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방문진 이사 ‘오더’는 현행법 위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김성태는 직권남용, 이효성은 직무유기”
방송독립시민행동, 공영방송 이사 선임 문제와 개선방안 토론회

2018-08-21 15:16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최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방문진) 이사 선임에 자유한국당이 개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방통위)가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시민행동)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방문진 사례를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 이사선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토론했다.

시민행동은 지난 16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MBC 전임 경영진인 김도인·최기화 이사 선임을 밀어붙였다는 이효성 방통위원장 발언을 전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MBC본부)는 앞서 한국당 추천 김석진 방통위원이 이사 선임을 앞두고 2차례 국회에서 김 원내대표를 만났고, 김 원내대표가 김도인·최기화 이사를 반드시 관철시키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김석진 위원은 ‘안 그러면 내가 그만둘 상황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행동은 지난달 방통위에 최 이사는 박근혜 정권하에 편파·왜곡보도를 자행했고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며, 김 이사는 국정원 MBC 장악문건에 따라 이른바 ‘블랙리스트 방송인’ 퇴출에 앞장선 장본인이라는 이유로 이들이 부적격 후보자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홍지만 한국당 홍보본부장은 17일 성명에서 “정당 추천을 받아 임명된 방통위원들이 정당과 협의를 통해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방송법 정신에 따른 정당한 관행이었다”며 “제1야당 원내대표 이름을 거론하며 부당한 압력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이효성 위원장 발언과 한국당 반응 등을 두고 “현행법 위반을 스스로 인정하는 내용들”이라고 꼬집었다.

▲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2018 공영방송 이사선임 문제점과 개선방안 : 방송문화진흥회 사례를 중심으로’ 긴급토론회를 진행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우선 김석진 위원이 김성태 원내대표 지시를 받고, 김 위원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일은 방통위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이 법 8조1항에 따르면 방통위원은 장기간 심신장애, 직무상 의무 위반 등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않는다. 동 조항 2항은 방통위원이 직무 수행에 있어 외부의 부당한 지시·간섭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김 본부장은 “독립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위원들은 누구보다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당적도 보유한 지 3년 이상 경과해야 한다”며 “그러나 방통위원들은 정당 대리인으로서 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가 김 위원에게 이사 후보들을 관철시키라고 한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받은 판례를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영화진흥위원회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들은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심의·의결하도록 돼 있는데 (김 전 비서실장은) 이를 침해했다”며 “판결문에는 관행적으로 이뤄졌더라도 달리볼 것이 아니며 관행이 위법 사실을 덮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행동은 방통위와 한국당 측에 대한 고발 조치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사 추천 관행이 유지되는 근본 이유로 입법 미비 문제도 언급됐다.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르면 MBC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작 이사 추천에 관한 시행규칙이 없는 가운데, 정치권 추천 인사들이 여야 6대3 비율로 임명돼왔다.

이는 11기 방문진 이사 선임에 그대로 반영됐다. 여권 추천 이사는 김상균 이사장을 비롯한 김경환·유기철 기존 이사, 문효은 전 다음 부사장, 신인수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 최윤수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등 6명, 야권 추천 이사는 최기화 전 MBC 기획본부장, 김도인 전 MBC 편성제작본부장, 강재원 동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 3명이다.

김 본부장은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여당 7명, 야당 6명을 추천해 13명으로 하자는 안은 지금 법보다도 후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 및 언론자유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여당은 반걸음이라도 가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열 걸음 후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김도인·최기화 이사가 향후 MBC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김 처장은 “이들이 방문진에서 단지 N분의1 이사일까. 그냥 끼어 있는 한 사람에 그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MBC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시비를 걸며 요소요소 괴롭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다만 “최기화, 김도인이 가장 충격적이지만 9명 이사들 중에서 부적격자들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언론계 안팎에서 공영방송 이사 자격 요건으로 제시된 성평등, 지역 대표성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더했다. 방문진 이사 9명과 감사 1명 중 여성은 이사 2명에 그쳤다. 그마저도 여성계를 대변할 인물로 볼 수 있을지 검증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박민 전북참여미디어연구소장은 방문진 이사 선임에 지역대표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박 소장은 “공영방송 책무는 수도권만이 아닌 지역시청자들 권익 보호를 포함한다”고 지적한 뒤 “지역 MBC 사장 선임, 경영·운영 책임과 권한을 방문진이 갖고 있다. 지역에는 결정할 수 있는 권한·능력·자원이 없다. 지역 MBC가 공영방송이라면 (방문진 이사진에)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KBS와 EBS 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이경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KBS 이사 선임에서 방문진 같은 결과가 나오면 할 말이 굉장히 많아질 것 같다. 후폭풍이 두렵다면 방통위는 과오를 인정·사과하라”며 “방통위가 비판을 듣기 싫고 정부여당 압박이나 외압도 싫다면 국민에게 (공영방송 이사 임명을)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