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아동 이미지 차용 성인용품’ 판매 논란

어린 소녀 신체 빗댄 성인용품, ‘로리’ 검색어로 수십개 상품 떠… “이게 ‘아동음란물’ 아니면 뭐가 음란물이냐” 비판

2018-07-30 17:38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연상케하는 남성 성인용품 판매를 전면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아동 이미지를 이용한 성인용품을 사용하는 남성들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며 판매자 엄중 처벌도 촉구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아동의 이미지를 사용한 남성 자위용품 판매를 즉각 금지시키고, 관련 법령에 의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아동 이미지 차용 성인용품’ 논란은 지난 20일 경향신문이 ‘쿠팡 등 소셜커머스에서 해당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확산됐다. 문제 상품 표지엔 ‘로리’라는 어린 소녀를 지칭하는 문구와 함께 하체 탈의를 한 어린 소녀 캐릭터가 그려져있다. 제품을 어린 소녀의 성기로 전제한 홍보 문구도 쉽게 발견된다.

▲ 아동 이미지 차용한 성인용품 관련 표지 및 설명서. 사진=십대여성인권센터 홈페이지
▲ 한소셜커머스에서 '로리'를 검색하면 연관 성인용품 목록이 뜬다.

실제로 쿠팡, 옥션 등 소셜커머스 검색창에 ‘로리’를 치면 성인용품 목록 수십개가 뜬다. 목록 상엔 ‘19’라는 숫자만 뜨지만 19세 인증 절차를 거치면 소녀 캐릭터와 성기 이미지가 그려진 제품 표지를 볼 수 있다. ‘상자 속의 로리’ ‘망상 로리’ ‘성숙 로리’ 등이 제품명이다.

제품 세부사항엔 ‘품절임박!’ ‘로*배송’ 등의 홍보 문구도 적혀 있다. 관련 설명서엔 조형물의 구조와 재질, 사용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센터는 이와 관련 “2008년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사건, 2010년 부산 김길태 살인사건, 2017년 중랑구 어금니아빠 살인 사건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끔찍한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되고, 피해아동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며 그 수법도 매우 잔인해지고 있다. 심지어 소아성애를 비롯한 로리타컴플렉스, 로리 라는 키워드는 인터넷 매체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어린아이나 귀여운 소녀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로 여기고 넘어가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이는 소아와 성행위를 하거나 성행위를 하는 것을 상상하며 성적 흥분을 하는 증상으로 성도착증 종류 중 가장 심각한 정신질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2조에 따라 정부 관계부처가 제품 판매·유통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청법 2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다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으로 규정한다.

반면 관계 부처는 법과 판례에 따라 문제 제품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본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청법 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표현물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필름·비디오물 등의 화상·영상으로 규제돼있다”고 밝혔다. 음란물의 법적 정의에 영상이 아닌 그림이나 조형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불법유해정보 심의·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도 “법 집행 기관이기에 현행 법과 판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며 “2014년 대법원 판례는 주된 내용이 ‘아동·청소년의 성교행위를 표현하는 것’이면서 등장인물이 ‘명백히 아동·청소년’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 제품은 대다수 일본에서 수입된 것으로 공식 통관 절차를 거쳤다. 관세청 산하 성인용품통관심사위원회가 관세법 234조에 따라 풍속저해 여지가 있는 수입품을 심의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지 않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걸 보고 누가 ‘아동 음란물’이라 여기지 않겠느냐. 어린 아이를 자녀로 둔 학부모가 이걸 봤다면 기겁을 할 것이다. 일반인 정서의 성적 혐오감이 분명히 있는데 왜 매체 심의 주무관청들은 이를 좁게만 해석하느냐”고 반박했다.

조 대표는 “성인용품 자체가 아니라, 아동·청소년을 차용하는 이미지가 안된단 거다. ‘탄력있는’ ‘로리스러운’ 이런 문구는 아이들의 성숙하지 않은 성기를 표현하는 말”이라며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아무 통제 없이 밑도 끝도 없이 흘러들어오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일본에서 여고생을 성적 대상화한 ‘제이케이 비즈니스’ 산업이 굉장히 활성화된 예가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청원 취지를 “우리 사회는 소름끼치고 끔찍하니 이런 문제를 안 보려고만 했다. 그런데 대표적인 소셜커머스에서 아무 문제 의식없이 제품을 대량 유통시키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면 묵인할 수 없다. 논의를 시작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