로 적시
계엄사 보도검열단, 방송·신문 등 9개 반 48명 배치 “필요시 전국 단일방송 체계로 전환”

2018-07-24 13:48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군사2급 비밀문서였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세무 문건이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대비계획 세부자료’란 이름으로 지난해 3월 작성된 67쪽 분량의 문건에는 계엄선포와 계엄시행까지 단계별 대응방안을 비롯해 국민기본권 제한 요소를 면밀히 검토한 대목이 담겨있었다. 친親박근혜 세력이 초법적 친위쿠데타를 모의했던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 보도 통제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계엄 시 집회 시위 봉쇄를 위해 청와대 진입로 및 광화문 등 특정지역의 휴대폰 전파를 방해하고 계엄사범을 색출하는 한편 언론 통제를 위해 계엄사 보도검열단(48명)을 구성하고 합동수사본부 언론대책반(9명)을 편성·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와 함께 사이비 유언비어 차단을 위해 방통위 주관으로 ‘유언비어 대응반’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담겨있었다. 특히 보도검열단의 역할로 ‘군 작전 저해 및 공공질서 침해 보도를 금지하는 검열지침 하달’이란 대목은 38년 전 전두환 군부의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한다.

▲ ‘대비계획 세부자료’란 이름으로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세무 문건가운데 일부.
해당 문건은 ‘탄핵소추안 결정 이후 집회/시위 확산 등 사회혼란 증가’를 예상하며 “언론에서 경찰의 시위대 강력 진압 편파 왜곡보도로 국민들이 SNS 등을 통해 유언비어를 확산해 민심이 흉흉”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해당 문건에는 미리 준비해놓은 비상계엄 선포문도 담겨있었으며, 계엄령 선포 이후 미디어 전반의 검열·통제도 준비하고 있었다. 검열시간은 신문의 경우 조간은 매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석간은 매일 오전 5시부터 12시까지로 나와 있으며 방송·통신·인터넷의 경우 ‘수시로’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문건은 “검열 자료는 신문, 방송 및 통신, 기타 출판·간행물 및 전시물, 영상매체 및 공연물로 이를 인쇄본 또는 제작품 원본으로 제출해야 한다. 인터넷 신문은 포털사이트 전송 전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보도검열은 사전검열이 원칙이다”라고 명시했는데 비현실적인 대목이다. 38년 전 계엄 당시 보도통제를 참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해외사업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검열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네이버에 송고하는 기사만 연예·스포츠 기사를 제외하고 하루 평균 1만9000건이다.

이 때문에 기무사는 해당 문건에서 ‘보도매체 및 인터넷, SNS를 통해서 집회 및 단체행동을 선동하거나 유언비어 날조 및 유포행위를 금지함’이란 대목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와 페이스북 등 SNS에 대한 접근 금지 조치 근거가 생긴다. 이 같은 특별조치권은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헌법에 위임받은 계엄법 내 계엄사령관이 갖게 된다. 계엄사령부-정부부처 간 업무분장 대목을 보면 계엄 홍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고 검열업무는 계엄사가 주도적으로 수행한다고 나와 있다.

▲ ‘대비계획 세부자료’란 이름으로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세무 문건가운데 일부.
▲ ‘대비계획 세부자료’란 이름으로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세무 문건가운데 일부.
보도매체 및 SNS통제방안은 비상계엄 선포부터 적용된다고 나와 있다. 계엄사 보도검열단은 중앙매체(방송 22개, 신문 26개, 통신 8개)의 경우 계엄사 보도검열 조직에서, 지역매체(방송 32개, 신문 14개)의 경우 지역계엄사에서 통제한다고 계획했다. 이들은 △계엄업무 수행에 유해로운 사항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에 지장을 주는 사항 △軍의 위상 및 사기를 저하시키는 사항 △군사기밀 저촉되는 상황 △국민의 부정적 여론형성을 조장하는 허위왜곡 및 과장된 사항 등의 경우 보도가 금지된다고 적었다.

반면 △정부와 군의 발표사항과 △계엄지지 여론 확산 및 국내외 反계엄 의식을 불식시키는 사항 △시위대 사기 저하 내용은 확대보도 대상으로 명시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1차 경고조치→2차 기자실 출입금지·보도증 회수·현장취재 금지·출국조치(외신매체)→3차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 해당 문건은 “검열지침 지속 위반 시 보도매체 등록 취소 및 보도 정지 조치” 또한 명시하고 있다. 검열에 따른 모든 행정조치는 계엄사령관 명의로 실시한다고 나와 있다. 바야흐로 38년 전 군사쿠데타 시절로의 ‘회귀’다.

이들은 심지어 ‘언론 통폐합’까지 염두 했던 것 같다. 해당 문건에는 “방송은 미래부 장관 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등록 취소나 6개월 이내 방송 정지 조치 가능”, “신문발행 정지는 6개월 범위 내에서 시·도지사가 명령할 수 있고 매체 등록 취소는 법원에 취소 심판을 청구”와 같은 대목이 등장했다. 또한 “필요시 전국 단일방송(KBS1TV 및 라디오) 체계로 전환”이란 대목도 있었다. 국민들은 하마터면 네이버와 페이스북이 모두 금지되고 KBS1TV만 나오는 TV화면을 시청해야 할 뻔했다.

1986년 당시 보도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전 한국일보 기자)은 이번 문건을 두고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보도검열단이 존재했다. 비디오테이프와 신문 대장지를 전부 가져가 사전검열을 받았다”고 설명한 뒤 “지금 같은 시대에도 이 같은 발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고 충격적이다. 쿠데타 세력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언론통제인데 이번 문건은 38년 전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KBS1TV 단일방송 체계 전환 같은 발상은 “전두환 계엄시절에도 없던 발상”이라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