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 앞에 초라한 ‘미투’ 보도

“전보다 취재원 설득 어려워질 것” 전망 속 “이번 일 계기로 미투 보도 수준 고민해야” 지적도

2018-08-15 08:23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서울지법이 14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언론계의 ‘미투’ 보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투 보도의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지난 3월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전 지사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고 폭로하면서 이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당시 김씨는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한국사회는 미투 국면을 겪었다.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최근 “2017년 대비 상담횟수가 40% 증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주요한 미투 사건이었던 안희정 성폭행 논란이 1심 무죄 판결로 이어지며 언론계에 던지는 파장이 적지 않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판결 직후 “성폭력을 인지하고, 사회에 알리기까지 수백 번 고민하기를 반복할 피해자들에게 이 판결은 침묵에 대한 강요가 될 것이다. ‘진짜 가짜 강간’ 찾아내기, ‘꽃뱀’으로 몰아가기 등이 심화될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 14일 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TV화면 갈무리

실제로 안 전 지사 판결 이후 미투 관련 제보가 줄어들고 미투 관련 보도 또한 위축될 수 있다. KBS의 한 시사교양PD는 “피해자들이 언론에 제보해도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미투 보도는 위축될 것이다. 무고죄 여론도 거세질 것 같다”고 전한 뒤 “전보다 취재원 설득이 어려워질 것이다. 마지막에 지는 건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또한 “이번 판결이 미투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다. 언론은 더욱 방어적으로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며 상업적으로 미투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로 지금까지의 미투 보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유튜브에 김지은씨를 검색하면 그를 비방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며 “얼굴을 드러내고 미투를 할 경우 홀로 책임져야 하는 일은 법리 다툼만이 아니다. 언론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를 대할 때 그들이 인터뷰로 추가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시사주간지 기자는 “많은 언론이 안희정측 주장이 재판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처럼 유통시켰다. 지금껏 선정적이고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미투 보도는 위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미투 운동은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기자들이 앞으로의 미투 운동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이숙 동아대 사회학과 강의전담교수는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법리체계 및 판결 과정에 대한 분석”이라고 지적한 뒤 “미투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미투 이후 제기된 우리사회 젠더 문제에 심층적으로 다가서며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냐는 지금부터 언론이 젠더 문제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