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국회 특활비 ‘꼼수’ 들통났다

폐지 합의 특활비는 하반기 교섭단체 지급분 7~8억뿐… 의장단·상임위 “완전 폐지 어려워 ‘절반’ 삭감 목표”

2018-08-14 14:39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특수활동비 ‘완전 폐지’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폐지가 확정된 특활비는 10%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단 회동에서 “여야가 특활비를 완전히 폐지하고 정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 보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홍영표 원내대표와 특활비 완전 폐지 합의를 이뤄냈다. 앞으로 특활비 폐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기득권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의 일면을 걷어낼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홍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 교섭단체는 ‘국회 특활비를 완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며 양당이 폐지하기로 합의한 특활비가 국회 전체 특활비가 아닌 원내 교섭단체가 받는 특활비임을 분명히 했다. 올해 편성된 국회 특활비는 62억 원 정도로, 이중 교섭단체 특활비는 약 15억 원 가량이다.

아울러 홍 원내대표가 “올해 7월부터 교섭단체 특활비를 받지 않고 있다”고 했으니 올해 교섭단체 3당이 실제로 받지 않겠다고 밝힌 특활비는 15억 원 중 하반기 지급분인 7~8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국회의장단(부의장 포함)과 상임위원장 등이 받는 특활비 제도 개선 방안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논의를 주도해 오는 16일 발표될 예정이나, 절반 정도만 삭감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원내 교섭단체 특활비는 완전 폐지로 끝났고, 상임위에 주는 몫은 각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취합해서 16일 발표한다는 것”이라며 “상임위 특활비는 다 영수증 처리가 가능해 이런 (특활비 폐지) 분위기 속에서 상임위원장들이 대폭 줄이거나 안 받는다고 할 수 있지만, 받아서 상임위를 원활하게 유지해 국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쓰겠다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측은 의장단이 사용하는 특활비의 경우 국외 방문 등 기밀이 요구되는 꼭 필요한 비용이므로 완전 폐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동안 관행대로 지급했던 격려금, 장도금 등 금일봉 성격의 특활비는 대폭 삭감할 방침이다.

주승용 국회 부의장의 경우 바른미래당이 당론으로 특활비 반납을 약속한 바 있으나, 한국당 이주영 부의장은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특활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며 특활비 폐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내 교섭단체 특활비도 그동안 상당 부분이 기자 간담회와 의원 워크숍 등 특활비의 본래 사용 목적에 반하는 데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표는 “올해 남은 기간 특활비도 수령하지 않기로 한 이상 정기국회 때 쓰이던 각종 지원비는 전액 삭감하고 회의, 간담회, 워크숍 등에 한해 투명하게 증빙하는 기존 업무추진비만으로 긴축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회 1·2당인 특활비 ‘완전 폐지’에 합의했다고 생색내고, 문 의장이 “의정사에 남을 쾌거를 이뤘다”고 환영했지만, 실제론 일부 삭감일 뿐이고 내년부턴 업무추진비 등 비목만 전환하는 꼼수도 얼마든지 가능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 지난 13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14일 “원내대표의 특활비만 폐지할 뿐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의 특활비를 반으로 축소해 유지하겠다는 꼼수가 드러났다. 기득권 양당은 하다 하다 대국민 사기극까지 벌이느냐”며 “특활비 유지 꼼수로 국민들의 더욱 큰 분노만 불러올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과 여론의 뭇매도 적폐 양당이 나눠서 맞으면 별문제 없다는 뻔뻔함이 바로 여당과 제1야당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특활비는 폐지하되 업무추진비 형태로 부활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실제 올해 국회 특활비는 약 20억가량 삭감됐으나 전체 국회 예산은 줄지 않은 전례를 기억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특활비가 편법으로 부활해선 안 된다. 완전히 폐지되고 투명한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회가 되도록 마지막까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20대 국회 특활비 공개 소송을 진행했던 예산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국회가 지난 9일 법원 판결 불복 후 항소하자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회의 악의적인 특활비 정보공개 거부에 법적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피고는 대한민국과 문희상 의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등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특활비 폐지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비공개해 왔던 2014년 이후 특활비 집행내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며 “국회에서 사용하는 모든 예산 항목에 정보공개가 전제되지 않는 제도 개선이란 국민의 눈을 일시적으로 속이고 쏟아지는 비판을 피해 보려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사무처는 영수증 등 지출 증빙이 필요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아울러 특활비뿐 아니라 그동안 국회의원들의 ‘표절 정책자료집’을 만드는 데 세금을 낭비했다고 비판받았던 국회 입법·정책개발비 지출 증빙서류도 비공개했다가 지난달 27일 항소심에서 공개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