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랑 사장 사퇴 촉구” EBS 부장단 보직 사퇴

장해랑 EBS 사장, ‘UHD 밀실각서’ 의혹으로 퇴진 요구 가운데
“EBS 경영 더 이상 맡길 수 없다” 부장단 21명 보직사퇴 결의

2018-08-17 17:18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BS 부장단이 장해랑 EBS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보직 사퇴를 결의했다. ‘UHD 송신비 각서’ 논란으로 불거진 장 사장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EBS 부장 21명은 지난 16일 성명에서 보직 사퇴 소식을 전하며 장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부장단은 “7월 말 드러난 장해랑 사장과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의 밀실각서 체결 사건을 두고 애를 끊는 참담함과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정당한 절차와 논의를 거쳐야 할 국가방송정책을, 문을 걸어 잠그고 목소리를 낮춰 각서로 주고받은 행위에 독재의 환영이 겹친다”고 비판했다.

장 사장과 허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지상파 UHD 송신 지원에 관한 합의 각서’(이하 UHD 각서)에 합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송신설비 구축 비용 4분의1을 EBS가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유규오·EBS지부)는 지난달 27일 EBS 방송 송신 지원은 KBS가 부담한다는 방송법 등을 근거로 장 사장이 독단적으로 배임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부장들은 “수십, 수백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EBS에 덮어씌우는 합의 이면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우리는 알 도리가 없다. 수신료 공정배분을 준비하자는 의견은 침묵시키고, 절대 손대지 않겠다던 제작비를 삭감하고, 위법한 비용까지 EBS에 짊어지우면서까지 장 사장이 가고 싶었던 길이 어디였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건 이후 장 사장의 언행 또한 공영방송사 수장 자격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며 “공식석상에서 수도 없이 반복했던 발언을 뒤집으며 기억나지 않는다, 서명한 적 없다고 거짓말 하는 모습에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무너지는 걸 느꼈다”고 비판했다.

장 사장은 지난달 30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서명 사실을 부인하며 “(각서는) 스쳐지나가는 문건이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공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EBS직능단체협회(경영인·그래픽·기술인·기자·미술인·연구인·카메라맨·PD협회)는 “분노를 넘어 놀라움과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장 사장 퇴진 촉구 성명을 냈다. EBS지부는 지난 1일 비상총회에서 “서명한 것은 CEO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장 사장 발언 영상을 공개했다.

▲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지난달 27일 장해랑 EBS 사장과의 면담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EBS지부

EBS의 한 부장은 미디어오늘에 “부장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 있어 보직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EBS 경영 적자가 3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장 사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동안 문제해결 능력이 없고 경영철학에 동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초반에는 기대를 많이 했지만 UHD건까지 나오고 나니 ‘장해랑 호’에서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보직사퇴 결의에는 제작·편성·학교교육본부 등 경영·정책 부문을 제외한 대다수 부장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6일 이후 사장 대면보고와 전체회의를 거부하고 있다.

보직을 사퇴한 부장들은 “공영방송 부장으로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장해랑 사장에게 고한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압박했다.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의 사실 규명과 사과, 방통위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30일부터 장 사장 퇴진 촉구 농성 중인 EBS지부는 17일 대의원대회를 거쳐 EBS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