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겸직위반 소지 인권위원 사퇴 촉구

한국당 추천 김민호 위원, 제일기획 사외이사 겸직 “법 위반 아니고, 합리적 판단해왔다”

2018-07-30 16:41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자유한국당 추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김민호 후보자가 현직 제일기획 사외이사와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에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는 위법 소지가 있고, 과거 김 후보자가 작성한 인권 관련 칼럼 내용이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김민호 위원은 “겸직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석했고, (칼럼도) 나름 합리적 판단을 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거 보수정당 추천 인권위원장이나 인권위원들 일부가 인권에 부합한 철학을 갖지 못하고 진영논리에 빠져 있었다고 인정했다.

국회는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후보자인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선출안을 가결했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김 후보자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이명박 정부)을 지냈으며 정보인권 법제도와 관련한 연구이력을 가지고 있다.

인권단체인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7일 내놓은 성명에서 김 후보자의 제일기획 사외이사 겸직,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겸직 등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현재 제일기획 사외이사로 임기가 오는 2019년 3월10일까지로 돼 있다. 김 후보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외이사 현직을 유지한 채로 자유한국당 추천 공모에 응모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김 후보자는 향후 인권위원을 수행하는 기간 중에도 제일기획의 사외이사 직을 겸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직을 인권위원직과 겸임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서의 차별과 성희롱을 판단하는 인권위원회의 기능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이미 제일기획의 사외이사 선임시부터 김 후보자는 ‘삼성 방패막이’ 역할을 할 만한 인사로 시민사회로부터 지목 된 적이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볼 때 김 후보자의 재벌 계열사의 사외이사의 겸직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겸직금지규칙 제2조 제2항 제2호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공동행동은 김 후보자가 부패방지권익위법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현직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인 점과 관련해 공동행동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제17조 2호가 행정기관의 임·직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기관에 해당하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사임하지 않고 국가인권위원 직을 개시하는 것은 곧바로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공동행동은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인권관이나 철학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2~2014년 대표적인 뉴라이트 단체인 ‘바른사회 시민회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김 후보자는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농성에 대해 2013년 2월4일자 문화일보에 쓴 기고에서 “人間(인간) 존엄성까지 모독하는 시신(屍身)시위”라고 비난했다. 김 후보자는 2015년 11월20일자 문화일보에 쓴 칼럼 ‘도입 필요성 커진 복면시위금지법’에서 복면시위금지법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아무런 실익이 없고 무익한 분열만을 조장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를 두고 공동행동은 “그의 언행에서 볼 때, 김 후보자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요청하는 인권위원의 자격을 전혀 갖추지 않았음이 분명하다”며 “따라서 김 후보자는 조속히 사퇴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김민호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후보자. 사진=김민호 블로그
이에 대해 김민호 후보자는 3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응모하기 전에 인권위 겸직 금지 규칙을 자세히 검토했고, 해당사항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며 “인권단체의 그런 염려를 이해한다. 하지만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이 건전해지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제일기획의 경우 직장내 성문제 등 불편한 사안도 많았지만 어느 기업 보다도 프로세스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사외이사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인데도 오히려 자본 종속이라고 논리를 펴면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직 중앙행정심위원을 사임하지 않고 행정기관(국가인권위원) 임직원 직을 시작하는 것은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지적에 김 후보자는 “역대 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나 비상임위원 중에도 중앙행정심판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싱임위원이나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 모두 공직이 아니다. 겸직 금지 위반이라는 논리는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과거 자신의 칼럼이 인권위원으로서 자격미달이라는 비판에 김 후보자는 “공법학 교수로서 국민인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중앙행정심판위, 진실화해위에서 인권의 잣대로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천부인권적 또는 보편적 인권을 위해 양심에 따라 판단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일보 일부 글도 전후를 재단해서 가져올 것이 아니라 전체 맥락을 보면 당연히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썼다”며 “다만 표현하는 방식 등이 우려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이다. 이를 인권유린이나 비인권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후보자는 과거 보수정당에서 추천한 국가인권위원의 경우 일부 인권위원으로서 철학과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인권위원장 중에도 그다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분이 (인권위 활동을) 하신 분도 있고, 저 역시 그것은 인정한다. 종래의 보수정당이 추천하거나, 보수정권에서 대통령이 추천한 분, 대법원장이 추천 분 중에는 인권과 관련해 깊은 고민이나 성찰이 없던 분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활동하면서 철학과 고민 없이 진영논리에 따라 판단했던 사람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저에 대해 우려했던 분들도 (제가 주장하는) 항목 하나하나의 우려 보다는 진영논리와 프레임 속에 가두어서 평가하는 것 역시 비인권적이다”라며 “우려하는 모습이 실제로 나왔을 때 비판해도 늦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것이나 정규재 TV에 출연한 것등이 그쪽 진영에서 활동하고 커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김 후보자는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경우 저와 생각이 맞지 않는 분들이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제 생각 보다 경직된 부분도 있고 해서 요즘은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라며 “정규재 TV는 사이버 시큐리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출연했다”고 답했다. 그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가 합리적으로 활동하려고 나름대로 발버둥쳤는가가 많이 드러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퇴요구에 “제가 수긍할 수 있는 논거가 아니기 때문에 시작도 안했는데, 엄청난 물의를 일으키거나 시작된 것도 아니고 국회 선출과정이 끝날 뿐인데 지나친 요구나 주장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