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절 약속했던 쌍용차 문제, 文대통령 해결하라”

쌍용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회
“31번째 희생 막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약속 지켜라” 정부 사과와 복직, 명예회복 촉구

2018-08-18 21:06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30개의 흰 가면이 앞장서고, 119개의 ‘죽음과 모욕의 그림자’가 뒤따랐다. 18일 오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쌍용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범국민대회를 열고 대통령이 쌍용차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범대위와 참가자들은 서울 대한문 앞 고 김주중씨 분향소 앞에서 ‘정부 사과와 해고자 명예회복 및 복직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를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쌍용차 국가폭력 진상규명 △손배가압류취소 △해고자전원복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가 18일 오후 ‘결자해지 범국민대회’를 열고 정부 사과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날 행진에는 30명의 참가자가 지난 2009년 파업과 정리해고 사태 이후 9년 동안 목숨을 잃은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의 넋을 뜻하는 흰 가면과 천을 두른 채 앞장섰다. 그 가운데 무대에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무용이 진행됐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119명은 자신에게 붙은 ‘죽음과 모욕의 그림자’를 뜻하는 진회색 인형을 짊어지고 따라 행진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각계 시민사회단체 2000명이 뒤를 이었다.

▲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가 18일 오후 ‘결자해지 범국민대회’를 열고 정부 사과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가 18일 오후 ‘결자해지 범국민대회’를 열고 정부 사과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시민사회 각계 단체들이 참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가 18일 오후 ‘결자해지 범국민대회’를 열고 정부 사과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윤정 범대위 상황실장·금속노조 조직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단 한 가지도 해결하지 않았다”며 “지난 10년 피마르게 투쟁하는 동안 아무도 용서를 구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는 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정부가 청구했던 14억 70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조차 취하하지 않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당선 후 쌍용차 사태에 대해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과거 정부 대신 사과했다면 과연 김주중 조합원이 우리를 떠났을지 묻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러 차례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TV토론에서 쌍용차 사태를 언급하며 “정리해고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9월 18대 대선후보 시절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찾아 “(쌍용차 진압은) 결국 청와대가 지시한 것”이라고 밝힌 뒤 진상규명과 폭력진압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8일 열린 ‘쌍용자동차 결자해지 범국민대회’에서 고 김주중 조합원 추모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 2005년, 노동자가 반대할 때 먹튀자본에 쌍용차 회사를 넘긴 자, 노동자 셋 중 하나는 회사를 나가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고 겁박한 자, 함께 살자며 교섭안을 가지고 요구했던 노동자들에게 헬기와 테이저총, 쇠몽둥이를 휘두른 자 누군가. 국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무시한 채 폭력진압을 사전모의하고 기획한 자, 정리해고가 잘못됐다고 상식적인 1심·2심을 거쳤더니 대법원에서 청와대와 짜고서 판결을 뒤집은 자가 누구인가. 국가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일, 쌍용자동차가 2009년 정리해고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작성·실행한 ‘노조 와해’ 비밀문서 100여건이 드러났다. 문건에선 쌍용차가 정리해고와 노조 와해 과정에서 경찰·검찰·노동부 등 정부 부처와 공조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5월엔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 사례에 쌍용차 정리해고 대법 판결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시기 국가가 저지른 참사에 대해 정부는 지금 당장 조치하라”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도 “정부가 개입해 발생한 참사를 놓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며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18일 ‘쌍용자동차 결자해지 범국민대회’에서 그림자인형을 던져버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날 범국민대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그림자인형을 던져버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농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 학술계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10대 요구사항을 낭독했다. 

이들은 △2009년 쌍용차 회계조작 △쌍용차-경찰의 노조파괴 △폭력진압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해고자 대상 손해배상·가압류 철회와 형사처벌자 사면복권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재심 회부 및 재판거래 진실규명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 △희생자 가족 지원방안 마련 △정리해고제 폐지 등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