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홈쇼핑 연계판매 합법? 면죄부 준 방통위원장

[기자수첩] 미디어렙법 적용할 문제 방송법만 적용하고 종결, 부실 보고서 인정하고 재조사해야

2018-07-27 15:16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아냈지만 불법은 아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편과 홈쇼핑의 연계편성을 방통위가 적발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 받자 이렇게 말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3개월 전 작성한 실태점검 보고서를 입수해 방통위가 종편과 홈쇼핑의 연계편성 110건을 적발하고도 법 적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종결처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연계편성은 교양 프로그램에서 특정 제품과 성분을 홍보하면 같은 시간에 인근 채널인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행위다. 방통위는 방송사가 갑질을 하지 않아 방송법상 문제가 없고 방송 편성에 관여하는 건 방송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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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위원장은 “방송사가 그런 행위를 한 게 아니고 납품업체가 한 일로 법에는 규제하는 내용이 없다”며 “개선사항을 (종편에) 요구하겠지만 방송사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홈쇼핑과 종편이 시간을 맞춰 광고성 방송을 내보냈지만 방통위는 홈쇼핑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만 문제 삼은 것이다.

▲ 방통위의 홈쇼핑 연계편성 실태점검 보고서.

그러나 이효성 위원장은 문제의 본질은 언급하지 않고 변죽을 울렸다. 해당 조사결과 종편이 법적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방통위가 고의 또는 과실로 엉뚱한 법을 적용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결론 낸 것이다.

이 조사는 설계부터 잘못됐다. 방통위는 방송법 위반행위 여부만 조사했지만 홈쇼핑 연계판매는 미디어렙법 위반 행위로 조사해야 한다. 미디어렙은 방송사의 광고영업을 대행하는 회사를 말하는데 종편은 1사1렙 체제로 MBN의 광고영업은 MBN미디어렙이 전담하고 있다. 미디어렙법에는 방송이 편성을 좌우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홈쇼핑 연계판매는 방송사가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홈쇼핑 탓에 방송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편성이 조정됐는지를 따지는 게 맞다.

방통위 보고서에는 충분한 정황도 있다. 이미 오래 전에 나간 방송이 갑자기 재방송된 경우가 있었고, 특정 종편은 유독 연계편성에 맞물린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많다는 대목이 있다. 이 경우 광고를 위해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편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는 ‘종결’처리가 아니라 이 대목을 중심으로 추가조사를 했어야 한다.

실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방통위가 그렇게 일했다. MBN 미디어렙 직원들의 불법적 광고영업이 담긴 영업일지에서 연계판매 3건을 처음으로 적발해 미디어렙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애초에 편성 때부터 미디어렙과 MBN이 관여한 대목도 나왔다. 당시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통위 방송시장조사과가 조사를 담당했지만 이번에는 수십배에 달하는 문제를 발견하고도 미디어렙법 위반 여부는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 2015년 9월 방통위 전체회의 회의록. 방통위는 홈쇼핑 연계편성이 미디어렙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통위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방송시장조사과 관계자는 “미디어렙법을 적용해야 할줄 몰랐다. 3년 전에 미디어렙법 위반으로 처벌한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백번 양보해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이런 행정을 하고도 넘어가는 일은 납득하기 힘들다.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알고 계셨으면 정확히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효성 위원장은 “조만간 발표하려 했는데 언론이 미리 알고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4월에 작성된 보고서가 3개월 동안 위원들에게 보고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부실한 보고서임에도 왜 보완하라는 지시조차 없었는지 방통위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이효성 위원장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위해 여야 추천 방통위원들의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번 홈쇼핑 연계편성 봐주기도 결국 방송사들의 시청자 기만 광고영업에 면죄부를 주게 됐다. 방송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곤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사 광고진흥기구가 아니라 잘못하면 처벌하고, 제도가 부실하면 보완해야 하는 ‘규제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