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통진당 과감한 해산의 기대효과”도 검토

이석기 전 의원 2심 결과,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유불리 검토… 헌재 ‘정치적 결단’ 내릴 거라며 ‘과감한 해산’ 언급

2018-07-31 17:27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박근혜 전 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의 과감한 해산 결정의 긍정적 효과를 미리 검토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140813) 내란음모사건 항소심 선고 관련 보고’ 문건엔 법원행정처가 ‘헌재는 과감한 정당해산 결정으로 보수 세력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운 사실이 나온다.

▲ 대법원. 사진=민중의 소리

문건은 2014년 8월13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8월11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 선고가 난 지 이틀 후다. 법무부가 2013년 11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헌재에 청구한지 9개월이 지난 때로, 헌재 결정은 2014년 12월 났다.

이 전 의원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의원에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유죄를 선고하고 내란음모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던 내란음모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는 항소심이 헌재 정당해산 결정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종합 평가했다. 문건엔 “1심 결론보다는 정당해산 결정에 부정적 요소가 증가했으나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없고 결론은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헌재가 충분한 재량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적혀 있다.

법원행정처는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셈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헌재는 최종 결론의 시기를 대법원 판결 시기를 고려하여 자신들의 존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로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140813) 내란음모사건 항소심 선고 관련 보고’ 문건 중

법원행정처는 이어 “더 나아가 종국적인 결론에서도 그러한 정치적 고려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이라며 그 근거로 “과감한 정당해산 결정의 기대 효과”를 거론했다.

효과로는 헌재가 △보수적 정치 세력과 일부 여론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고 △법원에 비해 선명하고 강한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으며 △법원 사실 인정에 관해 우회적·간접적으로 비판해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긍정적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시기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140813) 이석기항소심판결설명자료(여당)’ 문건도 발견됐다. 법원행정처가 이 전 의원 항소심에 대해 ‘정당해산심판에 전반적으로 유리하다’는 검토 의견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대상으로 작성한 문건이다.

법원행정처는 항소심이 “1심 판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통합진보당 측에 유리하게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1심 판결은 어차피 상급심에서 인정되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문건은 이어 ‘항소심 판결의 내용적 측면 (정부측에 유리한 판시내용)’을 검토하며 “정당해산심판에서 정부 측에 유리한 판시내용이 많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법원행정처는 “법리적인 결론 뒤에 있는 사실적인 판단과 재판부의 상황인식이 충분히 판결에 드러나 있다”며 “항소심에서는 ‘내란음모죄’ 자체가 형사적 법리에 따라 인정되지 않았을 뿐, 상당한 조직성과 결집력을 가진 상명하복 체제의 조직의 존재 자체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목적성, 조직의 상부계층에 있는 피고인들의 선동행위, 조직원들 사이의 공감대와 실행행위의 개연성 등 사실적인 영역에 관하여는 충분한 사실적인 판단을 했다”고 적었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410건 중 공개되지 않았던 문건 196개(미공개문건 228개 중 중복문건 32개 제외)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