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계엄령 문건 공개 “기무사 문건과 흡사”

MBC ‘PD수첩’이 공개한 ‘작전명령 제87-4호’, “전두환 지시였다”… 시민을 폭도로 규정해 발포명령 계획까지

2018-08-15 17:44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1987년 전두환 정권과 2017년 박근혜 정권에서 만들어진 육군본부의 계엄령 계획 문건은 놀랍도록 유사했다. 전두환씨는 그동안 1987년 6월 항쟁 당시 계엄령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14일 MBC ‘PD수첩’이 계엄출동 부대에 직접 전달된 ‘작전명령 제87-4호’ 문건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거짓말이 탄로 났다.

1987년 당시 박희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 작전 명령’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는 민병돈 전 특전사령관은 PD수첩과 인터뷰에서 “그때 이미 ‘위수령이 내릴 것이다’ 그렇게 들었는데 (참모총장에게) 받아놓고 보니까 이게 위수령이 아니라 계엄령이더라”며 “육군본부를 통해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민 전 사령관은 제작진에게 2급 기밀인 ‘작전명령 제87-4호’를 보여주며 “내가 받은 명령서인데 움직이는 부대, 계엄군 부대에만 내려왔다”며 “특전부대라는 건 계엄군 중에서는 핵심이 되는 부대다. 육군참모총장이 이 명령서를 나한테 직접 줬다”고 밝혔다.

▲ 지난 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군부 쿠데타’ 1부 갈무리.
아울러 그 당시 계엄 작전명령을 받았다고 고백한 민진식 전 특전사 707부대 팀장도 특전사 대원들은 출동 준비를 하고 있었고, 실제로 연세대학교로 투입된다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 전 팀장은 “실제 연세대에 투입되진 않고 우리도 출동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 해결돼서 707만 안 나간 것”이라며 “그 당시에도 물론 소요 진압 작전에 대한 부분들이 분명히 임무에 들어가 있었고, 그에 따랐다고 해도 누구도 우릴 탓할 사람도 없다. 훈련도 직접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육군본부가 하달한 작전명령에는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발포 명령 계획까지 세웠다. 이 문건에는 ‘가스탄 발사 등 폭도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킨 후 진압봉 사용’, ‘발포 명령은 선 육본 건의 후, 승인 하 조치’, ‘초기에 강력하고 완벽한 작전 실시’ 등이 적시돼 있었다.

지난달 공개된 2017년 3월 기무사령부 계엄 문건을 보면 기계화 6개 사단과 기갑 2개 여단, 특전 6개 여단으로 계엄군을 구성했다. 서울의 경우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정부종합청사, 국방부에 3개 여단이 투입되고 광화문에 3개 여단, 여의도 1개 여단, 대테러부대인 707특임대대도 투입할 계획이었다. 지방에도 기계화 사단과 특전여단을 광주, 부산, 대구로 투입해 향토사단을 접수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김영수 전 국방권익위원회 조사관은 “무장도 하지 않고 단순히 촛불을 들었던 국민을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와 탱크 등으로 무장한 기계화 보병 사단을 투입하고, 대한민국 육군에서 가장 전투력이 뛰어나다는 특전사를 투입하고 거기에 대한민국에서 최정예라는 대테러 707대대를 투입하겠다고 계획했다”며 “그것은 국민과 전쟁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1987년 6월 작성된 작전명령에도 계엄군 편성과 임무로 서울에는 20사단, 30사단을 비롯해 3개 특전여단과 3개 특공연대가 수도방위사령부에 배속되도록 조치했다. 지방의 경우 9사단과 26사단과 3개 특전여단, 해병 2개 연대, 706 특전연대를 대전, 광주, 마산, 부산 등 대도시에 투입하도록 했다.

▲ 지난 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군부 쿠데타’ 1부 갈무리.
장영진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은 “2017년은 87년 문건이 상당히 포함돼 있다고 할 정도로 유사한 측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며 “시위대 시위가 국가교란 상태나 내전상태로 볼 수 없음에도 계엄으로 가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상황적 요소로서 비슷하고, 기본적으로 부대 배치라든지 전반적인 작전개념은 상당히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1987년 계엄 작전명령 주무관은 작전참모부장 이문석 장군이었다. 이 전 부장은 “그때 부마항쟁도 그렇고 그런 사태가 벌어져 격화되면 조치를 해야 될 것 아니냐며 (전두환 대통령이) 소요 사태들이 있으니 계획을 짜보라 해서 만든 것”이라며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한테 지시해 준비하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전두환씨는 본인이 쓴 회고록에서 1987년 계엄령과 관련해 “국내 소요사태에 군을 동원하는 순간 5공화국의 명예는 그것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날 나의 병력 출동명령은 어디까지나 양동전술(陽動戰術)이었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은 “이번에 드러난 1987년 계엄 작전명령 제87-4호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며 “국무회의에서 계엄을 의결하기도 전에 군을 동원해 시민을 겨냥한 작전명령 제87-4호는 12·12사태에 이어 전두환이 기획한 두 번째 군부 쿠데타였다”고 강조했다.

PD수첩은 오는 21일 방송될 ‘군부 쿠데타 2부’에서도 1987년과 2017년 계엄을 모의한 주동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이른바 정치군인들의 실체를 파헤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