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 출근, 강제 연차… ‘꼼수’에 신음하는 대한항공 하청

비행기 결항되면 ‘출근 말고 대기’, 조기 퇴근시켜 노동시간 감축도… “일용직처럼 쓴다” 쓴소리

2018-08-01 18:08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1. “비행기 결항됐으니 집에서 대기.” A씨는 출근 직전 일방 대기 지시를 받았다. 출근 1시간 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귀가한 A씨는 일을 하지도, 쉬지도 못한 채 관리자 전화를 기다렸다. 2시간 여 꼴로 ‘대기 지시’가 왔다. 결국 마지막 비행기마저 결항되자 쉬라는 통보가 왔다. 그날 A씨 근무기록은 ‘연차 소진’으로 등록됐다.

#2. B씨는 하루에 두 번 출근한다. 새벽 5시에 한 번, 오후 2시에 한 번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출·도착하는 비행기가 없어 ‘중간 퇴근’ 지시가 내려온다. 4~5시간이 비지만 제대로 쉰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한 달에 많으면 9번, 적으면 5번 이 코드가 근무표에 찍혔다. 동료들이 ‘부당하다’며 줄지어 퇴사했다. B씨도 결국 회사를 나왔다. (에어코리아 전 직원 A·B씨 사례 재구성)

대한항공 지상여객서비스 도급업체 ‘에어코리아’가 노동법을 어기면서까지 직원 근무시간을 변칙 운용해왔다. 에어코리아는 비행기 결항 시 직원들 출근을 막고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게 하거나 출·도착 비행기가 적을 때 조기퇴근 시켰다.

▲ 사진=에어코리아 로고

한 지역공항 대한항공 카운터에서 일했던 A씨는 갑작스런 대기 지시를 받고 출근 못한 적만 수 개월간 네 번이 넘었다. 모두 연차 소진 처리됐다. 오전조 출근 날엔 새벽 5시40분에 대기 지시를 받기도 했다. 출근 준비를 다 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 귀가한 동료 경험담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대부분 비행기 결항에 따라 하루 일감이 줄면서 내려오는 지시였다.

이미 출근했다면 ‘조기퇴근’ 지시가 내려왔다. 탑승객이 적거나 비행기가 결항되면 일찍 퇴근시키는 관행이다. 밤 9시까지 근무하는 날인데 저녁 6시 비행기가 결항돼 저녁 6시에 퇴근 지시를 받는 식이다. 이 경우 근무시간은 3시간이 빠진 5시간으로 책정된다.

김해공항에서 일했던 B씨의 하루 두 번 출근 사례는 알바노동자의 ‘시간 꺾기’와 유사하다. 시간 꺾기는 식당을 예로 들면 손님이 적은 오후 2~4시 동안 ‘쉬고 오라’며 알바노동자를 외출시킨 뒤 노동시간에서 빼는 것이다. 근무시간 감축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 

강제 연차 소진과 조기퇴근 지시는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 노동자 의사에 반해 약속된 노동시간보다 적게 근무하는 경우 ‘사업장 귀책에 따른 휴업’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평균임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이다. 고용주의 노동시간 단축 지시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시간에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

연차는 당사자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고용주는 연차 사용을 촉진할 수 있지만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 의사에 반해 연차를 사용했다면 근로기준법 60조가 정한 노동자의 자유로운 '연차 시기 지정권'이 박탈된 셈이다.

하루 2회 출근 코드 또한 이미 지상직 사이에서 논란이 돼 시정된 사례가 있다. 대구공항에서 일했던 지상조업사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직원들은 오전 6시 출근해서 9시 퇴근하고 저녁 6시에 다시 출근해 밤 10시경까지 일하는 코드가 있었다. 노조가 설립되면서 반발이 거세지자 회사는 2016년 초 경 하루 2회 출근 코드를 없앴다.

▲ 5월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A·B씨는 직원들이 부당한 상황임을 다 알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일한다 전했다. A씨는 “일이 많을 땐 인원을 더 넣어주지도 않고 연장근로도 시키면서, 일 없으면 내보내는 식이다. 인건비만 아깝게 생각하니 그런 것”이라며 “현장에선 ‘일용직인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에어코리아 본사 측은 이와 관련 “휴가를 강제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사실 확인이 안돼서 더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하루 2회 출근 코드와 관련해 본사 측은 “계속 직원을 뽑아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 있는데, 채용 현황을 알아보고 묻는 것이냐”며 “언론에 답변할 의무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의 손자회사다. 에어코리아 지분 100%는 한국공항이 갖고 있고 한국공항의 지분 59.54%는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사 정석기업과 주식회사 한진이 2014년 12월 에어코리아 지분 25%를 각각 한국공항에 넘기면서 한국공항 자회사가 됐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 및 제휴 항공사, 진에어의 여객운송 업무 및 인천·김포·광주·대구 등 공항에서 대한항공 VIP라운지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에어코리아는 국내 15개 공항에 지점을 두고 있다.


에어코리아는 이와 관련 지난 2일 “연차 강제 소진 요구를 한 경우는 없으며 하루 2회 출근은 비행편수 편중에 따라 부득이하게 적용했던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에어코리아 측은 연차 강제 소진 문제에 대해 “비행 편 결항이 확정될 경우 사전에 직원들에게 연차 휴가 실시를 권고한 경우는 있으나 회사에서 당일 일방적인 대기 지시 후 강제로 연차 휴가 처리한 경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2회 출근 문제와 관련해 에어코리아는 “항공업무 특성 상 아침, 저녁으로 비행편이 편성되어 있는 일부 지방공항의 경우 부득이하게 ‘하루 2회 집중근무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업계가 탄력근무제 적용을 받기에 노동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에어코리아는 “회사는 직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특정 직원에게 스케줄이 편중되지 않도록 배정하고, 근무 시 별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반차 휴가제도 운영을 검토하고, 적정인력 확보를 위한 충원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