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활비 ‘폐지’ 목표라던 문희상 의장, 법원 공개 결정엔?

법원 “20대 국회도 특활비·업무추진비 등 공개” 판결… “특활비 포함 국회 전체 ‘눈먼 돈’ 따져봐야”

2018-07-25 09:22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1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또는 획기적 제도 개선 방침을 밝힌 이후 제20대 국회 특활비 등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앞서 지난 5월 대법원은 참여연대가 제기한 2011년~2013년 국회 특활비 지출 내역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국회 특활비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개 결정을 내렸다. 참여연대가 국회로부터 받은 특활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 80억 원가량의 세금이 영수증도 없이 국회의원 ‘제2의 월급’으로 쓰인 것으로 확인돼 공분이 일었다.

최근 법원은 국회 특활비뿐 아니라 국회의원 업무추진비와 해외출장비 등도 공개하라고 판결하면서 불투명한 국회 예산 집행에 대한 국민의 개혁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지난 19일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국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의 국회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예비금, 의장단 및 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 세부집행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회 특활비·업무추진비·예비금에 대해 “집행 세부 내역 공개를 통해 국회와 국회의 위원회가 활동한 내용, 시기, 범위 등 국회의 활동 내역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이런 정보는 국민이 대표로 선출한 국회의 활동 내역을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알권리, 참정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회 특활비 등을 공개할 경우 ‘국가안전보장이나 국방·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국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를 비공개 정보로 해야 할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의장단의 해외출장비 역시 “이를 공개한다고 첨예하고 긴밀한 국방·외교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기밀 사항이 공개되거나 외교적으로 결례가 발생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국가 기밀 사항을 다루는 국회 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 집행 내역 중 시찰국과 시찰 기간, 시찰 목적에 관한 정보는 기밀 유지의 필요성이 높아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보위에 소속된 위원은 이미 공개된 정보이고, 정보위원이 해외 시찰 경비로 사용한 금액 자체는 공개해도 문제가 없다”면서 나머지 정보는 공개 결정을 내렸다.

지난 9일 오전 참여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지출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 기자
소송을 제기한 하승수 대표(변호사)는 “국회에서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는 연간 88억 원에 달하는데,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세부 집행 내역이 공개된 바가 없다”며 “또한 연간 13억 원에 달하는 예비금도 일부가 특활비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체 세부 집행 내역이 공개된 적이 없어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최근 문희상 의장은 국회 특활비를 개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속속 내려지고 있는 정보공개 판결에 무의미한 항소와 상고를 하지 말고 즉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개혁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 더는 국민의 세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면서 시간 끌기용 항소와 상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하 대표가 국회를 상대로 진행 중인 정보공개청구 소송 중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 서류에 대해선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공개 판결이 내려졌다. 아울러 국회 예산 중 특정업무경비와 정책자료집 발간 및 발송비 지출 증빙 서류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도 내달 30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하 대표는 “특활비 하나만 봐선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전체적인 예산 집행 실태를 알 수 없어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등 의원들의 활동 명목으로 배정된 예산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며 “영수증도 없이 횡령할 수 있는 특활비를 폐지하더라도 명목만 특정업무경비 등으로 바꾼다면 예산 삭감 없는 ‘눈 가리고 아웅’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법원의 잇단 국회 예산 정보공개 결정과 관련해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회사무처 담당 부서에서 판결 내용을 분석해 검토하고 있는데 (특활비 등은) 국회 차원에서만 결정할 게 아니라 타 정부 부처와 기관의 사용 목적과 의미를 염두에 두고 공개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법원 판결이 나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보다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원회 논의와 맞물려 공개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바로 공개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내용이 있어 항소나 상고 여부는 사무처가 문 의장과 논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