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15년, 기아차 여성비정규직의 현재

[나가랏,기아차 성차별④] 법은 정규직이라 했지만 나는 아직 비정규직이다

2018-07-27 10:37       박찬진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여성부장 media@mediatoday.co.kr

2005년 학자금 대출금 갚아보겠다고 딱 1년만 일할 생각으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사내협력사 품질부서에 입사했지만 벌써 근무경력이 13년이다. 당시에는 젊은이들에게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렌토가 나름 로망이었다. 그런 차가 내손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준다는 생각에 나름 자부심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우리 여성노동자들은 꼭두각시처럼 사측이 지시하는 대로 일해야 했고 연,월차 휴가는 고사하고 생리휴가조차 쓰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자부심을 갖고 품질검사를 했지만 사측보다 정규직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한다는 현실에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내가 일하는 공정은 정규직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콘베어 라인이다. 비정규직노동자가 1대당 1분 이상의 검사시간을 소요하며 완성된 차의 불량을 찾아내면 최종공정에서 정규직이 라인 끝에서 불량을 확인하고 수정유무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학대 받았다. 사람 하는 일인지라 불량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량을 놓칠 새면 정규직 확인자가 호출벨을 당기고 불량을 놓친 여성노동자는 콘베어에서 흘러가는 검사차를 뒤로 하고 몇 십 미터 되는 라인 끝으로 달려가 죄송하다고 정규직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아줌마 눈은 달고 일하는 거냐?”, “집에 가서 밥이나 해라!”, “×× 돈 받아 쳐먹으면서 ×같이 일하네!‘ 그 이상 표현 못 할 욕설이 부지기수였고 울면서 집에 가고 젊은 남자들에게 치욕적인 말을 들었다.

왜 우리 여성노동자들이 왜 죄송하다며 정규직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을까?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 당연시 되는 현실이 너무 싫었다. 같은 라인에서 일하면서, 자신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꼭 그래야만 했을까?

그때부터였나보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멋도 모르는 나를 자극시켰다. 단 1년 동안만 벌겠다던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파업이다, 집회다, 쫓아다녔다. 나하나 힘 합친다 해서 뭔들 되겠냐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거라도 해야 했다.

▲ 기아차 여성비정규직들이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회견하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화성공장은 2003년 비정규직 현장투쟁단을 시작으로 우여곡절 끝에 2005년 6월 4일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를 세우고 2005년 11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측의 탄압에 겁도 많이 먹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열심히 투쟁해주신 선배노동자들께 감사드린다. 노조가 생기면서 불합리에 당당히 문제제기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기아차에서 벌어진 채용 성차별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규직노동자가 기댈 노조라는 언덕이 있기에 그동안 혼자서 숨죽여 지낼 수밖에 없었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도 회사나 정규직노조, 정부를 향해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라며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우리 투쟁으로 우리의 삶을 만들어갔다.

그것도 잠시 1사 1노조가 되면서 우리는 정규직과 같은 노동조합에 들어갔다. 일부 비정규직은 우리도 정규직과 같은 노동조합에 소속됐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같은 노조원이어도 차별은 계속되었다. 노사협의도 따로 임금협상도 따로 이루어졌다. 함께 일해도 임금과 노동환경은 계속 차별받고 있었다. 2016년 10월 31일 비정규직지회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아자동차와 기아차지부가 불법파견을 은폐, 축소하는 특별채용을 합의했다.

2014년 지방법원과 2017년 고등법원은 기아자동차 내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며 정규직 전환하라 판결했다. 기아차는 법원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불법파견 면죄부인 특별채용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 전적 시키고 있다. 불법파견 판결에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기쁨도 잠시 10여년 동안 일해 온 내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더군다나 2015년부터 진행된 우대 및 특별채용으로 채용된 1500명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비정규직여성노동자는 특별채용에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고 성차별을 받고 있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2기 집행부가 집행하면서 여성노동자 배제 없는 정규직 전환 및 고용안정을 위해 여성부를 신설했다. 처음 여성부장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두 아이 엄마라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의 불합리한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었고 노조의 노자도 모르는 나였지만 자격을 불문하고 나섰다. 가족을 설득시켜 어렵게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첫 여성부장이 됐다.

