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눈먼 돈 ‘입법·정책개발비’도 공개된다

“예산 낭비·부패 근절” 시민단체 정보공개 소송, 국회 대법원 상고 포기… 법원 “국민 알권리 보장, 국회의원 공정 업무수행 지장 없어”

2018-07-28 13:17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국회 특수활동비에 이어 그동안 국회의원들의 ‘표절 정책자료집’을 만드는 데 세금을 낭비했다고 비판받았던 국회 입법·정책개발비 지출 증빙서류도 공개될 예정이다.

국회 입법·정책개발비는 특활비보다도 많은 연간 86억 원에 달하는 예산 항목으로 각종 세미나·토론회, 소규모 정책연구용역, 정책자료 발간, 도서구입비 등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책연구용역만 하더라도 상당수가 표절인 것으로 드러나 국회 예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행정3부·부장 문용선)은 지난 5일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전화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외하고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국회사무처는 대법원 상고 기일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상고 포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항소심 패소 후 국가 기관의 행정소송을 지휘하는 법무부에 상고 포기 의견을 전달했고, 이날 법무부로부터 이를 인용하는 회신을 받았다.

지난해 11월1일 뉴스타파 “[국회개혁] ‘표절 정책자료집’ 19대 국회의원은 모두 17명” 리포트 갈무리.
하승수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6월 국회에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집행된 국회 입법·정책개발비 영수증과 계약서, 견적서, 집행내역서 등 증빙서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국회 측은 입법·정책개발비 집행내역만 공개하고 나머지 영수증 등 증빙서류 공개를 거부했다. 이를 모두 공개하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제약돼 국가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높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하 대표는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 대표는 “국회가 정책자료집을 발간하는 예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증빙 서류들로서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와 무관한 것이므로 이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국가안전보장 등에 지장이 초래될 염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또 “예산 집행 관련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예산 낭비나 부패의 근절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며 “국회사무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1·2심 법원 역시 “입법·정책개발비 지급신청서, 사례금 지급 영수증 등의 정보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회의원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개연성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19일 뉴스타파 “[국회개혁] 국회의원 14명 잘못 인정... 5명 ‘예산 반납하겠다’” 리포트 갈무리.
아울러 법원은 입법·정책개발비를 받은 개인의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전화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수령자의 성명과 소속 직위 등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1·2심 재판부는 “입법·정책개발비는 국회의원의 입법 및 정책개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급되는 것이므로 입법·정책개발비를 받은 개인의 성명, 소속, 직위가 공개됨으로써 예산의 투명한 사용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입법·정책개발비가 구체적으로 사용된 용도, 즉 연구용역의 대가이거나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토론회, 공청회에 참여한 것에 대한 사례에 비춰 입법·정책개발비 수령인의 성명과 소속, 직위가 공개된다고 수령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뉴스타파가 입법·정책개발비를 받은 19·20대 국회의원들의 정책자료집을 분석한 결과, 출처와 인용 표기 없이 다른 기관의 자료를 베껴 정책자료집을 낸 의원이 42명이나 됐다. 이런 표절 정책자료집 발간을 위해 1권당 900만 원까지 청구해 받아간 의원도 있었다.

한편 하 대표가 20대 국회를 상대로 진행 중인 정보공개청구 소송 중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예비금, 의장단 및 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 세부집행내역도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에서 공개 판결이 나왔다. 아울러 국회 예산 중 특정업무경비와 정책자료집 발간 및 발송비 지출 증빙 서류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도 내달 30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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