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피 뽑아야 되는 '당원병' 어린이 이야기

[카드뉴스] 당원병 치료법 없어 식이요법과 혈당체크해야…염증치료 주사 맞아야 하지만 자가치료 불가능, 지원 확대돼야

2018-07-28 11:13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media@mediatoday.co.kr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http://change2020.org/) 에서 카드뉴스를 미디어오늘에 보내왔습니다. 바꿈은 사회진보의제들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들 사이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당원병이란

당원병(Glycogen Storage Disease)은 당원축적병이라고도 하며,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체내 특정효소가 결핍되어 나타나는 대사질환입니다. 정상인이 음식물을 섭취하면 혈액 내에 생기는 잉여 포도당은 글리코겐 형태로 간과 근육에 저장됩니다. 그러다가 다시 포도당이 필요하게 되면 간과 근육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은 포도당으로 변환되어 에너지로 사용되게 됩니다. 하지만 당원병 환자들은 관련 효소의 결핍으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환시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식사를 하더라도 식후 2시간 이내 혈당이 소진되면 급격히 저혈당에 빠지게 되고, 이는 정상인이나 당뇨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저혈당이 아니라 10~ 20 mg/dL 같이 회복 불가한 결과를 초래하는 심각한 저혈당이며, 하루에도 수차례 이러한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저혈당에 빠지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매우 잦은 간격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 반면, 필요량보다 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면 과다한 글리코겐이 축적되어 간 비대가 발생하므로 매우 엄격한 식이요법과 함께 지속적인 혈당 측정이 필요합니다. 주간에는 활동에 따른 혈당요구량이 매우 상이함으로 당연히 혈당 체크를 자주 해야 하고, 야간에는 공복 시간이 길어지므로 수면 도중에도 혈당 측정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탄수화물의 섭취가 야간에도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당원병은 변이가 일어난 유전자의 위치에 따라 9~10 종류의 세부 유형으로 나뉘며 간에 발병하는 간형과 근육에 발병하는 근육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세부 유형에 따라 관리의 형태가 상이하며 질환의 정도를 반영하는 주요 혈액 수치들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당원병의 발생 빈도는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당 1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의 경우 당원병 환우회에 가입한 환자 수는 약 40여명 정도이고, 가입하지 않은 환자까지 합치더라도 100명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 치료법이 없는 당원병

당원병은 아직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철저한 식이요법과 고단위 탄수화물(유형에 따라 고단위 단백질 포함)을 이용한 대증요법으로 그 관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기적(년 4회 이상)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혈액 검사와 복부(간, 신장)초음파, 심장초음파 검사 등으로 예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주어야 하며, 비정상적인 혈액 검사 항목에 대한 약 처방 또한 다양합니다. 평상시에도 가정에서 매일 여러 차례에 걸쳐 혈당을 측정하면서 식이를 조절해 주어야 합니다. 당원병 유형에 따라 혈당과 더불어 혈중 케톤 농도, 요산과 젖산 농도를 측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아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젖산혈증(Latic acidosis), 고요산혈증(hyperuricemia), 고지혈증(hyperlipidemia) 그리고 저혈당성 경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당원병 환자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정상인과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으나, 혈당 측정과 식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여러 2차적인 질환과 더불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환자의 경우, 반복되는 저혈당에 따른 심각한 성장지연이 나타나며 2차 성징이 지연되는 경우까지 발생합니다. 10대부터 통풍과 신장 질환, 골다공증이 발생하며 성인이 된 이후 간성종양, 다낭성 난소증후군, 췌장염 발생이 빈번하며 간경화와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육형의 경우 정상적인 신체활동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인슐린 분비로 인한 저혈당을 막기 위하여 극단적인 저 탄수화물 식사를 하며, 대신 혈당 유지를 위하여 고단위 탄수화물인 생옥수수 전분을 하루 3~6회 다량 섭취합니다. 그리고 엄격한 음식제한(과일, 유제품을 포함한 단당류 제한)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양소 결핍을 막기 위하여 단백질 보충제와 칼슘 보충제 및 비타민 보충제 등 각종 영양제를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특이한 경우로 당원병 1b형 환자들은 호중구(neutrophil)와 단핵구(monocyte)의 기능장애로 생후 수년 이내 만성 호중구감소증이 나타나고, 재발성 박테리아 감염과 구강, 장내 점막에 궤양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염증을 방지하기 위하여 당원병 1b형 환자들은 GSCF나 그라신 등의 호중구 염증치료 주사를 지속적으로 맞아야 합니다. 이러한 호중구 염증치료 주사는 매일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주사제를 의사로부터 처방받아 약국에서 구입하여 본인이 직접 주사를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가 치료가 불가능하고 병원에서만 주사를 맞을 수 있는데 매일 병원에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으므로 주 2~3회 내원하여 주사를 맞고 있는 실정입니다.

