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폐업률로 문재인정부 때리기

‘자영업 폐업률 87.9%’와 최저임금 인상 연결은 잘못…“문 정부 들어 자영업자 지원책 많아져 오히려 인건비 부담 줄어”

2018-08-23 13:30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올해처럼 폐업신고 많은 경우는 처음이다.” 8월20일자 문화일보 기사 제목이다. 문화일보는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87.9%로, 2016년보다 10.2% 증가했다”고 보도하며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영세사업주의 줄폐업”이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폐업률이 늘어난 것처럼 읽힌다.

▲ 문재인 대통령이 8월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문화일보가 인용한 국세청의 2017년 자영업 폐업률 자료는 ‘2016년’ 수치다. 박근혜 정부 4년차였던 2016년 폐업률을 2017년 12월에 배포한 것이다. 때문에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주장은 왜곡에 가깝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란 프레임도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박근혜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적이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자영업 폐업률을 무기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한 언론사가 한 둘이 아니다. 예컨대 8월17일자 MTN도 ‘폐업률 87.9%’ 수치를 언급하며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런 왜곡 보도의 시작은 어디었을까.

▲ 문화일보 8월20일자 기사.
한국경제신문은 7월21일자 ‘자영업 10곳 문 열면 8.8곳 망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2016년 자영업 폐업률은 전년 대비 10.2%포인트 높은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2016년이 적시돼 있지만 이후 기사들에선 ‘2017년 통계’라는 대목만 인용됐다. 이후 이 수치를 인용한 매체는 2017년 폐업률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국경제가 처음 내놓은 87.9%라는 수치 자체도 문제가 있다.

이 신문은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2016년 48만3985개가 새로 생기고, 42만5203개가 문을 닫았다. 10개가 문을 열면 8.8개는 망했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수많은 자영업종이 존재하는데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업만 뽑아 폐업률을 산출한 건 한국경제신문의 자의적 판단이다. 

▲ 7월21일자 한국경제.
해당기사의 결론 역시 “전문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업종·지역별 차등 없는 일괄 적용이 곳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다”였다. 자영업 위기를 진단하며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건 언론의 역할이지만 ‘기승전-최저임금 인상 비판’을 위해 박근혜 정부 통계를 자의적으로 왜곡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인상 이후 폐업률 통계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영업 폐업률이 증가했더라도 이를 최저임금 인상과 연결 짓는 프레임 역시 무리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자영업자는 570만1000여명으로, 이 중 70.9%에 해당하는 403만9000여명은 고용한 사람 없이 혼자 일하거나 가족 도움을 받고 있어 최저임금과 연관이 없다. 즉 자영업자의 30%만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2017년 7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8만7000여명에서 2018년 6월 현재 166만2000여명 수준으로 약간 늘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5인 이상의 커피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35)는 근로기준법을 다 지키며 가게를 운영하니 오히려 전보다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김씨는 “올해부터 정부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이 나와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직원 1명을 고용하면 월 75만원씩 3년간 지원금이 나오고 직원에 대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도 첫해 90%, 이듬해부터 60% 지원된다. 5인 미만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도 있으나 자영업자 대부분이 이런 지원책을 잘 모른다.

앞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영세자영업자 지원 대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경제적 어려움을) 최저임금 탓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폐업률로 문재인 정부를 탓하던 언론은 지금껏 경제위기 관련 보도에서 놓치거나 왜곡했던 것이 없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