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협박”

‘PD수첩’ 인터뷰서 “사장 조사에 정권 운운, 간부가 두세 차례 찾아와 협박”… 당사자 “당시 통화사실 없다”

2018-07-31 12:04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조선일보 측 관계자가 나에게 찾아와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하고 한 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달라고 조선일보 측에서 경찰에 굉장히 거칠게 항의를 했습니다. 모욕으로 느꼈고, 정말 협박으로 느꼈죠.”

2009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간부로부터 수사 중지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조현오(63) 전 경찰청장의 인터뷰가 31일 밤 11시10분 MBC ‘PD수첩’에서 공개된다.

PD수첩이 예고편을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 전 청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경찰서에) 들어와서 조사를 받으시라고 하니 (조선일보 간부가) 나한테 와서 정권을 운운하면서 협박하니까 (힘들었다)”며 “두세 차례 정도 와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온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방상훈(70) 사장은 장자연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었지만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경찰은 2009년 4월23일 방 사장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으로 직접 찾아가 회의실에서 약 30분가량 조사하고 끝냈다. 경찰은 방 사장이 장씨와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도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MBC ‘PD수첩’은 31일 ‘고(故) 장자연’ 편 2부를 방송할 예정이다. 사진=PD수첩 예고편 갈무리.
조 전 청장은 “조선일보 측에서는 우리 경찰에서 (정보를) 흘리지 않으면 왜 자꾸 그런 이야기가 거론되느냐. 이런 시각을 가지고 우리한테 굉장히 거칠게 항의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우리(조선일보)하고 한번 붙겠다는 거냐’라는 이야기까지도 했다”고 밝혔다.

PD수첩 등에 따르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조현오 전 청장을 협박했다는 조선일보 간부는 이동한 당시 사회부장이었다. 이 전 부장은 이후 조선일보 논설위원·총무국장을 거쳐 지난 3월 조선뉴스프레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3일 민갑룡 경찰청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현오 전 청장에 따르면 당시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기경찰청을 찾아와서 ‘장자연 사건 수사하러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소환한다는 걸 알고 있다. MB정부랑 조선일보가 한판 붙겠다는 거냐’고 수사 중지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당시 조선일보가 조 전 청장뿐 아니라 강희락 경찰청장과 이강덕 청와대 치안비서관 등 경찰 핵심 간부들에게 수사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취재 결과 드러나고 있다. 이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민 청장은 “네”라고 답했다.

조 전 청장의 주장과 관련해 이동한 조선뉴스프레스 사장은 지난 20일 미디어오늘에 “본인은 조현오 전 청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압력으로 느낄 수 있는 말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또한 수사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을 만난 일이 없으며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미디어오늘은 홍 의원이 제기한 조선일보의 청와대 압력 의혹 관련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이던 이강덕 포항시장 측에 사실관계를 물었지만, 이 시장 측은 “그런 주장을 처음 들었다”며 “이 시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PD수첩 측으로부터도 공식 취재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MBC ‘PD수첩’은 31일 ‘고(故) 장자연’ 편 2부를 방송할 예정이다. 사진=PD수첩 예고편 갈무리.
31일 PD수첩이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올린 영상을 보면 조 전 청장은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을 직접 방문해 PD수첩 제작진을 만났다. 조 전 청장은 박건식 PD수첩 팩트체크 팀장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이자 TV조선 전무인) 방정오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확인이 됐느냐”고 묻자 “네. 그게 확인됐다. (장자연씨 휴대폰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위치했던 휴대폰 주인인 사용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방정오(40) 전무 역시 장자연의 모친 기일로 알려진 2008년 10월28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호텔 지하 유흥주점에서 지인들과 함께한 술자리에 장씨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방 전무는 “그날 이전이나 이후에 장씨와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면서 “나는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먼저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이는 경찰의 과거 수사 당시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날 방송되는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에서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 선상에 올랐던 조선일보 사주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조선일보가 특별취재팀(TF)을 꾸려 어떤 역할을 하게 했는지도 추적할 예정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장자연이 방용훈(66·방상훈 사장 동생)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무를 만났던 자리에 합석했던 조선일보 사주 일가 핵심 측근을 취재하다가 이 측근의 가족이 2009년 3월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조선일보 특별취재팀(TF) 기자였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 관련기사 : [단독] ‘장자연 리스트’ 사건 핵심증인 딸 ‘조선일보 TF’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