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동료배우는 어떻게 ‘방용훈’을 봤다고 했을까

[장자연 사건 추적 ⑥] 장자연 동료 윤씨–방용훈 사이 여러 장씨 측근들… 윤씨, 방성훈·박문덕도 봤다고 지목

2018-08-12 10:19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은 제대로 조사를 받았을까요. 경찰은 방 사장을 단 한 차례도 신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PD수첩’은 그에 대한 중요한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장자연 씨의 소속사 후배 김지연(가명)씨. 그녀는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지목했습니다. 그중에는 방용훈 사장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 편 2부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의미심장한 증언이 공개됐다. 방송에서 가명 김지연씨로 나온 윤아무개씨가 장자연이 죽기 전 만난 것으로 확인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밤에 본 적이 있다’고 지목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검·경 수사 결과 방용훈 사장은 2007년 10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중식당에서 당시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과 함께 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자리에는 방 사장과 장자연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를 비롯해 이아무개 CNN 한국지사장, 윤아무개 주한미대사관공사, 한아무개 광고회사 사장, 고아무개 식당 주인(전직 탤런트), 민아무개 중년 여성, 장아무개 중년 여배우 등 9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장자연의 동료 윤씨는 없었다.

▲ MBC PD수첩은 지난달 24일과 31일 ‘고(故) 장자연’ 편 2부작을 방송했다. 2부 방송 중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사진이 나오는 장면.
장자연의 동료 윤씨를 비롯해 방용훈 사장을 잘 알고 있는 조선일보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 사장은 김종승씨가 데리고 있던 소속사 배우들과 여러 차례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jtbc는 지난달 7일 스포츠조선 전 사장 A씨가 검찰 과거사위원회 대검 진상조사단에 “장자연과 방용훈 사장이 추가로 만났던 정황을 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A씨가 검찰 조사에서 “2008년 9월 방용훈 사장과 장씨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내용은 방 사장의 최측근이자 광고업체 대표인 한아무개씨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장씨가 2009년 2월28일 남긴 자필 문건을 보면 “(김종승 대표가)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싸롱(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방 사장님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고 나온다. 만약 A씨가 이번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방용훈 사장은 장자연과 2007년 10월 이후에도 여러 번 만났으며, 장씨가 문건에 남긴 ‘방 사장’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다. 그런데 문제는 방용훈 사장이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한 차례도 조사받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방 사장은 최근에서야 본인이 장자연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중식당 저녁 식사 자리’는 장자연 문건보다 1년 전인 2007년 10월에 있었던 것으로서, 그 자체로 문건과 관련이 없다”며 “미디어오늘 보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 위 식사 모임은 주한미대사관 공사, CNN 한국지사장 등이 참석한 매우 정중한 저녁식사 자리로서 ‘룸살롱 접대’, ‘잠자리 요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 망인(장자연)의 존재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일부 보도처럼 망인을 ‘소개’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 MBC PD수첩은 지난달 24일과 31일 ‘고(故) 장자연’ 편 2부작을 방송했다. 사진=PD수첩 장자연 편 1부 갈무리.
PD수첩이 드러낸 인물 중 장자연과 동료 윤씨의 핵심 연결고리 중 한 명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9년 장자연 사건 당시 검·경이 조사했던 피의자 명단에 속하지 않았지만 장씨에게 고액 수표를 입금했던 20여 명의 참고인 명단엔 있었던 인물이다. 윤씨는 술자리에서 박 회장을 봤다고 밝혔다.

PD수첩 취재 결과 박 회장은 2008년 1월17일 장자연과 같은 항공편으로 필리핀에 입국했고 3일 후인 1월20일 장자연과 다시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을 떠났다. 경찰 수사에서 박 회장은 100만 원짜리 수표 10장을 장자연에게 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박 회장과 장자연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회장과 장씨는 일회성 만남이 아닌 여러 차례 함께 여행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연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도 나중에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나서 장씨를 꾸짖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씨와 동료 윤씨가 장자연 문건에 나온 시점인 2008년 7월16일부터 12월21일까지 통화 내역상 비슷한 시간대 같은 기지국에 위치했던 자료를 조사했는데 15차례나 두 사람이 같은 비슷한 시간과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서 함께 쇼핑도 다니며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장씨는 2007년 10월 방용훈 사장이 주재한 저녁 식사 자리에 있었던 한아무개 광고회사 사장, 식당 주인 고아무개씨와도 친밀한 관계였다. 게다가 고씨와 박문덕 회장 역시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박 회장과 장자연, 윤씨가 고씨 등과 함께 만났을 가능성도 크다. 윤씨가 박 회장을 술자리에서 본 적이 있다고 지목한 배경에는 중간에 장자연과 주변 인물들의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2월28일 고(故)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 문건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중 일부.
아울러 장자연 문건에는 “그(2008년 9월) 후 몇 개월 후 김성훈(김종승 가명) 사장이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과 술자리를 만들어 저에게 룸싸롱에서 술 접대를 시켰다”고 나온다. 2008년 9월 이후 스포츠조선 대표이사는 방성훈(45)이다. 방성훈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삼촌인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아들이자 현 조선일보 2대 주주다.

당시 김종승씨를 잘 알고 지냈던 복수의 취재원들은 미디어오늘에 방성훈 스포츠조선 전무이사가 2008년 9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는데, 이후 김씨가 조선일보 사주 측근인 한아무개 사장을 통해 방 대표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장씨의 동료 윤씨 또한 방 대표와 만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 대표도 장자연 사건 당시 검·경 조사를 전혀 받지 않았다. 방 대표 전에 스포츠조선 사장으로 있었던 A씨만 참고인 신분으로 3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조선일보 측에선 A씨를 장자연이 ‘방 사장’으로 헷갈린 인물이라고 주장했지만, 수사 결과 A씨와 장씨는 2007년 10월 중식당 식사 이후 서로 연락하거나 만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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