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과 ‘J’가 불편했던 조선일보 방 사장

[비평] ‘지상파 뉴스의 추락’ MBC·KBS 메인뉴스 시청률 하락세 겨냥하며 “친정부성향 사장 취임 후 구성원들 위기감” 주장한 조선일보의 속내

2018-08-09 18:18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대를 기록했다.” 조선일보가 9일자 지면에서 ‘급기야 1%대 시청률…지상파 뉴스의 추락’이란 기사를 쓰기 위해 시청률을 뒤지다 8월5일자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97%로 나오자 얼마나 좋아했을지 짐작케 하는 리드문장이다. 조선일보는 “한때 뉴스 시청률 30%(2012년8월)를 넘나들던 KBS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KBS ‘뉴스9’의 시청률 부진도 지적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위기는 오래됐다.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 취임 후 벌어진 일이 아니다. ‘뉴스9’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양승동 사장 취임 후 벌어진 일이 아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상파채널 시청률은 2000년 62%에서 2018년 상반기 기준 33%까지 떨어졌다. 지상파 영향력이 18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하락했다. 메인뉴스도 이 흐름을 벗어날 순 없다.

올해 MBC와 KBS뉴스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은 보도국 내부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하지만 조선일보 기사의 부제목처럼 ‘친정부 성향 사장 취임 후 앵커·기자 물갈이…구성원들 위기감’과 같은 식의 프레임은 적절치 않다. 특히 5000여명의 KBS사원 중 조합원수 40여명이 소속된 KBS공영노조 주장을 인용해 “권력을 미화하고 선전하는데 앞장설 때부터 시청률 하락은 예견된 것”이라고 보도하는 대목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조선일보 8월9일자.
박근혜정부 내내 KBS‧MBC의 메인뉴스 시청률은 떨어졌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메인뉴스 시청률 하락과 관련해 공영방송 저널리즘을 비판한 기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찾을 수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KBS·MBC신뢰도는 처참하게 추락했지만 이를 지적하는 기사 역시 박근혜정부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9일 등장한 이 기사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맥락이 있다 할 것이다.

MBC ‘PD수첩’은 7월24일자와 7월31일자 ‘故장자연’ 1‧2편을 통해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등 방씨 일가가 2009년 사건 당시 제대로 된 경찰수사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컸다.

KBS는 ‘저널리즘토크쇼J’ 8월5일자 방송에서 ‘양승태 사법부-조선일보 기사 거래 의혹 논란’을 주요하게 다루며 조선일보가 대법원의 사법권남용과 관련해 ‘내부자들’이었을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앞서 7월2일자 방송에서 ‘장자연 사건과 언론’편을 내보내며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 7월24일자 MBC 'PD수첩'의 한 장면.
▲ 8월5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두 시사교양프로그램은 동시간대 타사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특히 교양프로그램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시청률 성적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선전하고 있다. 때문에 조선일보는 두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비판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두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비판하는 대신 메인뉴스 시청률 하락세를 끌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공영방송 메인뉴스 시청률 하락을 근거로 공정성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기사에선 공정성 문제를 지적할 만한, 편파보도의 사례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최 사장과 양 사장이 친정부 성향이라는 ‘주장’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부실하다. 최근 MBC와 KBS에서 조선일보를 비판했던 만큼 조선일보의 MBC·KBS 관련 기사는 ‘보복’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게 정밀할 필요가 있었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한때 뉴스 시청률 30%(2012년8월)를 넘나들던 KBS”라는 표현을 쓰며 마치 KBS가 8월 내내 시청률 30%를 왔다 갔다 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켜 KBS 시청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처럼 묘사했는데 KBS 메인뉴스가 8월에 30%를 넘긴 날은 태풍으로 뉴스 관심도가 높았던 8월27일뿐이었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1년간 KBS 메인뉴스 평균 시청률은 18.5%(전국 가구기준)였다. 5~6%가량 하락한 것을 20% 가까이 하락한 것처럼 착시효과를 낸 셈이다. 또한 KBS 메인뉴스는 6월과 달리 7월에 월 평균 시청률 증가세를 보였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장자연 사건은 재수사가 결정됐다. 2009년 장씨 사망 당시 검찰 수사과정에서 사건이 축소·은폐 등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검찰의 재수사 국면에서, 또는 조선일보가 공언한대로 MBC ‘PD수첩’과 조선일보와의 소송 국면에서 조선일보 지면은 공영방송을 자주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의 9일자 기사가 일종의 ‘선전포고’로 느껴지는 이유다.  

한편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8일 KBS ‘9뉴스’는 280만 명, MBC ‘뉴스데스크’는 68만 명이 시청했다. TV조선 ‘뉴스9’는 32만 명이 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