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 반입,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인가

[시시비비] 대북 제재는 정당한가라고 언론이 물어야

2018-08-18 09:48       한선범 한국진보연대 대변인·정책부위원장 media@mediatoday.co.kr
대북제재 품목인 북한의 석탄 반입을 두고 언론이 시끌시끌하다. 조중동은 신이 났다. ‘밀수’니, ‘밀반입’이니 하는 자극적인 제목들이 난무하고,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은 ‘게이트’를 운운하며 ‘진상규명 특위’를 구성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북측의 석탄을 남측에서 반입해 이용하는 것은 민족적 측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려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안그래도 허약한 경제의 자립적 기반도 높아지고, 배가 아니라 열차로 운송한다면 큰 폭의 비용절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 경제교류의 기본 중의 기본이며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북한 석탄 반입은 마치 법을 어긴 밀수라도 되는 듯이 여론몰이를 당하고 있다.

장려되어야 할 북한 석탄 반입이 ‘밀수’가 되는 현실

북한의 석탄 문제 뿐이 아니다. 대북제재로 인해 판문점 선언,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전혀 진척이 없다. 2000년대 초중반에 이미 다 연결하고 시험운행까지 마친 상태인 경의선, 동해선 철도에 대해서 마치 새로 연결해야 하는 것인 양 왜 하는지 모를 ‘공동연구’, ‘공동조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 농구대회 참가 선수단은 군 수송기를 타야 했고, 곧 있을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는 후원회원들의 방북이 불허되고, 체류비 지급도 안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조중동이야 그렇다치고, 다른 언론들의 태도 역시 소극적이라 안타깝다. 소위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슨 보편적 법률로 간주하며, 북한과 미국이 잘 합의를 해서 대북제재가 해제되어야 위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뉘앙스다.

만약 대북 제재가 이 정부 임기 끝까지 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문제를 임기 내내 방치해 둘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이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르며, 도대체 우리나라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무엇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가? 그런 식으로 해서 과연 이 정부가 말하는 ‘운전자’가 될 수 있겠는가?

대북제재는 누구나 지켜야 할 보편적인 법령이 아니며, 오히려 개별 국가에 대한 주권 침해 소지가 높은 명백한 이중 잣대로 그 논리적 근거가 취약하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으로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인도와 미국 등이 미사일 실험을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제재해야 한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헛소리 취급한다. 미국, 인도와 북한이 같냐고? 북한은 나쁜 놈들이니까? 전형적인 분단 시대의 시대착오이며 내로남불이다. 그저 미국이 시키고, 자기들과는 별 상관도 없으니 따라가는 다른 나라들과, ‘당사국’이자 자칭 ‘운전자’인 우리나라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또한 지금은 북미 합의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분단과 적대를 위한 과거의 시스템을 혁파해야 하는 과도기이다. 남북 교류는 미래이고, 대북제재는 과거의 유산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동원해 미래를 잠식하고 있지 않은가?

▲ 8월13일 MBC 뉴스투데이 갈무리.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대북제재의 부당성에 대한 기사를 찾기가 참으로 힘들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대북제재를 무슨 ‘법’처럼 인식하고, 이것이 판문점 선언과 북미 합의를 잠식해가고 있음을 보면서도 감히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여론 환경에 처하게 된다.

대북제재 부당성 제기하는 언론 찾기 힘들어

지금 국면은 해방 이후 70여년 간 한 번도 없었던 역사적 기회이다. 기회는 잡지 못하면 사라지며, 위기가 오게 된다. 만약 지금 72세인 트럼프가 병이나 사고로 유고가 되면? 또는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이 되면? 펜스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2년 뒤 대선에서 힐러리나 오바마같은 기존 세력이 다시 집권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끔찍하다. 그들의 정책은 ‘Anything but Trumph’가 될 것이며, 북미 합의와 판문점 선언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저 대북제재가 해제되길 기다려서는 안되며, 어떻게 하건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향한 지금의 과정을 ‘불가역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북제재를 돌파하여 남북교류를 활성화 할 방법을 찾고, 궁극적으로 이를 없애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는 것인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북 제재 문제에 있어 참으로 굼뜨다. 이를 질타하고, 견인하며, 방법을 제시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언론을 보고 싶은 건 나만의 바람일까?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