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공포, 언론이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 보도 2년 전의 10배 , 경제지·보수지 월 600건 쏟아내… ‘최저임금 인상=고용 감소’ 프레임, 오류 다분

2018-07-25 10:39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올해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다루거나 언급한 기사량은 지난 해의 5.5배였다. 보도가 더 집중되는 상반기만 비교하면 올해 보도는 1년 전보다 4.7배, 2년 전보다 9.8배 높았다. 증가분의 약 70%가 경제지 및 보수언론 보도였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여론은 경제지·보수언론이 주도했다.

미디어오늘이 5개 경제지 및 9개 종합일간지의 지난 2년 간 보도 추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 간(2017년 7월~2018년 6월) 14개 매체가 최저임금 인상을 다룬 보도량은 7684건이었다. 지난 1년 치(2016년 7월~2017년 7월) 1383건에 비해 5.5배 늘었다. 9개 종합지는 경향·국민·동아·서울·세계·조선·중앙·한겨레·한국일보이고 5개 경제지는 매일·서울·한국·헤럴드경제·머니투데이다.

▲ 1년치 보도량 비교. 그래프=안혜나 기자
▲ 2017년 7월~2018년 6월 매체량 보도량 순위. 그래프=안혜나 기자
최근 1년 보도의 절반 이상이 경제지 보도다. 7684건 중 3980건(약 51.8%)이다. 경제지와 유사한 논조의 동아·조선·중앙일보 기사를 합치면 67.7%(5202건)나 된다. 순위는 한국경제(1098건), 서울경제(1027건), 매일경제(916건), 동아일보(541건) 순이다. 반면 경향신문·한겨레 기사수는 총 787건으로 전체의 10.2% 수준이다.

▲ 지난 7월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왼쪽)이 브리핑을 마친 뒤 고용노동부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1년과 지난 1년 기사량을 매체 별로 보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5개 경제지는 673건에서 3980건으로 6배 가량 늘었다. 동아·조선·중앙은 81건에서 1222건으로 15배 뛰었다. 경향·한겨레는 284건에서 787건으로 2.8배 높아졌다.

최저임금은 2018년 1월 역대 최고폭(16.4%)으로 인상됐다. 14개 매체는 1월에만 기사 1287건을 쏟아냈다. 1월 한 달 간 27회 지면이 발행됐으니 하루 평균 47건이 보도된 셈이다. 총 기사량은 2017년 1월 62건, 2016년 1월 47건에 비해 20배 넘게 급증했다.

▲ 2016~2018 상반기 최저임금 인상 관련 보도량 비교

상반기 보도량만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크다. 매해 1월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7월 내년도 임금이 정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보도량은 상대적으로 상반기에 쏠려있다. 2018년 상반기엔 총 4953건, 2017년 상반기엔 총 976건, 2016년은 466건이다. 올해 기사량은 2017년의 4.7배, 2016년의 9.8배다. 1년 단위로 비교했을 때보다 차이가 크다.

▲ 2016년 7월~2018년 2월 보도량 추이. 그래프=안혜나 기자
그렇다면 보도는 언제부터 급증했을까. 2017년 4~5월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시기다. 2016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20개월간 보도 추이를 보면, 14개 매체 보도량은 2017년 4월에 157건으로 3배 가량 증가하더니 5월 처음으로 200건을 넘긴다. 이후 관련 기사 수는 연속 증가해 한 달 평균 600건을 기록했다. 2017년 4월 이전 기사 수는 한 달 평균 64건이었다.

5개 경제지와 동아·조선·중앙의 지난 1년 보도는 최저임금 인상 비판에 집중됐다. 문재인 정부가 법정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해 고용이 줄고 물가가 오르면서 저임금노동자, 자영업자 등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논조가 지배적이다. 이 중에서도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보도가 주를 이룬다. 최저임금 인상을 경제위기에 직결시키는 공포심 조장 프레임이다.

‘고용대란’ 보도 올해 내내 대량 생산… 학계 “근거 없다”

8개 매체가 한 목소리를 낸 결과, 최저임금 인상 비판 프레임은 올해 상반기 내내 반복됐다. 가령 동아일보가 1월11일과 27일 ‘최저임금 여파로 서비스업 일자리 6만개가 줄었다’고 보도하면 조선일보가 2월9일과 14일 ‘도·소매업 및 식당 취업자가 지난 해 비해 6만 명 감소했다’ 알리고 중앙일보가 3월7일과 15일 “최저임금 인상 두 달… 고용시장 ‘재난 사이렌’” 보도를 내는 흐름이다.

▲ 동아일보가 올해 1월 1~3주 동안 보도한 기사 중 일부

다음은 동아일보가 올해 1월 1~3주 동안 보도한 기사 중 일부다. 동아일보는 9개 종합지 중 최저임금 인상 관련 보도를 가장 많이 냈다. △1월2일 “‘시급 올라도 일자리 잃으면 무슨 소용’ 불안한 알바생들” △1월3일 “근무시간 줄여 월급 그대로… 올려 달랬더니 ‘나가라’ 면박”, 1월8일 “시급 7530원? 지방선 5000원 주기도 버거워” △1월10일 “최저임금탓 직장 잃은 이주여성 ‘생계 막막’” △1월11일 “음식점-편의점 ‘해고 도미노’… 정부는 ‘과도기적 현상’” △1월12일 “제조업中企도 최저임금 불똥… 5개월째 일자리 감소” △1월16일 “복지분야까지 찬바람… ‘치매노인 돌봄’도 이용시간 줄여”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단기적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2018년 1~3월 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살펴본 결과 임금 인상과 고용량 간엔 경제학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홍 연구위원은 고용이 준 숙박업에 대해 “2016년 7월부터 감소 추세에 있어 최저임금 인상이 없었더라도 고용이 감소했을 것”이라 지적했다. 2007년 1월에도 최저임금이 12.3% 가량 대폭 올랐지만, 인상 직후인 1~2월 일시적으로 고용조정이 이루어졌고 3월 다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국내 논문 결과를 종합해도 마찬가지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국내 전문 학술지, 국책 연구기관 등에 발표된 최저임금 논문 16건을 분석한 결과 총 303건 추정값 중 27.4%만 임금인상 부정적 효과를 유의미하게 입증했다. 나머지 61.7%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고 긍정적 효과를 드러낸 추정값은 10.9%였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8개 매체는 올해 1~5월 동안 고용지표가 나오면 다달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 2018년 6월7일 한겨레 21면

연구보고서를 받아쓴 보도에 문제가 있었던 적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월4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 ‘최저임금이 2020년 1만원으로 인상되면 고용 감소폭이 확대되므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개 매체는 이를 일제히 받아썼으나 학계 일각에서 즉각 반박 의견이 나왔다. KDI 보고서는 허러스토시(Harasztosi)와 린드네르(Lindner)가 2017년 발간한 논문의 추정 결과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4년간 고용에 미친 효과가 0에 가까웠다’거나 ‘고용 감소는 미미하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총 소득이 증가했다’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득은 분석하지 않고 실만 강조하면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잘못된 주장을 폈다”고 비판했다.

‘자영업자 피해 프레임’이 피상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6월 낸 ‘최저임금 고용효과’ 보고서에서 “2017년 자영업자 568만 명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407만 명이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1만 명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돼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부담이 늘지 않는다”며 “부담이 느는 161만 명에겐 골목상권 보호, 적정 하도급 단가 보장, 카드 수수료 인하, 건물 임대료 규제 등 경제민주화 조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