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시사토크쇼가 기대된다

[비평] KBS 데일리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논란을 통해 돌아보는 저널리즘의 기본

2018-08-17 18:18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김제동 만큼 특별한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 김제동은 ‘무한도전’과 ‘백분토론’ 어느 쪽에 출연해도 어색하지 않은 유일한 연예인이다. 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봤고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토크쇼를 진행했다.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김제동 어록을 외워온 뒤 “김제동씨를 좋아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2006년 KBS에서 연예대상을 받았고, 2010년 한국PD대상 TV진행자상을 받았으며 이후엔 자타공인 블랙리스트 연예인으로 전국을 누볐다. 그는 스스로를 두고 “사람을 웃다가 죽게 만들 수 있다”고 자평하는데, 그가 마이크를 잡은 곳에 있다 보면 영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의 특장점은 ‘토크’인데, 얼마나 말을 잘하면 그 재미없는 헌법을 달달 외우면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까지 겸비했다.

▲ 김제동씨. ⓒ노컷뉴스
그래서인지 그의 언변은 세상의 경계거리다.

2015년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군 장성 아내를 아주머니라 불렀다는 이유로 영창에 갔다”는 김씨의 발언은 뜬금없이 2016년 국정감사 최대 이슈가 됐다. 새누리당과 종합편성채널은 김제동씨가 대역죄를 저지른 듯 몰아세웠고 당시 TV조선 ‘뉴스를 쏘다’ 패널 황태순씨는 김씨를 가리켜 “친노 그룹에 좀 앞에 나서는 최고 프로파간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김씨를 둘러싼 여론몰이가 “성주 사드배치 반대 집회에서 했던 발언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김제동씨는 다시 세상의 경계거리가 됐다. KBS1 TV가 9월10일부터 매주 월~목 11시30분 데일리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편성을 결정하면서부터다. 5000여명의 직원이 있는 KBS에서 조합원 40여명이 가입된 일부 노조의 반대가 예견됐으나 언론이 이를 거들면서 논란이 됐다.

15일자 ‘김제동 시사프로 내달 첫선…시사 예능화 다시 도마에’란 제목의 한국일보 기사 요지는 이렇다. ①“폴리테이너(정치참여에 적극적인 연예인)로 분류되는 김제동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②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상파 방송 출연에 불이익을 당한 김제동이 정권이 바뀌자 공영방송 새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③여당 성향 방송인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되냐 ④정통뉴스가 밀린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 8월15일자 한국일보 기사.
기사대로라면 김제동은 영원히 방송 출연을 못 하거나 예능에만 출연해야 하고 혹여 논란이 되지 않게 프로그램 수를 자제해야 하며 예능인의 ‘분수’를 지키며 저널리즘에 함부로 입을 놀려서도 안 된다. 이 같은 인상비평의 핵심은 ‘김제동=정부여당 편향’인데, 같은 날 김현기 중앙일보 워싱턴총국장이 쓴 칼럼 ‘김제동이 NPR의 진행자였다면’과 흐름을 같이 한다.

해당 칼럼은 “개그맨 출신 방송인이라고 시사프로진행자가 되지 말란 법 없다. 다만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인물이 프로를 진행하는 건 별개 문제”라고 주장하며 “정권 입맛에 맞는 ‘그 정권 사람’에게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 과거 정권에서 그 말로가 어땠는지 뻔히 봐 놓고, 또 같은 길을 되풀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기 총국장은 김씨를 쓸 경우 “(KBS가) 수신료를 거둘 명분이 사라진다”고 주장하면서 김씨의 편향성을 증명하는 예로 2년 전 그가 사드 배치 철회 요구 집회에서 “뻑 하면 종북이라고 한다. 그래서 난 경북이다. 이XX들아”라고 말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누가 이기나 봅시다”고 말한 걸 인용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뉴스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은 논란이 있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관점을 주입해선 안 된다”는 미국 공영방송 NPR사장의 과거 성명을 인용했다.

