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이재용이 혜택달라는 자체가 코미디”

[인터뷰] 윤영철 건약 대표 “바이오 규제완화? 건강보험제 근간흔들고 이익 달라는 요구 도저히 못받아들여”

2018-08-08 18:19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만나 바이오 관련 규제완화 및 평택공장 전력확보 방안 등을 요구한 것을 두고 약사단체 등이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일 이 부회장과 삼성 및 계열사 임원들과 간담회에서 삼성이 평택단지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 방안, 바이오, 5G 등 미래 성장산업의 경쟁력 제고, 핵심산업기술 보호방안 등을 건의하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반도체공장 신설에 따른 추가 전력공급 방안, 바이오 분야 규제개선, 현장 전문인력 양성 등에 적극 협의하고,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 기술탈취 목적의 해외M&A에 대한 관리 강화 등 산업기술 유출방지에도 힘쓰겠다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과 동행한 고한승 삼성 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생물복제약을 뜻하는 바이오시밀러의 연구개발 비용에 추가 세제 혜택, 원료물질 반입 승인 과정의 문제점 개선 등을 건의했다. 고 사장은 특히 바이오시밀러 약값의 상한선을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고 사장은 “미국과 유럽의 경우 시장의 자율 경쟁과 입찰을 통해 약가가 결정된다”며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자발적인 시장 경쟁에 참여해 합리적 약가를 형성한다면,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의료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동참한 기획재정부 담당사무관은 8일 오전 “그 자리에 오간 애기가 맞다”면서도 “곧바로 약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현행 복제의약품 규정에 의하면 오리지널 생물의약품과 동일한 성분과 효능의 동등생물의약품(오리지널시밀러)이 개발됐을 때 오리지널 약값을 70%로 떨어드리게 돼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부령)’ 13조 직권결정 및 조정 4항 5호의 2, 6호에 따른 보건복지부 고시 ‘약재결정 및 조정기준’의 별표 1 참조) 이는 같은 효과의 다양한 약이 생겼는데도 동일 가격을 유지하면 환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약값을 내리도록 한 규정이다. 더구나 환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처방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환자의 선택권도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 제도를 두고 “환자 의료비 부담을 경감 시키는 것이며 건강권 보호의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건의는 한마디로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됐을 때도 오리지널 약값의 가격을 내리도록 한 고시를 없애달라는 요구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삼성의 요구는 강제로 깎지 말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약사단체는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규제완화 요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윤영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공동대표는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삼성의 바이오규제완화 건의를 두고 “건강보험 제도 자체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오리지널 약값이 떨어지면 복제약값도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라는 복제약을 개발하는) 개인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이익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건강보험 자체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업계 공통의 의견이기 보다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대변한 것 아닌지 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삼성과 현장소통 간담회 참석 차 경기도 평택 소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사진=기획재정부
추가로 세액 공제를 해달라는 요구에 윤 대표는 “혁신신약 등에 관한 제도에 의해 충분히 해주고 있는데 더해달라는 것이냐. 더구나 국민세금이 아니라 약값 올리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국민 건강 예산을 자기 주머니 돈인 양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약가가 결정된다는 고한승 사장의 주장에 윤 대표는 “미국은 그럴 수 있으나 그 이유 때문에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높은 약가가 형성된다. 그 중간에 브로커가 절반 가량의 이익을 가져간다. 미국 국민의 엄청난 의료비는 거기서 나온다. 반면, 유럽은 대체로 공공보험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고 사장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윤 대표는 대통령에 이어 경제부총리가 돌연 삼성의 총수와 주요 임원을 만나 애로사항과 건의를 듣는 행위가 복지정책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깜짝 놀랐다. 이재용은 재판중인 범죄자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를 해서 고발당했다는 점에서 범죄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범죄자 범죄기업이 떳떳하게 국민에게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다. 자중 자애해야 할 기업이 오히려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자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강아라 건약 정책부장도 “정부에서 특정업체인 삼성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검토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건강보험 체계를 특정 업체가 자신의 이윤을 보장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8일 논평을 내고 “이미 국내에서 바이오의약품 분야는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삼성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외치고 있다. 삼성이 원하는 대로 약가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에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약은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약가 정책으로 야기될 건강보험 재정 파탄과 국민 건강권 위험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다”며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불법을 자행한 삼성의 더 높은 이윤 보장을 위한 방책이 아니라 경제를 교란시키고 있는 삼성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해 송전탑 설치를 요구한 것을 두고 평택 출신인 송치용 경기도의원(정의당)은 “재벌에게만 투자를 구걸하는 경기살리기의 구태의연한 경제관료의 자세가 우려스럽다”며 “소득주도 성장에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동을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삼성과 현장소통 간담회 참석 차 경기도 평택 소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