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아바타’ ‘친노 70명’ 노골적 분류… 대법원의 민낯

노골적 인물 성향 분류, ‘블랙리스트 필요’ 직접 거론… 서기호 전 의원 압박정황도

2018-07-31 21:54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법원행정처 내 컴퓨터에서 국회의원을 친노·주류·비주류로 분류하고 법률가 블랙리스트 필요성을 거론한 문건이 추가로 발견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최대 역점 과제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전 정부 개헌론에 힘을 실으려 했던 정황도 함께 확인됐다.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000086 야당 분석’ ‘제20대 국회의원 문건’ 등 문건을 보면 국회의원, 법학 교수, 변호사 등 상고법원 설립 추진과 연관된 직군 내 인물 성향을 분석하고 관련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려 한 시도가 확인된다.

▲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문건 중 일부 문건 표제.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야당 분석’은 “원혜영 의원은 친노와 가까움”이라며 “그러나 야권내 개헌파 내에서도 ‘선(先) 최○○(최순실)-후(後) 개헌’ 기류가 고착돼 이들의 기대대로 개헌론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전 정부 때 원활한 개헌론 논의를 위해 동향을 파악한 대목이다.

‘선 최순실 후 개헌’ 기류는 당시 박근혜 전 정부 국정농단 사태로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뜻한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된 와중에 작성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문건은 “이번 사태가 수습되고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대선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는다. 임기 내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법원행정처는 “친노로 70명”이라며 ‘박범계, 이춘석, 금태섭, 노웅래, 원해(혜의 오기)영, 이석현’ 등 이름을 거론했다. 이 중 백재현 의원 옆엔 화살표를 그려 ‘정세균 직계’라고 적었다.

법원행정처 문건은 전해철, 이호철, 홍영표, 최재성, 진성준, 전병헌 의원 등을 주류로 분류해 최재성 이하 의원에 대해선 ‘대선 준비 중’이라 적었다. 민병두 전 의원은 비주류로 분류됐다.

▲ ‘000086 야당 분석’ 문건 중 법률가 블랙리스트 거론 대목.

다음 페이지엔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십수명 이름을 기재해 정치성향을 파악한 흔적이 나온다. ‘황아무개 교수는 정아무개 교수의 아바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 성향)’ 등의 노골적인 분류 정황도 적혀 있다.

마지막 장엔 “블랙리스트 작성→안 되는 이유를 퍼트려야 함”이란 메모가 적혀 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 성창익 변호사, 송상교 변호사, 박주민 의원 등 법률가 9명이 대상으로 적혔다.

이들은 개헌 작업이 시작되면 구성될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이나 입법조사관으로 지명되면 안되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약 60페이지 분량의 ‘(160727)제20대 국회의원 분석(김○○)’ 문건엔 의원 별로 가까운 법조인, 주요 이력, 평판, 사법부에 대한 인식 등이 정리돼 있다. 주요 의원을 대상으로 설득·포섭 전략을 검토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야당 설득 및 대응 전략’ 문건 등을 종합하면 상고법원 설립안 통과를 위해 의원 성향을 분석한 문건으로 추측된다.

▲ ‘(150630)VIP거부권정국분석’ 문건 중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전략을 기재한 부분.

법원행정처가 판사 출신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이 진행하던 소송에 종결 압박을 행사한 정황도 나왔다. ‘(150630)VIP거부권정국분석’ 문건엔 서기호 의원이 상고법원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7월2일 변론 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서 전 의원은 2011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 빅엿'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켰고 이듬해 낮은 근무 평가를 이유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서 전 의원은 이에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탈락 취소 소송’을 내 2015년 8월 1심에서 패소했다.

서 전 의원 사건은 문건대로 7월2일 변론이 종결됐다. 문건은 이보다 2일 전에 작성됐다. 서 전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추가 심리할 게 더 있었는데 전격적으로 변론종결되고 패소판결 선고로까지 이어져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며 “상고법원에 적극 반대한다는 이유로 법원행정처에서 변론종결까지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기가 막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410건 중 공개되지 않았던 문건 196개(미공개문건 228개 중 중복문건 32개 제외)를 공개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하의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얻고자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