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만찬 직후 ‘산케이’ 보도 쏟아낸 조선일보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조선일보 보도 분석 결과 ‘행정처 문건’이 예시로 든 피해사례·해외사례·소송비용 등 담겨

2018-08-04 17:31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조선일보에 광고·협찬금을 지급하고 우호적 보도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의 내용과 조선일보 보도의 공통점이 다수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 법원행정처 문건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본지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주장했으나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는 문건의 세부 내용이 조선일보 보도와 유사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법원행정처와 조선일보 기자들의 만찬 내용을 담은 ‘조선일보 첩보 보고’문건에는 ‘산케이 지국장 형사사건에 대한 이해 제고 및 적극 보도 의사’라는 대목이 있다. 법원행정처 기조실은 “(기자들이) 처음에는 재판장의 소송 지휘권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가 상세한 설명으로 정확히 이해한 후 그 자리에서 보도 분량 및 논조 강화함”이라고 부연했다. 

만찬날인 2015년 3월30일은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재판 공판날이었다.

▲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31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문건을 추가 공개했다. ‘조선일보 파일’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였다. 사진=대법원 법원행정처 문건.

다음날 보도는 어땠을까. 2015년 3월31일 조선일보는 1면에 “법원 ‘산케이 박 대통령 행적 보도는 허위’”기사를 냈다. 3월 31일부터 한 달 동안 ‘산케이 지국장’을 언급한 조선일보 기사는 12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3건이 1면에 배치됐다. 같은 기간 동아일보(9건), 중앙일보(5건)는 조선보다 보도량이 적을 뿐 아니라 1면에 배치된 기사가 1건도 없었다.

상고법원 홍보기사를 요구한 이후 상고법원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기사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5월4주~6월1주를 상고법원 홍보기사 ‘집중 게재 시기’라고 썼다.

실제 조선일보는 법원행정처가 언급한 기간인 5월28일 상고법원 관련 기사를 4건 실었다.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로 “‘상고법원’ 논의, 국민입장에서 보라”를 냈으며 3면에 ‘상고법원 논의 본격화’ 타이틀이 붙은 기사가 이어진다.

▲ 2015년 5월28일 조선일보 1, 3면 지면.

세부적인 내용 역시 법원행정처 문건이 언급한 내용과 유사했다. 문건에는 △외국사례를 들 것 △반대측 주장인 ‘대법관 증원’ 문제점을 짚을 것 △법무부 4월20일자 공청회 속기록을 참고할 것 등의 설명이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는 세가지 내용이 모두 포함된다. “미영독일 상고허가제… 대부분 2심서 끝” 기사는 “상고법원안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며 독일 사례”를 든다고 전하며 “미국의 연방대법관 수는 9명이고 영국은 12명, 일본은 15명”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사례를 들면서 대법관 대거 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대법원에 연3만7000건… ‘기다리기 지친다, 졸속재판도 싫다’”기사는 “국회 법사위 공청회에선”이라고 운을 띄우며 국회의 법무부 공청회 내용을 다뤘다.

법원행정처의 ‘상고제도 개선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문건의 ‘상고심 사건의 소가 총액(5조)과 당사자 총수(12만)에 관한 기획보도’ 항목 역시 조선일보에 유사한 내용이 있다.

해당 문건 작성 후 한달 가량 지난 2015년 10월21일 조선일보는 사진기사를 포함해 4건의 기사를 냈다. “‘감기환자들 몰려 수술 못하는 격’” 기사는 “1년간 접수되는 상고사건 소송물가액(소가)을 모두 합하면 5조원에 달한다. 상고사건 당사자는 논산시 인구와 맞먹는 12만 명”이라는 내용으로 문건에 담긴 소가 총액과 당사자의 숫자가 등장한다.

같은 지면 “대법관 ‘월화수목금금금’일해도 벅찬데…상고법원 표류?”기사는 대구 공군비행장 인근 거주 주민의 비행장 소음 손해배상소송과 ‘해고무효 확인 등 노동사건’ 등의 사례가 나온다. 이 사례들은 법원행정처 문건이 ‘참고용’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문건에서 조선일보의 ‘태평로’ 또는 ‘데스크에서’ 코너를 통한 칼럼 게재를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2015년 6월1일 “상고심 개편 이젠 결론 내자” 제하의 ‘데스크에서’ 칼럼이 나왔다. 법원행정처 문건에서는 기고를 추진하는 내용도 여러 건 언급됐고 실제 상고법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고글이 지면이 게재됐다.  

민언련은 “법원행정처 문건과 조선일보 기사는 논조는 물론이고 구체적 표현과 예시로 든 사례 등이 대거 일치함을 알 수 있다”며 “독립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기사 거래’ 의혹을 포함한 사법농단의 실체를 규명해내길 바란다. 아울러 타 언론도 ‘동종업계 감싸기 본능’을 버리고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