▲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여성위원회는 지난 4월14일 결성됐다.

너무 부담스러웠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부족하지만 하나하나 배우며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했고 2018년 4월 14일 불이익과 차별에 노출된 여성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첫 여성위원회가 발족했다. 불법파견, 노조파괴, 경영세습,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 각종 범죄를 일삼는 현대기아차 재벌의 갑질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사측은 2014년 1심, 2017년 2심 고등법원의 기아자동차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 판결을 축소, 은폐하는 특별채용이라는 정규직전환이 아닌 비정규직 일부를 채용하는 편법을 동원해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진행된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우대채용 및 특별채용과정에서 1500여명 정도 정규직채용이 되었으나 여성노동자는 단 한명도 채용되지 않았고 비정규직공정이 정규직공정으로 인소싱되면 남성을 포함, 여성 비정규직은 의도치 않게 10년이 넘게 일해 온 공정에서 쫓겨나 다른 업체로 강제 전적되고 있다.

이에 분노한 우리 여성 비정규직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6일에는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여성채용차별 및 강제전적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우리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움직임으로 기아차 첫 여성합격자가 발표됐다. 이번 3차 특별채용에서 화성공장에서만 남성 182명 여성 26명이라는 합격자를 했는데 사회적 논란을 의식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생색내기 식으로 여성을 채용했다.

면피용 여성채용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극소수의 여성채용으로 채용성차별이 해소된 것도 아니거니와 마냥 웃을 수 없는 건 근본 문제는 불법파견에 따른 강제전적이다.

또한 여성비정규직 배제에 앞장서는 기아차 정규직노조를 비판하는 한겨레 기사는 통쾌하기 짝이 없다. 일부 정규직의 비정규직 차별 유지에 반대하는 것은 노노갈등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갈등이 아니라 평등이다. 하지만 더 이상 복지나 노동강도를 거론하며 여성 비정규직 채용을 배제하는 비겁한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이미 우리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채용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돼왔다. 더불어 ‘정규직의 고충처리 해소’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공정을 인소싱해 정규직 남성들이 여성들이 일하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강제전적된 여성들은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 사회적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자신들의 고충을 여성비정규직의 공정을 빼앗기 전에 사측에 인원충원 및 노동환경 완화를 요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더 이상 사회적 고립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 여성노동자들은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공정으로 입사했다. 다른 업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여성이라 힘이 약해서 쉬운 일을 달라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내가 법으로 불법파견 공정이라 판결 받은 내 자리에서 일하고 싶을 뿐이다. 더 이상 ‘정규직의 고충 해소’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단지 여성이 하는 일이라 쉬워 보인다는 선입견에 여성노동자들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의도치 않은 강제전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되거나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청소, 식당 업무는 컨베이어벨트를 타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측이 직접생산공정과 무관하다고 분류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더군다나 이들 업무는 임금차별로 이어져 식당,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고용과 임금에서 이중차별을 받고 있다. 법원은 기아자동차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법원판결대로 불법파견 공정에서 15년이 넘도록 차별받고 투쟁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현대기아차자본의 불법파견, 불공정거래, 노조파괴, 경영세습 갑질을 철폐하고 범죄자 정몽구-정의선 부자를 처벌하기 위해 원,하청 노동자와 전국의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기아자동차 여성 비정규직은 2005년부터 불법파견에 맞서 싸운 주체다. 법원 판결에 여성을 배제하라는 내용이 없는데도 찔끔 정규직전환에다가 강제전적 당해 기존의 일자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비정규직인 청소, 식당노동자들은 KTX 승무원과 동국대 청소노동자 직접고용처럼 기아자동차가 직접고용해야 한다.

최근 미투운동으로 우리 여성들은 말하기 시작했고 용기 있는 여성들이 많이 나서고 있다. 기아차 여성 비정규직들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기아차 비정규직노동자의 불법파견과 여성비정규직 차별과 강제전적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지난 5월 국가인권위 기자회견 당시 상징의식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