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때

[기고] 박래군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운영위원

2018-08-16 21:15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2012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대통령 후보자격으로 평택 와락치유센터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너무 늦게 찾아온 것”에 대해 사과했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현 정부에서 해결이 안 되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다음 정부에서 문재인 후보는 야당의 대표가 됐지만 국정조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쌍용자동차 폭력진압의 진상을 밝힐 대법원 판결도 양승태 대법원장의 이른바 ‘재판거래’를 통해 봉쇄돼 버렸다. 어렵게 마련된 복직 합의는 부분적으로만 이행됐고, 그런 사이에 경찰이 제기한 17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2심까지 진행돼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런 사이에 사람이 계속 죽어갔고, 올해 6월 숨을 거둔 김주중 조합원은 서른 번째 비극의 주인공이다. 비극의 숫자 30, “해고는 살인이다”며 외쳤던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구호는 현실이 돼버렸고, 수많은 약속들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

7월3일 김주중 조합원을 비롯한 30명의 죽음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대한문 앞에 차려졌고, 지난 14일 고 김주중 조합원의 49재가 그곳에서 올려졌다. 불볕더위의 기록이 매일 갱신되는 가운데 쌍차 노동자들은 아스팔트를 기기까지 하면서 정부와 회사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다. 처절한 기다림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쌍차 해고자 문제를 잊지 않고 있음은 국민 모두가 잘 알게 됐다. 지난달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이 문제를 이례적으로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대통령이 나서서 언급해주었으니 쌍차 문제는 다 해결될 거라고 믿을 것 같다. 그 뒤 정부는 노사를 방문하면서 해고자 복직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도 없다. 회사와 기업노조의 단체협상 시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었다.

그런 중에 2009년 노조의 옥쇄파업 당시 회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노조파괴문건 100건도 공개됐다. 그 문건에 따르면 회사와 정부, 경찰이 긴밀하게 협조 하에 노조를 잔인하게 파괴하겠다는 계획이 매우 세밀하게 작성돼 있고, 이후 그 계획대로 경찰과 정부는 회사와 찰떡궁합을 이루면서 노조의 파업을 잔인하게 진압했다. 그로 인해 노조원들은 대거 해고됐고, 300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고, 100명 가까운 구속자가 생겼으며 이후 회사의 손배가압류와 경찰의 손배가압류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고 김주중 조합원은 파업에 참가했다가 나왔고, 이후 그는 경찰 손배가압류 대상자였다.

이명박 정권,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서 법의 이름으로 가한 폭력으로 노조를 파괴하고, 고통을 가한 그 결과는 죽음의 행렬이었다. 이제 그 법의 이름으로 가한 폭력은 끝내야 한다. 곧 있을 경찰청 인권침해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가 기대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잔인한 폭력진압으로 해고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도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경찰과 국가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통화해서 진압 허가를 얻었다는 당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그 폭력진압의 대가로 이후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쌍차 해고자들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짓밟혔고, 경찰과 검찰, 법원 등에 의해서, 그리고 정치권에 의해서 생명권과 인격권을 침해당했고, 생존권을 박탈당했다. 지난 9년여 세월은 고통의 나날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겨우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 매우 위험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던 그들이 다시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린 이유는 이제는 이 고통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나서서 복직 약속을 지켜야 하고, 경찰은 자신들 잘못을 인정하고 손배소부터 철회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죽음을 막겠다고 나선 해고자들과 시민들의 기다림이 끝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존중 사회를 국정지표로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응답해야 할 때다. 쌍차 해고자 문제를 잊지 않는 것은 고맙지만 과거 정권에서 잘못된 노동정책에 의해서 지독한 피해를 입은 그들에게 2012년의 약속을 이제는 지켜야 할 때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리 어려워도 꿋꿋이 버티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쌍차 해고자들은 안간힘을 다해서 버텨왔고, 지금도 버티고 있다.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사회의 의지를 쌍차 문제를 푸는 것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런 바람을 안고 오는 18일 전국에서 서울로 모인다. 이제는 진정 문재인 정부가 응답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