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탓 원전 재가동 보도 놓고 정부-언론 정면 충돌

조중동-경제지 비난에 문 대통령 산업부장관 나서 반박 “터무니없는 왜곡, 원전가동 4월에 확정” vs “탈원전 오기”

2018-07-25 19:45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탈원전을 추진하는 정부가 폭염에 원전 재가동을 했다는 조중동과 경제지의 잇단 비난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이들 언론은 연일 탈원전 정책과 전력수급 불안을 연계한 정부정책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올 여름철 폭염으로 또다시 문재인 정부와 조중동-경제지의 탈원전 정면충돌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원전 가동상황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산업부가 전체적인 전력 수급계획과 전망, 대책에 대해서 소상히 국민들께 밝혀드리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터무니 없는 왜곡’을 했다고 지목한 대상은 조중동과 경제지들의 23일자 기사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자 1면 ‘폭염에 다급해진 정부, 원전 재가동’에서 “불볕더위로 연일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자…정부는 원전을 추가 가동, 지난 3월 53%까지 떨어졌던 원전 이용률을 ‘전력수요 피크기’인 8월에는 8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같은 날짜 2면 머리기사에서도 “정부가 결국 다시 원전 가동을 늘리기로 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짜 2면 머리기사 ‘전력수급 문제 없다더니 … 허둥지둥 원전 5기 더 돌린다’에서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비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연이은 폭염에 전력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 따른 대응”이라며 “‘탈원전’을 내세운 정부가 결국은 원전으로 전력 수급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점을 들어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비난했다. 한국경제도 같은 날짜 14면 머리기사 ‘‘최악 폭염’ 덮치자… 원전 다시 찾는 정부’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탈(脫)원전을 추진해온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에 ‘긴급 구조요청(SOS)’을 하고 있다”며 “당초 계획했던 원전의 정비 일정까지 바꾸면서 전력 수급을 조절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폭염 관련 원전 가동의 왜곡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KTV 영상 갈무리
탈원전 정부가 여름철 폭염에 다시 원전을 가동한다고 쓴 근거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보도자료였다. 한수원은 지난 22일 “계획예방 정비로 정지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인 다음달 둘째~셋째주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계획예방 정비를 전력 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핏 보면 한수원이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 대비를 위해 한빛1호기와 한울1호기 등 원전의 계획정비 기간을 늦추기로 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두차례 더 내어 이미 지난 4월에 미리 조정돼 있던 것이며 이번 여름 폭염발생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 ‘터무니없는 왜곡’에 조선 “본질 못보는 탈원전 오기” 비난

하지만 23일자 보도에 이런 해명은 언론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왜곡’이니 잘 설명하라고 했지만 25일자 조중동과 경제지는 오히려 탈원전 정책탓이라는 주장을 더 노골적으로 실었다.

조선일보는 25일자 8면 머리기사 ‘[팩트 체크] “원전 가동에 터무니없는 왜곡”… 文대통령 발언은 사실일까’에서 이번엔 산업통상자원부의 5일자 하계 전력수급대책 보고자료에 “공급 능력은 원전 정비 감소에 따라 작년 여름 대비 572만kW 증가한 1억71만kW로 전망된다”고 나온 점을 제시하면서 “원전 정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가동 원전이 증가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언론이 ‘탈원전 정부가 원전에 의존한다’고 비판하자 23일 산업부와 한수원은 뒤늦게 ‘이 같은 정비 계획은 4월에 이미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조선은 또 “가장 큰 문제는 산업부가 그동안 내놓은 전력 수급 계획과 전망이 다 틀렸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사설 ‘‘급하니 원전에 의존’ 지적이 “왜곡”이라는 대통령’에서 “원전 정비를 전력 수요 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한다는 것이 ‘폭염으로 원전 가동을 늘렸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설사 원전 재가동이 폭염 이전에 계획됐던 것이라고 해도 원전 없이 여름철 전력 수요에 대비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조선은 “급할 때 가장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원전 외에 없다는 것이 본질이다. 이 본질을 보지 않고 ‘왜곡’이라고 하는 것은 ‘탈원전’ 오기일 뿐”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도 8면 머리기사에서 “폭염에 따른 수급 문제가 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탈원전을 선언해 놓고 결국 어려울 땐 원전에 기대는 상황이 자기모순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도 1면기사에서 “원전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정부가 원전 가동을 늘리는 것과 관련해 ‘긴급한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서는 원전이 요긴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며 원전 역할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고 썼다.

정부 “폭염으로 원전 재가동 사실아냐, 4월에 최종 결정”

이에 따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언론에 직접 설명하고 나섰다. 백 장관은 25일 기자브리핑에서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원전 가동상황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이번 폭염으로 원전을 재가동하거나 정비기간을 늦추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원전을 포함한 모든 발전소의 정비 일정은 하절기에 맞추어 지난 4월부터 이미 확정되어 있었다”고 반박했다.

백 장관은 “에너지전환 정책이 현재의 전력수급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에너지전환 정책은 6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이번 여름의 전력수급계획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전력수급 상황 및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국장도 2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빛1호기와 한울 1호기의 예방정비 기간 조정은 한수원이 이미 4월에 확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경수로인 두 원전은 핵연료 주기가 18개월이기 때문에 핵연료가 다 소진되는 시기에 맞춰서 스케줄을 잡고 그 기한 내에 정비를 해야 한다고 문 국장은 전했다.

문 국장은 “원전의 안전점검과 규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전력사용 피크 기간을 피할 수 있도록 매년 조정을 하는데, 이에 따라 한수원은 지난 4월에 최종 확정을 했다”며 “한수원 내부에서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 탓에 전력수요예측이 틀리고 전력수급 불안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탈원전이나 에너지전환 정책은 여름철 전력수급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폭염은 기상청도 예상을 못했다. 전력수요 예측에 문제가 없는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전없이 여름철 전력 수요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 박 국장은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고, LNG가스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라 수급을 맞추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다른 선진국도 신재생에너지 문제를 충분히 관리하면서 하고, 우리 역시 기상 문제, 간헐성 문제를 따져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하게 전력 공급을 늘리려면 탈원전 이후 가동률을 낮춘 원전을 추가 가동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조선 주장에 대해 박 국장은 “여름철이나 겨울철 전기를 많이 쓰는 때엔 원전을 포함해 안전하고 가용한 가용한 발전기를 최대한 확보해 수급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지 원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탈원전과 연결짓는 것이야말로 비약이자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 조선일보 2018년 7월25일자 8면
▲ 동아일보 2018년 7월23일자 B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