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죽음의 무게 그리고 권력의 느긋함

[미디어 현장] 이보다 완벽한 증거 제시는 없다

2018-08-18 11:27       김한주 참세상 기자 media@mediatoday.co.kr

현장을 지켜보며 이성보다 감성이 앞설 때가 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할 때, 지엠 비정규직이 정규직노조에 연대를 호소할 때, 기아차 비정규직이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천막에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을 때. 쌍용차 해고자가 동료의 죽음으로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릴 때.

언론은 고(故) 김주중 조합원의 죽음을 ‘30번째 죽음’이라 부른다. 하지만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받아들이는 죽음의 무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해고와 국가폭력, 동료의 죽음을 함께 버텨내고 이겨냈던 그들은 단순한 친구 또는 동료의 관계를 넘어선다. 그의 죽음을 막지 못한 그들의 분노와 상처 또한 누구도 설명하거나 이해할 길이 없다. 지난 6월29일 쌍용차지부 김선동 조직실장은 고 김주중의 노제에서 운구차가 공장 앞을 떠나자 오열했다. 그러고는 공장으로 달려갔다. 회사 경비는 바리케이드로 그를 막아섰다. 그는 손에 쥔 헌화 꽃을 공장 안으로 내던지며 “그만 죽이라” 소리쳤다. 바리케이드를 붙잡은 채 흘리는 눈물은 언론이 쉽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는 곁에 있던 동료와 가족 30명의 죽음을 보낼 수 없었다.

흘리지 않아도 될 눈물이었다. 죽지 않을 목숨이었다. 국가와 자본이 결탁하고 저지른 범죄라는 증거들이 현재까지도 쏟아진다. 앞서 정리해고 발판이 된 분식회계가 드러났고, 양승태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재판을 거래했다. 최근 들어 새 증거가 밝혀졌다.

▲ 서울 중구 대한문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고(故) 김주중 조합원 추모 분향소. 사진=김한주 참세상 기자
‘참세상’은 지난 6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발간한 ‘쌍용자동차사태백서’를 입수해 연속보도했다. 2009년 경찰이 쌍용자동차 77일 옥쇄파업에 어떤 준비를 거쳐 폭력 진압을 펼쳤는지 밝혀냈다. 경찰의 댓글 부대 운영, 최루액 2천 리터, 다목적발사기, 사측 구사대와 공모 등이 드러났다. 속속 드러나는 국가폭력. 그 속에 고 김주중 조합원이 있었다. 고 김주중 조합원은 옥쇄파업 당시 경찰특공대에게 집중 공격 받고, 국가 손해배상 24억 원(최초 청구 금액)을 받은 노동자였다.

회사도 그를 죽였다. ‘참세상’은 지난 8일 사측이 작성한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을 입수했다. 회사는 파업 대비 ‘비상대책 종합 상황실’을 구성, 평택노동청, 평택경찰서, 평택지방검찰청과의 연락체계를 구축했다. ‘선봉팀’, ‘방어조’에 직원을 동원했고, 사설 경비 380명을 투입했다. 단계에 따라 파업참여자를 제압한다는 작전 계획이 드러났다. 고 김주중 조합원은 이 시나리오에 따라 폭행당했고, 9년이 지나 숨을 거뒀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현재 가동 중이다.

[ 관련기사 : 참세상) 쌍용차 77일 파업, 조현오 전 청장 ‘경찰 댓글 부대’로 여론 조작 ]

더 뭐가 필요할까.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이 손잡고 쌍용자동차에 부당하게 개입한 증거 말고 뭐가 더 있을까. 노무현의 쌍용차 매각, 이명박의 국가폭력, 박근혜의 재판거래까지 증거는 차고 넘친다.

▲ 김한주 참세상 기자
해결 방법은 쉽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집회에서 KTX 복직 사례를 전하며 쌍용차 또한 하루면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김주중 조합원의 49재인 오늘(8월14일)까지 분향소를 찾지 않고 있다. 오는 18일 청와대 앞에서는 쌍용차 범국민대회가 열린다. 과연 저들의 결자해지는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