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수사하는데 20분 조사한 뒤 영장청구?

경찰, 8일 내 ‘20분 조사’만으로 검찰 넘겨, 변호인 “매우 이례적… 조작 증거니 구속 취소해야”

2018-08-17 17:16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국보법 혐의로 구속된 대북사업가의 영장 증거가 조작된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변호인단은 “구속 취소가 먼저”라며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변호인단의 장경욱·신윤경 변호사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금된 대북사업가 김아무개씨(46)의 “구속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니 즉각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 허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 결재 라인에 대해 미필적 고의 여부를 조사해 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장경욱·신윤경 변호사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구속된 대북사업가 김아무개씨의 구속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변호인단은 검찰총장 면담신청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를 방문해 “합당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라”고 항의했다.

김씨는 다른 국보법 사건과 달리 이례적으로 신속히 검찰에 넘겨졌다. 김씨는 17일 체포된 지 8일 만에 검찰에 송치됐다. 국보법 사건은 수사기간 연장으로 최대 30일까지 경찰 수사가 가능하다. 통상 경찰은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해도 십수일에 걸쳐 반복 소환해 조사해왔다.

실제로 경찰조사도 짧았다. 김씨는 체포된 지난 9일 20여 분 간 경찰조사를 받았다. 다음 날 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경찰은 영장청구 전 김씨를 추가 조사하지 않았다.

장 변호사는 “묵비하는 국보법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보장해준 경찰수사는 본 적이 없다. 계속 소환하고 하루 종일 조사하는 게 관행인데 이리 이례적으로 송치한 건 보안수사대가 자기 잘못을 심각히 시인한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이 말한 경찰의 잘못은 ‘증거 날조’다. 김씨 구속영장에 기재된 핵심 증거가 조작된 정황이 나왔다. 김씨를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3대 2팀은 ‘김씨가 체포된 뒤 의미를 알 수 없는 영문 메시지를 특정한 인물에게 전송했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주장했다. 경찰은 김씨가 △변호인에게 전화를 한다며 △조사관 김아무개 경위 휴대전화를 이용해 △‘에어컨 수리’와 관련된 알 수 없는 내용의 영문 메시지를 전송했다고 적었다.

▲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며 기재한 문제의 문자메세지 내용. 사진=고소장 중

변호인단 확인결과 김씨는 △부인에게만 연락했고 △경찰 개인 폰이 아닌 수사 공용폰을 썼고 △문제의 영문 메시지를 전송한 적이 없었다. 문자는 경찰이 김씨를 체포하기 20여 일 전 수사 공용폰으로 받은 것이었다.

서울청 보안수사대는 해당 경위의 실수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변호인단은 “20일 전 받은 문자를 착각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통화·문자를 경찰이 감시하는데 김씨는 그런 문자를 쓸 수 조차 없다”며 “경찰이 범죄를 저질러서까지 실적을 올리려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씨의 아내는 17일 검찰총장에 구속을 취소해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그는 일부 언론이 남편의 학생운동 전적을 강조하자 “혈기왕성한 20대 학창시절에 소위 서총련 간부였었다하나 지금 그는 내일 모레 50이 돼는 세 아이 아빠”라며 “세 아이의 아빠, 남북경협으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매일매일 고민하고 노력한 사업가로 살아온 시절이 훨씬 더 길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는 “죄가 있다면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보안수사대는 증거를 조작하고 검사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판사는 이미 그를 ‘적’을 이롭게 한 자로 낙인 찍어 그를 조직의 수괴, 나를 조직 중간연락책으로 만들어 마치 무슨 대단한 조직사건인양 만들려 했다”며 “남편을 풀어주시고 불구속으로 재판받게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탄원했다.

김씨는 안면인식 기술 관련 정보기술업체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남북 경협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국보법 위반 회합·통신·자진지원 등 혐의로 긴급체포돼 지난 11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