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통화기록 실종 의혹, 검찰도 수사 외압 받았나

“장자연 사망 전 1년 치 통화기록 통째 누락, 검찰 관계자 조사 불가피”
조현오 “조선일보 협박” 폭로 후 대검 조사단 경찰 간부 ‘위증’ 혐의 검토

2018-08-17 10:29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2009년 ‘장자연 리스트’ 수사 당시 경찰이 조사했던 고(故) 장자연씨의 1년 치 통화내역이 통째로 실종된 것으로 드러나 수사 외압 의혹은 검찰로까지 번지고 있다.

13일 한국일보와 JTBC 보도 등에 따르면 장자연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장자연 사건 수사 기록을 검토하던 중 검찰청이 보관하고 있던 장씨의 사망 전 1년 치 통화내역이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장씨의 통화기록은 ‘장자연 문건’에 명시된 술 접대와 성 접대를 누구에게 했는지 밝히기 위한 중요한 근거 자료다.

지난 10일 대검 진상조사단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박진현 전 검사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조사단 측에서 ‘수사기록 중에서 장씨의 통화내역이 없다. 통화내역 조사를 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며 “장씨 통화내역은 수사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수사 당시 1년 치를 조회해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게 없어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전 검사는 “장씨 통화내역은 모두 살펴봤고 (장자연 문건에 나온) ‘조선일보 방 사장’이나 ‘방 사장 아들’과 통화한 내역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언론을 통해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대검 조사단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여러 경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장자연과 조선일보 관계자가 수차례 통화한 내역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13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한국일보는 “사라진 통화내역을 포함한 장씨의 수사기록은 검찰과 법원에서 옮겨가며 보관해 온 만큼, 검찰과 법원 관계자에 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대검 진상조사단이 장씨 통화내역 기록을 누가 빼냈는지 밝혀낼 경우, 사건은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KBS는 9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통화내역이 없다고 증언했던 현직 경찰에 대해 검찰 수사 권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검 진상조사단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아들(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과 장자연씨가 수차례 통화한 내역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하고도 고의로 숨겼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조사단은 경찰 간부(이명균 당시 경기경찰청 강력계장)가 조선일보 측의 압력을 받아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위증죄 공소시효는 7년으로 시효 만료까지 두 달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조사단은 최근 이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를 권고해야 한다고 검찰 과거사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검 조사단이 위증 혐의로 지목한 경찰 간부는 현재 속초경찰서장으로 있는 이명균 총경이다.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경기청 강력계장이었던 이 서장은 지난 2011년 10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명예훼손 혐의 재판 증인으로 나와 “방정오와 장자연이 통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에선 당시 장자연 사건 검찰 수사를 총괄한 임정혁 성남지청장이 경찰의 영장청구까지 꼼꼼히 챙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종걸 의원 재판 법원 공판조서를 보면 장자연 사건 관련 경찰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 나온 장자연과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이 사용한 전화는 각각 3대로, 경찰은 이들이 1년간 발신, 역발신한 총 5만1161회의 통화내역을 대조해 봤다.

이명균 서장도 “김종승과 장자연이 사용했던 전화가 각 3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 전화번호의 1년 치 통화내역을 뽑아서 엑셀 작업을 하고, 문건 관계자나 수사를 했던 대상자들을 엑셀 작업해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한 후 수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서장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가족의 통화내역까지 조사하면서 방 사장의 아들 방정오 전무의 통화기록도 확인했다. 방 사장의 통화내역은 당시 최원일 경기청 형사과장이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부터 전화번호 하나를 전달받아 조회했는데, 2008년 9월 한 달간 방 사장이 이 휴대폰으로 받은 전화는 단 4번(총 35건 통화)뿐인 것으로 나와 거의 사용하지 않은 전화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서장은 이날 재판에서 ‘수사 도중에 직접 조선일보의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직접은 아니더라도 경찰 내부 윗선으로부터 압력을 받거나 주변인을 통해 수사와 관련된 부탁을 받은 적이 있느냐’, ‘조선일보 외 다른 피의자 관련 압력을 받거나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검사에 질문엔 모두 “없다”고 답했다.

반면 당시 경기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달 MBC ‘PD수첩’과 인터뷰에서 “(방상훈 사장에게 경찰서에) 들어와서 조사를 받으시라고 하니 (조선일보 간부가) 나한테 와서 정권을 운운하면서 협박하니까 (힘들었다)”며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달라고 조선일보 측에서 경찰에 굉장히 거칠게 항의해 모욕으로 느꼈고, 정말 협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PD수첩 등에 따르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조 전 청장을 협박했다는 조선일보 간부는 이동한 당시 사회부장이었다. 이 전 부장은 이후 조선일보 논설위원·총무국장을 거쳐 지난 3월 조선뉴스프레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에서 2009년 경기경찰청장으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를 총괄지휘했던 조현오(63) 전 경찰청장이 당시 조선일보 간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복수의 조선일보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 3월13일 KBS 보도로 이른바 ‘장자연 문건’ 내용이 알려진 뒤 조선일보는 사장·발행인·주필실이 있는 ‘6층’을 중심으로 대책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때 방상훈 사장 아래 조선일보 6층 고위 간부는 김대중 고문, 강효상 경영기획실장, 김문순 발행인, 변용식 편집인, 강천석 주필 등이었다.

편집국 차원에선 홍준호 편집국장과 이동한 사회부장 지휘로 경찰·법조 출입기자를 비롯해 타 부서 기자들까지 동원돼 특별취재팀(TF)이 꾸려졌는데, 최근 제기된 의혹처럼 장자연과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통화 기록이 존재했다면 조선일보가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까지 전방위로 압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 K씨는 “내가 조선일보에서 경찰팀을 했던 기억으로는 조선일보는 경찰 취재가 약한 편이어서 검찰을 통해 취재를 세게 했을 것이고, 일선 취재팀의 취재 결과물을 가지고 ‘6층’이라 불리는 논설위원과 고참 기자들이 정무적 판단으로 움직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