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뛰었는데 사라진 임금… ‘꽁티’가 뭔지 아십니까?

‘국제우편물 보안검색’ 비정규직, 노조 만들다 “무료노동 ‘꽁티’, ‘無연차 계약서’ 바꿀 것”

2018-08-27 10:03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해외로 보내는 소포·편지는 반드시 이들 손을 거친다.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보안검색원이다. 전국의 해외 배송 물품은 인천 공항화물청사역 인근의 ‘국제우편물류센터’로 모인다. 비행기 승객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듯 물품도 마찬가지다. 보안검색대원의 감시 아래 ‘X-ray’ 기계, 폭발물탐지기 등의 검색을 거친다.

국제우편물류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서울지방우정청 소속이다. 이들은 공공기관에서 일하지만 공무원이 아니다. 이들은 용역업체 ‘프로에스콤’에 고용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해외에서 배송된 화물검색도 비정규직이 맡을까. 관세청 소속 ‘전문경력관 다군’ 공무직이 맡는다. 유사한 업무지만 해외로 나가는 소포는 비정규직이, 해외에서 들이는 소포는 공무원이 맡는 셈이다.

▲ 인천 운서구 위치한 국제우편물류센터. 사진=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26일 오후 국제우편물류센터 보안검색대원들이 인천 부평구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노조 설립 사실을 알렸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그러려면 메뚜기 마냥 2년 마다 바뀌는 용역업체가 아닌, 진짜 고용주 우정사업본부와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가입률을 96%에 달한다. 48명 대원 중 46명이 가입했다. 하성호(41) 공공운수노조 국제우편물류센터 보안검색지회장은 “당장 보고 있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이 명백히 부당해서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회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구두로 ‘자회사안’을 거론한 상태다. 이들 업무가 우편법상 직접고용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하 지회장은 “우리 손을 거치지 않으면 국제우편물 운송 자체가 안된다”며 “우편업무가 아니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6일 오후 국제우편물류센터 보안검색대원들이 인천 부평구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노조 설립 사실을 알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하 지회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불만도 곪을대로 곪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크게 △임금인상 억제 꼼수 △무료노동 ‘꽁티’ △‘0개 연차’를 들었다.

이들에겐 기본급이 10여 만원 오르면 교통수당 10만원이 사라지는 식의 무늬만 임금인상이 계속돼왔다. 2016년 기본급 126만원이, 2017년 135만원으로 늘자 ‘약정연장근로수당’은 56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었다. 하 지회장은 “전체 임금이 5년 간 5만원 느는 사이, 식권이 30장에서 20장 줄었다. 5만원 늘고 4만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하 지회장은 “연차는 없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에 ‘당월 일요일과 공휴일 휴무는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상호 합의한다’는 조항이 있어서다. 휴가는 ‘비번 금요일’과 주말을 합쳐 나오는 2박3일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도 더 필요하면 동료에게 돈을 얹어 휴일을 산다. 동료를 대신 근무하게 한 뒤 자신이 임금을 보상해주는 식이다. ‘대근’(대신근무)이라는 현장 은어가 있다.

‘꽁티’는 ‘공짜노동’을 뜻하는 또 다른 은어다. ‘공짜 OT’의 준 말로 OT는 연장근무를 칭한다. 보안검색대원들은 12명 씩 한 반을 이룬다. 1호기당 3명, 총 4대를 다룬다. 야간에는 5대가 돌아간다. 3명이 반드시 빈다. 통상 주간 반에서 차출된다. 직원 1명당 한 달 1~2번씩은 차출돼 주·야 24시간 작업에 투입된다.

그런데 수당은 월요일분에만 책정돼있다. 월요일에 ‘OT를 뛴 사람’만 횟수 당 14만 원씩 받을 수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장근무를 해도 수당은 따로 책정되지 않는다. 하 지회장은 “몇 년 전엔 회당 10만원씩 5번을 뛰면 50만원이 명세서에 찍혀나오는 식이었는데 언제부터 바뀌었다. 회사는 연장수당이 기본급에 이미 포함됐다고 해명하는데, 과거에 횟수마다 수당을 준 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공공부문 정규직화 1단계를 마무리 못했다.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하 지회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꿔가기 위해서라도 우정사업본부에 직접고용을 우선 요구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