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즈음하여 ‘한반도’를 생각한다

[신채용의 史臣曰]

2018-08-14 12:24       신채용 역사학자 media@mediatoday.co.kr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 할 것 없이 평화입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것입니다.” 2017년 72주년 광복절 때 대통령 경축사의 일부분이다. 경축사에서 모두 15번이나 우리나라를 ‘한반도’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19번 나왔다.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합니다”라는 말은 올 초 평창동계올림 때 남북한 선수 입장을 전하는 모든 언론이 사용한 말이다. 경축사와 선수단 공동 입장 소식을 전하는 문장에서 특별히 문제 삼을 부분은 없다. 다만 필자는 ‘한반도’라는 말에 안타까워 한다. 왜 우리가 스스로를 ‘한반도’라고 말하는가. 국호 대한민국을 놔두고 한반도라고 말하는 게 잘못 됐다고 느끼는 건 필자뿐일까. 우리가 쓰는 말 중에서 가장 일제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말이 ‘한반도’다. ‘남·북한’이나 ‘한민족’이라고 하면 될 일이다.

‘대~한민국!’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국제경기 때마다 수많은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우리 선수들을 응원한다. 우리나라의 정식 국호인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다들 알기에 목이 쉬도록 ‘대한민국’을 외친다. 그때 만큼은 성별과 나이, 학벌과 직업, 지역을 떠나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됐다. 

▲ 대한민국 지도. 사진=구글지도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국호를 버려두고 왜 항상 우리는 ‘한반도’라는 말을 쓸까. 언제부터 우리가 한반도로 불러왔다고 아무 생각 없이 아직까지 쓰고 있는지. 언론이 우리와 관련된 국제정세와 경제동향 등을 보도할 때도 여지없이 ‘한반도를 둘러싼~’으로 시작하는 TV아나운서 멘트와 신문기사가 쏟아진다. 그럴 때마다 대책을 발표하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라는 말이 가지는 불안한 뉘앙스를 이용해 자당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기까지 한다. 역사를 전공하는 필자는 이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반도(半島)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에 이어진 땅’, ‘대륙에서 바다 쪽으로 좁다랗게 돌출한 육지를 말한다.’ 이 설명대로라면 반만 섬이라는 한자어의 원뜻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반도가 우리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닌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라서다. 우리나라 지형처럼 대륙에서 해양으로 불쑥 튀어 나온 지형을 영어로는 ‘peninsula(페닌슐라)’라고 한다. 이는 거의(paene파네) 섬(insula인슐라)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구체적인 학술적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추정되는 바로는 네덜란드어로 반만 섬이라는 뜻의 ‘Half ei΄land’라는 말을 일본에서 반도(半島)라고 표현했다는데, 어찌 되었든 반도라는 용어는 원래 국가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 지리학 용어일 뿐이다.

‘한반도’라는 말을 우리는 왜 쓰면 안 되는가. 반도라는 말에는 일본제국주의 식민사관이 담겨 있어서다. 일본은 자기네가 온전한 섬인 반면, 조선은 온전한 섬도 온전한 대륙도 아니라는 뜻에서 ‘조선반도’라고 불렀다. 식민사학자들은 중국대륙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반도라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조선의 운명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항상 중국을 사대해 왔고, 북방의 몽고족이나 만주족에게 굴복했고, 최후에는 일본의 품에 안겨 반도적인 것을 버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소위 우리가 반도사관이라고 부르는 반도적 성격론이고 타율성론이다. 이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식민지배를 합리화했던 지정학적 결정론으로 이어지는데, 바로 일제의 식민지배를 합리화 해주는 대표적인 말이 조선반도란 말이다. 한반도는 ‘조선’이 ‘한’으로 바뀐 것 뿐이다. 게다가 일제는 조선사람을 경멸하는 의미로 조센진(ちょうせんじん: 朝鮮人)과 같은 뜻으로 한토진(はんとうじん: 半島人)이라 불렀다. 매우 치욕적이지 않은가.

1948년 7월1일 제헌국회 헌법안 독회에서 이구수 의원은 ‘반도’라는 말이 일제가 우리를 경멸하는 뜻에서 부른 말이니 헌법의 영토조항에서 반도라는 용어를 빼자고 했지만, 반도라는 의미를 그저 지리적인 용어로만 인식했던 다수 의원들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이후 수차례 개헌이 이루어졌지만 그 어느 때고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문장은 수정되지 않고 있다. 광복 73주년을 맞는 올해도 여지없이 청와대와 정치권이 무비판적으로 ‘한반도’를 쓰고 있다. 멀쩡한 사람의 이름을 놔두고 그 사람을 그가 처한 상황이나 신체적 단점을 가리키는 말로 부른다면 그것이 올바른가. 작금의 우리 현실을 일본 극우세력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참 씁쓸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1항에 있는 이 말은 우리나라의 정식 국호가 ‘대한민국’임을 말한다. 헌법도 ‘대한민국헌법’이지 ‘한반도헌법’이 아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와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 현재의 우리나라 국호는 한반도가 아닌 ‘대한민국’임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부터라도 자각하고서 광복절 경축사만이라도 한반도라는 말을 빼야 할 것이다. 3·1운동 당시 우리나라가 자주국이고 우리민족이 자주민족임을 만천하에 선언했던 선언서 그 어디에도 반도라는 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역사의 명문장으로 남아있는 3·1독립선언서(기미독립선언서)를 청와대에서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한반도란 말이 몇 번이나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