이 같은 비판은 합당할까. 우선 김제동은 지난해 9월8일 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를 찾아 “소성리 할머니들은 울 자격이 있다. 그리고 국가는 들을 의무가 있다. 장관이라는 사람이 정치적 고려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두 번씩 사람 마음을 다치게 해선 안 된다”며 당시 사드 임시 추가 배치를 강행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쯤 되면 ‘김제동=정부여당 편향’이란 전제가 흔들린다.

▲ 방송인 김제동씨가 2016년 8월5일 밤 경북 성주를 찾아 사드 반대 투쟁을 벌이는 시민들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영방송 전문가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중앙일보 칼럼에 등장한 NPR 또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방송이라 전하면서 “저널리즘의 공정성은 중립 코스프레보다 충분히 여러 견해를 다루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드러낼 수 있을 때 의미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해석저널리즘으로 신뢰를 쌓은 BBC 사례로도 증명된다. 오늘날 공정은 ‘기계적 균형’이나 ‘의견 없음’이 아니라 여론을 바탕으로 한 ‘비례적 균형’, 다양한 의견과 사안의 복잡함을 인정하는 ‘총체성’으로 인식된다.

정준희 겸임교수는 “공영방송이든 민영방송이든 방송심의 차원에서 진행자와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것이 맞다”고 전제한 뒤 “김제동씨 진행여부는 사회적 논란이 될 만 한 주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김제동씨가 시사토크쇼 진행자로서 결격사유가 없는데 언론이 논란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일부 사실을 침소봉대하는 정파적인 현재 종편의 시사토크쇼 관점에서 김제동의 시사토크쇼를 바라보면 곤란하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어려운 이슈들을 잘 풀어내고 궁금한 걸 계속 되물으며 저널리즘 측면을 잘 살리면 김제동씨 진행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류지열 KBS PD협회장은 “김제동씨는 방송인으로의 탁월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진행 능력이 부족하면 시청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뒤 “김씨가 본인의 양심에 따라 행동해온 것을 두고 여당과 방향성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해선 안 된다. 중요한 건 진행자로서 김씨의 지향점이 옳은지를 따져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회장은 이어 “프로그램 출발 전부터 몇몇 언론이 기사를 내고 있는데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 KBS1TV가 9월10일부터 매주 월~목 11시30분 데일리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을 편성한다. ⓒKBS
연예인의 시사토크쇼 진행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채널A ‘외부자들’ 시즌1에선 남희석씨가 진행을 맡았고, MBN ‘판도라’는 배철수씨가, JTBC ‘썰전’은 김구라씨가 진행한다. 그런데 유독 김제동씨가 시사토크쇼를 진행한다니 난리다. 김씨는 75%의 탄핵찬성 여론 속에서 헌법을 인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만약 그 이유로 시사토크쇼를 할 수 없다면 이는 공정성에 대한 오해다.

박근혜 탄핵 찬반여론이 75%대25% 수준이라면 리포트도 탄핵찬성 75%, 탄핵반대 25% 분량으로 보도해야 공정이다. 균형은 보도의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정치적 입장이 없는 인간은 없다. 때문에 중요한 건 김제동의 정치적 지향보다 그가 저널리즘 영역의 불편부당성을 위해 시사토크쇼에서 얼마나 많이 묻고 의심느냐다. 아직 프로그램이 시작도 안 했기에 이에 대해선 증명 불가다. 그러니 섣부른 비판은 자제하자.

다만 김씨가 2015년 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메시지에서 본인의 언론관을 다음과 같이 밝혔기에 그의 시사토크쇼를 유추해볼 순 있다. “나는 언론은 권력의 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 있는 사람에게는 짖고, 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 저기 살만한 세상이 또 있구나’ 알려주는 그런 개가 되어야 한다. 산길을 찾아 헤매다가 인가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늘 마음을 탁, 놓을 수 있었던 계기는 민가에서 개소리가 들려올 때였다. 영원히 권력의 개가 되어서 권력이 잘못할 때 끊임없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권력을 물어뜯는 개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