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튜브도 방송에 편입? 방송법 지각변동 시작

[해설] 시시각각 변화한 방송환경, 법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MBC에 TV수신료를 지원할 수 있을까?

2018-08-24 18:33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방송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방송법은 김대중 정부 때 만든 낡은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자, 정치적 이해관계가 치열해 미루고 미루던 방송법 전면개정 작업이 시작됐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위원장 김성수)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나온 건 초안으로 논의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많은 의견을 듣겠다”며 논의 후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방송법 초안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쟁점1.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방송?

통합방송법은 방송환경에 변화에 맞춰 뉴미디어도 편입한다. 

OTT(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통신망을 통해 시청자에게 방송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가 된다. 프로그램을 제작해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자는 ‘인터넷방송콘텐츠사업자’가 된다. 온라인 방송을 편성과 유통을 맡은 방송사와 제작하고 납품하는 독립제작사의 관계처럼 본 것이다. 부가유료방송사업자가 되려면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지분 소유제한 규정 등 법적 책무를 부과 받는다. 외국인은 부가유료방송사업과 인터넷방송콘텐츠사업을 할 수 없다.

▲ 통합방송법 초안에 따른 방송사업자 분류체계.

그러나 이런 법제화는 정교하지 않고 반론의 여지도 많다.

첫째, 방송의 기준이 무엇인가. MCN 등 1인 미디어도 방송이라면 개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피 영상도 방송에서 뺄 이유가 없다. 보수적으로 적용해 TV방송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만 편입하더라도 유튜브, 팟빵 등에서는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와 사업자가 만든 콘텐츠가 뒤섞여 있다.

둘째, 제작과 유통이라는 낡은 기준으로 사업자를 구분할 수 있을까. SBS 모비딕이나 72초TV는 제작사다. 그러나 유튜브나 넷플릭스, 네이버TV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제작도 겸해 전통적 분류로 구분하기 힘들다.

셋째, ‘동영상만 하는 사업자’가 아닌 ‘동영상도 하는 사업자’는 어떻게 볼 것인가.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자체 제작 콘텐츠도 있지만 이들은 통합방송법 틀로는 규정할 수 없다. 특정 사업군만 떼내 시장점유율을 측정할 수 없어 시장경쟁상황평가 대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넷째, 넷플릭스 등 변화에 대비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역차별 소지가 있다. 글로벌 플랫폼은 국내에 진출하지 않고도 사업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을 만들어도 무의미하다. 저작권을 우회해 불법 업로더들이 드라마, 예능을 올리던 프랑스 동영상 사업자 데일리모션은 국내에 진출하지 않았는데도 수 많은 국내 이용자를 모았다. 

다섯째, OTT는 방송이 아닌 통신 영역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돼 규제를 받고 있다. 법 전반 개정을 검토하지 않은 채 통합방송법 제정만으로 해결하려면 이중 규제 우려가 있다.

쟁점2. 공영방송 개념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공영방송’이라는 표현은 국민들에게 익숙하지만 사실 법에는 없는 개념이다. 통합방송법 초안은 공영방송을 법에 규정하고 공영방송별로 별개 법 마련을 제안했다. 

통합방송법은 공영방송을 KBS, EBS, MBC 세 방송사로 규정하고 △공적 책임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 △공적 책임을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과 실천과제를 매년 국회에 보고하고 시청자에 공표할 것 △공적 책임 관련 추진 실적과 성과를 매년 공표할 것 △정부는 공영방송에 재정적 지원을 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 공영방송 3사 사옥. TV수신료 인상과 공적 재원 없는 MBC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기준과 ‘공적 책임’인 구체적이지 않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공영방송에 대한 개념적 정의가 불분명하다”며 “이 회사들이 하니까 공영방송이 아니라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공영방송인지 구체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재원 확충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통합방송법 초안 발표 때 KBS 수신료 징수 대상을 TV수신기가 없는 가구에도 부과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KBS와 EBS의 수신료 재원이 부족한 건 맞지만 조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공영방송의 사회적 역할이 상업방송에 견줘 낫다고 보기 힘든 현실도 장벽이다.

공청회에서 논의하지 않았지만 ‘MBC’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초안에 따르면 공영방송은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지만 MBC는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MBC에도 수신료를 지원해야 하지만 KBS수신료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현실적이다. 그렇다고 MBC를 민영화하자는 논의를 하기도 힘들다.

쟁점3. 시장 공정경쟁? 핵심이 빠졌다

통합방송법은 방송법에 규정되지 않았던 IPTV를 통합하고 방송시장 전반의 공정경쟁 방안을 제시했다.

지상파 vs 종편, 지상파 vs 유료방송, 케이블 vs IPTV, KT vs 반KT 등 한국의 방송시장 경쟁구도는 얽히고 설켜있다.

유료방송 경쟁 측면에서 통신사의 IPTV가 핸드폰 결합상품을 묶어 팔면서 케이블 진영은 반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료방송을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해 점유율 제한을 두는 합산규제에는 IPTV와 위성방송을 가진 KT가 반대하고 케이블과 LG, SK가 연합전선을 펴 찬성했다. 반면 SK텔레콤이 케이블인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자 KT와 케이블이 반발했다. 원칙을 세우지 못해 갈등만 커지는 모양새다.

▲ 지상파와 케이블업계는 재송신 수수료를 두고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지상파와 얽힌 이슈도 많다. 지상파는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방송을 내보내는 대가로 받는 돈인 재송신수수료를 두고 분쟁과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비대칭 규제 개선과 종합편성채널 특혜 환수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지상파, 종편, CJ ENM 등은 독립제작사와 불공정 계약 및 갑질 문제도 있다.

통합방송법 초안은 방송법에 ‘공정경쟁의 촉진’ 조항을 만들고 ‘효율적 경쟁체계 구축과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을 정부의 역할로 명시했다. 그러면서 금지행위로 △정당한 사유 없는 방송서비스 제공 거부 △시청자 정보 부당 유용 △정당한 사유 없이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리한 계약조건 강요 등을 추가했다. 금지행위 확인을 위한 방통위의 조사 절차를 규정하고 손해배상 청구조항을 신설해 정부의 시장단속 권한도 확대했다.

그러나 정작 주요 ‘쟁점’의 해결 방안은 법에 담기지 않았다. 토론자인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종편 지상파 비대칭 규제 문제가 법안에 없다”며 사업자나 정치권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외면할 게 아니라 함께 풀어야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