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공개한 장자연 사건 ‘내부자들’

조선일보 전직 기자, 고액수표 리스트 기업 회장 실명 공개… 조현오 “조선, MB정부가 한판 붙겠단 거냐고 협박”

2018-07-25 20:44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조선일보 전직 기자 ‘조희천’의 실명이 공개됐다. 2009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 때 검찰이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가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 재수사 권고 후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다.

MBC ‘PD수첩’은 지난 24일 방송에서 장자연과 같은 소속사 동료 배우로서 소속사 대표의 요구로 술자리에도 여러 번 장씨와 함께 불려 나갔다는 윤아무개씨를 국외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윤씨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몇 차례 나에게 고비가 있었고 여기에 오면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언니랑 비슷한 방법으로 그런 (극단적) 시도를 했었다”며 “엄마가 발견해 응급차로 바로 이송돼 (살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윤씨는 당시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와 함께 30~40차례의 식사와 술자리에서 유력 인사들을 만났고, 제작진이 관련 인물들의 사진을 보여주자 직접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기억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해 냈다. 윤씨가 술자리에서 봤다고 지목한 사람 중에는 조희천씨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도 있었다.

[관련기사 : 장자연 성추행 혐의 조선일보 전직 기자 첫 재판 내달 13일]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는 25일 오전 “MBC PD수첩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고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PD수첩은 ‘故 장자연’ 2부작 중 1부를 방송했다. 사진=PD수첩 장자연 편 갈무리.
박문덕 회장은 PD수첩이 처음으로 공개한 ‘장자연 리스트’ 관련 인물이다. 2009년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이 조사했던 피의자 명단에 속하지 않았지만 장씨에게 고액 수표를 입금했던 20여 명의 참고인 명단엔 있었던 인물이다.

지난 2011년 5월 신동아는 “2009년 당시 경찰은 장씨와 장씨의 가족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고액권 수표 여러 장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였다. 특히 계좌에서 확인된 수표 중 100만 원 이상의 고액권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를 전개했다”며 “경찰이 수표와 관련 조사를 진행한 사람은 20~30명에 달한다. 수사팀은 이 정체불명의 수표들이 장씨가 사망하기 4~5개월 전인 2008년 10~11월까지 장씨와 주변인들의 계좌에 들어오고 나갔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동아는 “당시 조사를 받은 사람 중 상당수는 처음에는 장씨에게 수표를 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고 전해진다. 통화 내역 등의 추가 자료가 확인되면 그제야 수표를 건넨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들이 내놓은 ‘장씨에게 돈을 준 이유’는 다양했다. ‘우연히 알게 됐는데 불쌍해서 돈을 줬다’고 진술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마워서 차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줬다’고 진술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돈을 빌려줬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MBC ‘PD수첩’은 오는 31일 ‘고(故) 장자연’ 편 2부를 방송할 예정이다. 사진=PD수첩 예고편 갈무리.
검찰 과거사위(위원장 김갑배)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 사건으로 검토하던 지난 3월 말 KBS도 “2009년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경찰은 장씨가 숨진 상황에서 접대 의혹의 물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장씨의 금융 거래를 집중적으로 수사했다”며 “경찰이 확인한 계좌와 카드 내역은 950여 건. 계좌추적 결과 장씨와 가족 계좌에 입금된 총액은 억대였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KBS에 “모두 장씨를 오며가며 만났는데 용돈으로 쓰라고 줬을 뿐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면서 “전부 다 그런 식으로 '김밥값으로 줬다’ 이런 식으로 진술해서 처벌을 못했다”고 말했다. 장씨에게 ‘김밥을 잘 만든다’면서 김밥값으로 100만 원권 수표 10장을 줬다는 당사자가 박문덕 회장이다.

KBS는 “경찰은 이들의 말만 듣고 수사를 중단했다. 접대 의혹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며 “경찰은 수사를 중단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수사의 실익이 없다. 장 씨는 이미 고인이 됐기 때문에 입증할 방법이 없고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명균 당시 경기경찰청 강력계장(현 제주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장)은 PD수첩 제작진에 "(수표를) 수사했는데 증거가 있냐. 장자연은 죽어서 1억 원을 준 사람한테 물었다. ‘당신 왜 줬냐’고 그러니까 ‘불쌍해서 줬다’고 하면 뭘 어떻게 증명할 건가. 입증할 방법을 나한테 가르쳐 달라”고 강변했다.

장자연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진현 검사도 “그렇게 필요한 수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은 확인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훑어는 봤지만 필요한 수사라고 보이진 않았다”며 “너무 단서가 없으니까 설령 (수표를) 직접 줬다고 하더라도 불쌍해서 줬는지 아니면 서로가 친해서 줬는지, 수표 준 것만 가지고 성매매 대가라고 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9년 전 억울하게 목숨을 끊은 신인배우 장자연씨의 죽음 의혹을 밝히기 위해 MBC PD수첩이 24일과 31일 2부작에 걸쳐 장자연 사건을 다루지만, 제작진이 밝힌 대로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제작진이 2부작 방송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중요한 내용도 많을 것이다.

PD수첩은 ‘故 장자연’ 편 2부에서 왜 장자연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는지, 조선일보 등의 압박을 받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포함한 사건 은폐 의혹을 파헤칠 예정이다.

▲ 지난 2009년 4월13일자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칼럼.
2009년 이명박 정권 당시 조선일보는 가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만큼 ‘입김’이 막강했다. 조선일보 기사 한 줄이면 청와대를 움직일 수 있었고,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실제로 4월13일 ‘조선일보의 명예와 도덕성의 문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경찰 조직과 함께 정권에도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냈다.

김 고문은 “조선일보 입장에서 보면 경찰도, 어느 의미에서는 정권도 이 ‘장자연 사건’의 진행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당국의 무능과 무력, 또는 관음증(?)이 사태의 ‘주연’ 같고, 일부 ‘안티 조선’의 조바심이 ‘조연’처럼 보였다”며 청와대를 질타했다.

PD수첩 예고편에 따르면 조현오 전 경찰청장(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조선일보 측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 달라고 나한테 협박을 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우리(조선일보)하고 한번 붙겠다는 거냐’라는 이야기까지도 했다”고 폭로했다.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사주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해 경찰 간부를 협박했다면 조선일보 고위 간부들과 훨씬 끈끈한 관계인 검찰과 청와대 민정라인까지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은 충분히 가능하다. 장자연 사건을 덮은 ‘내부자들’을 찾는 진실 규명 작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관련기사 : PD수첩, ‘장자연 사건’ 조선일보 청와대 압력 의혹 밝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