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예산 50조 R&D·국방에 쓰라? “근거뭔가”

조선·자유한국당 ‘예산 50조 낭비론’에 정부 등 “노인일자리 지원 말라는 건가…비논리적”

2018-08-22 21:17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등이 일자리 예산 54조원이 허공에 날아갔다고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조선일보는 내용도 저임금 단기 일자리가 태반이라며 차라리 그 돈으로 R&D(연구개발)·국방비 등에 쓰면 효과적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정부는 단기 일자리 지원사업이 취약계층의 일자리 경험 제공 등 사회안전망의 의미가 포함돼 이것조차 지원하지 않으면 고용이 더 악화된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사설 ‘일자리 만든다며 쓴 국민 세금 50조원 어디로 갔나’에서 “정부가 작년과 올해 일자리 만든다고 쏟아부은 국민 세금이 50조원이 넘는다”며 “그런데 7월에 늘어난 일자리는 5000개다. 실업자가 7개월째 100만명을 넘고, 올해 폐업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허공에 사라진 50조원으로 교육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고, 저소득층 복지에 썼으면 그 효과는 몇 배로 나타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장제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도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지금까지 쏟아 부은 54조는 어디다 내버렸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현 정부가 과거에) 22조원이면 100만개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일자리 예산은 54조원을 쏟아부었는데 9만1000개 늘었다”며 “54조원을 9만1000명한테 나눠주면 5억9000만원이다. 그 돈 그냥 나눠주지 뭐하러 이렇게 예산을 낭비하고 있냐”고 비난했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원래 국회방송 영상)
정부는 일자리 예산 54조원이 날아갔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편도인 고용노동부 일자리정책평가과장은 22일 “정부 돈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은 과하다”라며 “‘직접 일자리사업’의 경우 노인 일자리지원,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한시적 성격의 일자리가 많지만, 이 사업의 목적은 취약계층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고 추후 온전한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하는 것이다. 노인의 경우 사회안전망 취약하므로 ‘직접 일자리’를 매개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서비스나 고용장려금 유형의 경우 취업알선과 고용유지를 돕는다며 특히 일자리 예산에 실업급여 6조 원이 포함돼 있는 점을 들어 “소득이 없으면 생계유지가 안되는데, 실업급여도 없게 되면 사회가 유지되겠느냐”고 강조했다. 편 과장은 이런 사정을 외면하고 단지 전년대비 고용증가폭이 낮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50조원으로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 사회간접자본 확충, 국방을 튼튼히 하고, 저소득층 복지에 썼으면 효과는 몇 배로 나타났을 것’이라는 조선일보 주장에 편 과장은 “R&D와 SOC에 더 투자할 경우 효과가 있으리라는 근거가 어디있는가. 과연 어느 나라가 그렇게 할지 상식적으로 의문이 든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예산담당 관계자는 22일 “일자리 예산을 이번 정부가 새롭게 투입한 것은 아니다. 지난 정부도 했다. 이는 구조적 문제였다. 일자리 예산들을 단순히 합친 54조원을 두고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고용지표가 악화됐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며 “일자리 사업 때문에 공공 서비스분야, 사회서비스 분야는 (일자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지표는 악화됐지만, 취업자 수는 늘었기 때문에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센터 실행위원을 맡고 있는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22일 “돈 넣었는데도 전체적으로 노동시장 고용률이 개선되지 않았으니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며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직접 일자리 사업’ 가운데 청년 인턴사업의 경우 효과가 낮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워낙 심각하니 실업상태로 두는 것보다 그런 기회라도 주는 것니 낫다고 해서 하는 것”며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 빈곤과 자살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도 다 이런 약점이 다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업들”이라고 강조했다.

R&D나 SOC 등에 투입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조선일보 주장에 조 교수는 “일자리 사업예산을 줄인다면 오히려 사회복지를 늘려야지, 왜 SOC에 투입하느냐. 도로에는 충분히 투자했다고 판단한다. 지방 도로엔 차가 많이 안다닌다. 지방공항은 다 적자다. SOC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2018년 8월22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