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가, 증거조작 경찰을 고소 “국정원이 배후”

대북사업가 구속영장 핵심증거, 조작 정황 드러나… 변호인 “경찰은 날조, 검찰은 미필적고의”

2018-08-16 17:59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대북사업가가 자신에 대한 증거를 날조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를 국보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 사업가는 “배후의 국정원이 국보법을 악용해 없는 간첩을 만들어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안면인식 기술 관련 정보기술업체를 운영해온 김아무개씨(46)는 16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자신을 수사한 서울청 보안수사3대 2팀 및 소속 수사관 김아무개씨 등을 국보법 위반(무고 및 날조), 허위공문서작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 구속된 대북사업가 김씨의 변호인단이 16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김씨를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및 담당 수사관을 국보법 위반(무고 및 날조)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김씨는 2002년부터 통일부에 북한 접촉 신고를 제출한 뒤 정보기술업체를 운영하며 북한과 경제협력 사업을 진행해왔다. 김씨는 지난 9일 오전 국보법 위반(자진지원) 등 혐의로 서울청 보안수사3대에 긴급 체포됐다. 그는 지난 1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금된 상태다.

김씨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제출한 문자메시지가 날조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조사를 받던 중 변호인에게 전화를 한다며 조사관 경위 김아무개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특정 번호에 증거를 인멸하라는 듯한 알수 없는 내용의 영문 메세지를 발송했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주장했다. 수사검사(공안1부 차범준 검사)는 이를 그대로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해 법원에 청구했다.

▲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며 기재한 문제의 문자메세지 내용. 사진=고소장 중

변호인단 확인 결과, 해당 문자는 김씨가 체포되기 19일 전 이 사건과 관련없는 사람이 경찰 공용 수사폰에 보낸 문자였다. 경·검은 ‘경찰 수신 문자’를 ‘김씨의 발신 문자’로 적시해 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자신은 △변호인에게 전화한다고 한 적이 없고 △조사관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영장에 적힌 메세지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체포 현장에서 아내에게 연락하려 했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그는 이후 경찰서에서 경찰 수사 공용폰으로 아내에게 전화했다.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그는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 민변 변호사에 연락을 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변호인단은 아내가 받은 문자를 고소장 증거로 첨부했다.

서울청 보안수사대는 ‘김씨가 전화를 돌려줬을 때 화면에 이상한 영문이 떠서 김씨가 보낸 문자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변호인단의 신윤경 변호사는 “체포 20일 전에 받은 문자인데 20일이 지나 잠금화면에 문자가 나타났다는 해명은 말이 안된다”며 “수신문자와 발신문자는 말풍선 색깔도 다르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이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거나 문자 화면을 감시하는데 그런 문자를 작성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공용 폰이 아닌 수사관 개인 폰의 캡쳐 화면을 증거로 제출했다. 문제 문자는 7월 22일 발신됐다. 경찰은 김씨를 체포한 9일 이 문자를 경찰 수사관 김씨의 폰으로 재전송했다. 신 변호사는 이를 “문자의 실제 수신 날짜를 감추기 위해 조작한 정황”이라고 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고소장 제출 전 “날조된 영장청구서 기재 사실이 판사 판단에 핵심 영향을 미쳤는데 구속영장이 유효하냐”며 “석방 조치를 취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 밝혔다.

장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관 김씨의 말을 믿고 속았다? 말이 안된다”며 “검찰은 관련자 전원을 철저히 수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차 검사에 대해서도 미필적 고의가 존재하는지 수사해 달라”고 말했다.

국정원, 2008~2014년 김씨 꾸준히 접촉해 정보 요구

보안수사대는 김씨가 사업을 위한 이메일 교류에서 반국가단체 측에 자진해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가 지난 2013년 사업 입찰 중 컨소시엄에 참여한 모기업으로부터 받은 동영상 파일을 북한 측 프로그램 개발자에 전달해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취지다.

장 변호사는 “당시 영상은 해변가에 선 사람과 얼굴인식 기계와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워야 인식이 되는지를 알아보는 용도였고, 김씨는 입찰에 실패했다”며 “경찰은 이 영상을 보고 북한 측이 우리나라 군사분계선에 쓰일 얼굴인식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또한 “김씨 이메일은 2013년 3월에 이미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돼 수색된 적이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그때 구속했을 것”이라며 “김씨 또한 국정원이 이메일을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여겼는데 뭘 유출했겠느냐”고 말했다.

▲ 변호인단이 공개한 구속피의자 김씨의 입장문. 사진=손가영 기자

이와 관련 김씨는 입장문에서 “국가보안법을 악용해 없는 간첩도 조작하는 세력을 철저히 조사하면 나와 ‘박두호’를 공작 관계로 엮으려는 배후 세력이 밝혀질 것”이라며 국정원을 지목했다. 박두호는 김일성대학 정보기술연구소장으로 중국 법인을 매개로 김씨와 사업 논의를 함께 했다.

김씨는 “북한 정보를 요구하며 2014년까지 나를 감시해온 (국정원의) 이 실장, 권 이사, 최 이사, 난 그들의 얼굴을 너무나 선명히 기억한다. 그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자신들과 관계를 비밀로 할 것을 협박하며 누설시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서약서를 2014년 여름에 강요해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실장은 심지어 ‘박두호 탈북공작’을 나에게 제안했다. 그럴 능력도 없는 나는 일만하게 해달라고 은자의 심정으로 피해갔다”며 “국정원 상식적인 정보에 기반하면 박두호는 탈북공작 대상일순 있어도 나에게 지령을 내리는 공작원일 순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경·검이 ‘반국가단체 공작원’으로 지목한 박두호에 대해 “내가 2007년부터 통일부에 공식 접촉 신고를 한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만남을 진행한 북한 프로그램 개발자”라며 “연합뉴스 등 각종 언론매체에 소개됐고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이 사업차 평양을 방문했을 때 직접 영접했다. 유능한 이학박사이자 전문가”라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청 보안수사대에 “선량하고 무고한 남·북 민간인을 간첩과 공작원으로 조작하는 아주 흉악무도한 세력”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호소한다. 영장을 조작해서까지 나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세력을 엄단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