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프라임시간대 시청률이 무너지고 있다

2000~2018년 시청률 분석결과 지상파채널 시청률 절반으로 하락…20~30대 시청률은 ‘암담’

2018-08-13 17:34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8월12일자 KBS2TV ‘개그콘서트’ 시청률이 4.9%(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를 기록했다. 일요일 밤 9시 편성으로 한 때 ‘월요병’을 달래주며 20%를 거뜬히 넘겼던 개콘의 추락은 지상파 프라임시간대의 ‘고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같은 시간 tvN에서 편성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은 13.4%(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기준)를 기록했다.

지상파 프라임시간대 시청률이 천천히, 하지만 명확하게 무너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2000~2018년(1~6월)까지 21세기 프라임시간대(오후 7시부터 11시) 수도권 시청률 추이를 확인한 결과 지상파채널 시청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30대 시청률은 3분의1, 20대 시청률은 5분의1로 급감했다. KBS·MBC·SBS 등 지상파채널 시청률이 하락하는 사이 CJ ENM을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채널과 JTBC를 앞세운 종합편성채널이 꾸준히 성장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전통적 가구시청률에서 2000년 지상파채널은 62.23%를 기록했지만 2018년 현재 33.40%로 반토막 났다. 개인 시청률은 어떨까. 2000년 지상파채널은 28.68%를 기록했으나 2018년 14.27%를 기록했다. 역시 18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18년 전엔 수도권에 사는 100명 중 28~29명이 프라임시간대에 지상파를 실시간 시청했지만 이제는 14명만 본다.

지상파에 더 심각한 ‘신호’는 연령대 시청률이다. 지상파 채널의 20대 시청률은 2000년 22.90%였으나 매년 하락세를 보이며 2011년 9.70%를 기록,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2011년은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였고, 한국은 이듬해인 2012년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국가가 됐다. 2018년 현재 20대의 지상파 채널 시청률은 4.74%다. 18년 만에 5분의1 가까이 떨어졌다.

30대 시청률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00년 30.36%였던 30대 지상파 채널 시청률은 2010년 15.12%를 기록하며 절반으로 떨어졌고 2015년 10.23%에서 2016년 9.07%로 두 자릿수가 무너졌다. 2018년 현재는 7.66%다. 

여기서 현재 30대의 유료방송 채널 시청률이 7.04%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2000년 당시 유료방송 채널의 30대 시청률은 1.07%였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유료방송 채널은 CJ ENM이 tvN·OCN·Mnet을 중심으로 프라임시간대에 배치했던 ‘시그널’, ‘미생’, ‘비밀의숲’과 같은 드라마를 비롯해 ‘꽃보다 할배’, ‘윤식당’,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과 같은 예능프로그램을 성공시키며 20~30대 시청자에게 안착했다. 유료방송 채널의 30대 시청률은 2016년 4.97%, 2017년 6.26%를 기록하며 매년 빠르게 상승 중이어서 이런 추세면 2020년에는 지상파 채널을 제칠 가능성이 높다.

지상파는 50~60대에서 여전히 강세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2000년 39.85%였던 50대 시청률은 2018년 현재 19.85%로 역시 절반가량 줄었다. 현재 유료방송 채널은 9.12%, 종합편성 채널은 5.84%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60대 이상 시청률에서 2000년 46.26%로 독보적이었던 지상파는 2018년 현재 28.75%를 기록하고, 유료방송 채널은 11.09%, 종합편성 채널은 6.41%를 나타내고 있다. 60대 역시 유료방송 채널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유료방송 채널은 2000년만 해도 60대 이상 시청률이 0.91%에 불과했으나 2016년 8.70%, 2017년 9.93%를 기록하며 올해 처음 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자녀 세대가 IPTV와 스마트폰 요금을 결합한 유료방송 결합상품을 부모 세대에게 설치해주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유료방송 채널은 가구 시청률에서 2000년 2.03%로 당시 지상파의 31분의1 수준이었으나 2005년 10.75%로 첫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당시는 tvN이 ‘롤러코스터’로 젊은 층에 존재감을 알리던 때였다. 이후 15%대에서 답보상태를 보였던 유료방송 채널은 올해 17.68%를 기록하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상파의 31분의1에서 2분의1까지 따라왔다.

2011년 12월 개국한 종합편성 채널은 2012년 갖가지 정부 특혜 속에 2.45%의 가구시청률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13년 4.79%를 기록하며 시청률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높은 지지율과 시사보도 중심 편성이 주요 배경이었다. 이후 JTBC와 MBN을 중심으로 시청률이 오르며 2018년 현재 채널시청률 9.12%를 기록했다.

▲ 게티이미지.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이 있다면 사람들이 지상파를 떠났을 뿐 방송은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구시청률 총량은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0년 지상파+유료방송 합계 가구시청률은 64.26%였다. 2018년 현재 지상파+유료방송+종합편성채널 합계 가구시청률은 60.2%다. 조금 줄긴 했으나 여전히 고정형TV로 프라임시간대에 TV를 시청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본격 등장한 2010년 당시 가구시청률 합계는 66.25%로 2000년보다 높았다. 하지만 2011년 64.99%, 2012년 63.77% 등 합계 시청률은 조금씩 감소세를 보였다.

개인 시청률로 보면 2000년 29.56%였던 지표가 2018년 25.76%로 나타났다. 18년 간 3.8% 차이다. 시청자들이 여전히 프라임시간대에 TV앞에 있다는 사실이 방송사 관계자들에겐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이 같은 시청률 지표 역시 100% 신뢰할 순 없다.

스마트폰과 VOD서비스 등으로 인해 미디어수용자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미디어 이용량은 과거 세대에 비해 더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의 시청률 집계방식으로는 이들 ‘숨은 시청자’를 잡아낼 수 없다.

앞서 한국리서치가 방송사 메인뉴스 시청기기 비중(수도권 15~59세)을 조사한 결과 2018년 상반기 지상파3사 평균 고정형TV 시청이 82.2%, 모바일 시청이 10.1%, PC시청이 7.7%로 나타났다. 이에 비춰보면 시청자 10명중 2명은 ‘숨은 시청자’일 가능성이 높고, 이를 감안하면 방송콘텐츠의 영향력은 오히려 과거보다 강화됐다고도 볼 수도 있다.

다만 과거 지상파3사가 프라임시간대 시청률 60%를 찍던 시대는 이제 오지 않는다. 모바일 시청과 PC시청률을 합산하는 통합시청점유율이 등장하면 지상파3사의 지표가 오르겠지만 JTBC와 tvN 지표는 더 오를 수 있다. 이제 지상파는 과거의 영광을 잊고 도전자 자세로 플랫폼의 변화에 부딪혀야 한다.

지상파는 손석희 사장이 버티는 JTBC ‘뉴스룸’에 맞서야 하며, 넷플릭스가 수백억을 투자한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 맞서야 하며, 유재석의 tvN 데뷔작이 될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맞서야 한다. 20세기부터 존재했던 ‘개그콘서트’를 아직도 끌어안고 있어서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