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철 방문진 이사의 부적절한 ‘덕담’

지난해 MBC 사장 후보자와 별도 만남…사장 선임 탈락하자 ‘자회사 자리 부탁해보라’

2018-08-22 11:37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최근 연임에 성공한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방문진) 유기철 이사가 지난해 MBC 사장 선임을 전후해 특정 후보자와 부적절한 언행을 나눈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 이사는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MBC 대주주·관리감독기구 이사로서의 본분에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유 이사가 MBC 사장 최종 후보자 3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우호 후보자를 사장 선임 직전인 지난해 12월2일 만났고, 사장 도전에 실패한 이 후보자에게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회사 사장 자리를 부탁해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다.

12월2일은 MBC 사장 선임과 관련해 민감한 시기였다. 바로 전날은 방문진 설립 이래 최초로 시민 대상 정책설명회가 열렸고, 5일 뒤인 12월7일 방문진 이사회의 후보자 최종 인터뷰(면접) 및 사장 선임이 예정돼있었다. 일각에선 당시 이 후보가 유 이사와의 만남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유 이사는 이 후보와 만나 커피를 마시며 전날 있었던 후보자 정책설명회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 이사는 당시 30분쯤 덕담을 나눈 뒤 헤어졌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한 달 전 먼저 연락해왔지만 독감 등으로 인해 바로 보지 못했고, 최승호·임흥식 후보를 잠깐씩이라도 만난 적이 있기에 이 후보도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게 유 이사 설명이다. 유 이사는 “마침 감기가 좀 나아졌을 때가 정책설명회쯤이라 아무 생각 없이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방문진은 MBC사장으로 최승호 후보를 선정했고, 이에 이 후보는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이 사장 선임이 무효라며 유 이사에게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연락해왔다는 것. 이 역시 관련자들 증언이 일치하는 대목이다. 유기철 이사는 이우호 후보 측이 “유기철이 떨어뜨렸다고 소문을 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12월8일 문제의 통화가 이뤄졌다. 이른 아침 유 이사가 이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이완기 이사장에게 전화해 자회사 사장 관련 이야기를 해보라고 말했다는 것. 이 날은 첫 출근을 앞둔 최 사장이 MBC 임원 선임과 관련해 이 이사장과 협의하기로 한 날이었다.

▲ 지난해 11월 유기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유 이사는 일관되게 ‘자회사’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이사는 “(자회사 사장을) 부탁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면 나는 힘이 없으니까 이사장에게 연락해보라고 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나는 기억이 없는데 그랬다 손치더라도 (청탁성 발언에) 면피하려고 한 것 아니겠나”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완기 전 이사장은 12월8일 당일 이우호 후보에게 연락이 왔었다며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난 그냥 듣기만 했다. 이런저런 전화해서 주문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내가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은 “그러고 나서 이 후보가 스스로 (자회사 사장) 안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우호 후보는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MBC 사장 선임이 결정된 뒤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와 만남은 사적인 자리였고,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한 제도 개선 차원에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정도로 주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본인이 현재 MBC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며 거듭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당시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도 일련의 일들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후보 측 인사였던 홍순관씨(현 여수MBC 사장)가 유 이사와 이 후보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연국 본부장은 “이우호 후보자 본인이 실수를 인정하고 곧바로 청탁을 철회했으므로 해프닝으로 판단했다”며 “유기철 이사가 사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자를 만난 행위와 선임 직후 후보자에게 전화를 건 것은 방문진 이사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판단해 이완기 당시 방문진 이사장에게 즉시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12월12일께 김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이 이사장 역시 크게 공론화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당시 상황은 마무리됐다.

방문진은 MBC 사장 임명·해임 권한 뿐 아니라 MBC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지역사·자회사 등 MBC 관계사 사장 선임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기구다. 자회사 사장 선임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언행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한 방문진 관계자는 “덕담을 굳이 만나서 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유 이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알았지만 터무니없으니까 그동안 기사화가 안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최근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면담 자리에서 유기철 이사의 연임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