법에 저촉되는지 모르고

당원병은 희귀유전자질환이라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정되어 치료비의 9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모품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합니다. 당원병 환자에게 필요한 주요 물품으로는 혈당, 혈중 케톤, 젖산, 요산 등을 측정하는 데에 필요한 측정기와 시험지(Test Strip) 등과 각종 영양 보충제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혈당 측정기와 혈당 시험지의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당뇨 관리를 목적으로 한 혈당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 당원병 환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고혈당을 주로 측정하는 당뇨병 환자와는 달리 당원병 환자들은 저혈당을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정상혈당의 범위는 최저일 때 >70 mg/dL로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혈당계로는 저혈당에서 허용되는 오차로 인해 제대로 환자의 상황을 판단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더 낮은 농도의 혈당에서도 응급상황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미국 당원병 연구센터는 여러 종류의 혈당계를 비교,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당원병 환자들에게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미국 Abbott사의 Freestyle Lite)만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저혈당에서 연구된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므로, 한국 당원병 환자들의 상당수가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특정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혈당계와 혈당시험지는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판매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당원병 환자들은 이 혈당계를 개인적으로 해외직구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법에 저촉될 수도 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입니다.

당원병 환자는 유형에 따라 혈당 이외에 혈중 케톤, 젖산, 요산 농도를 병행 관찰하여야 하는데 이들 시험지는 혈당 시험지보다 훨씬 가격이 비쌉니다. 이들 수치를 필수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매일 측정하지 못하고 간헐적으로만 검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당원병 환자들은 충분한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하므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단백질 보충제와 칼슘 보충제 및 각종 비타민 보충제를 섭취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매우 크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당원병은 유전자질환이므로 다자녀 가구의 경우 환자가 둘 이상인 경우도 있어서 소모품 비용 부담은 그만큼 증가하게 됩니다. 이 이외에 최근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연속혈당 측정기를 당원병 환자들도 사용하게 되면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원병 환자들에게도 건강보험적용이 확대되기를

당원병 환자들은 혈당 및 혈액 내 각종 수치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여야 하고, 생옥수수전분과 단백질 및 각종 보충제들을 섭취해야만 관리가 가능하고 정상인들처럼 생활할 수가 있습니다. 이에 다음 사항들이 필요합니다.

첫째, 당원병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각종 혈액검사(혈당, 케톤, 젖산, 요산)용품들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당원병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기와 소모품이지만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지 않는 필수 치료재료들에 대해서 정부 주도로 공급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리고 당원병 환자들도 연속혈당 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조속히 승인하여 주시고 건강보험을 적용돼야 합니다.

셋째, 당원병 1b형 환자들이 매일 맞아야 하는 호중구 염증치료 주사를 본인이 직접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넷째, 당원병 환자들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생옥수수 전분과 단백질보충제에 대해서 의료급여 처방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 많은 나라들이 당원병과 같은 희귀병 환자에게 많은 의료보험 혜택이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은 전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혈당 관리에 많은 재정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당원병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마도 당원병이 워낙 희귀한 질환이다보니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당원병 환자들에게도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환자 수가 그리 많지 않으므로 건강보험공단으로서도 부담이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