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전쟁터인데 지상파는…

[원성윤 칼럼]

2018-09-01 13:19       원성윤 더 좋은 문호리책방 사장·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media@mediatoday.co.kr

눈을 뜬다. TV를 켠다. 뉴스를 볼까? 밤사이 사건 사고 뉴스를 본다. 음. 어제도 봤던 거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넷플릭스를 튼다. 두두우웅~! 하는 넷플릭스 시그니처 사운드가 2살 된 아이의 귓전을 파고든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빨간 로고에 동공이 확대된다. 손뼉을 친다. 스쿼트를 하듯 골반이 상하 직립으로 3회 이상 수직 운동을 반복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뽀로로가 나온다는 강력한 신호의 다름 아니다. 로딩을 끝낸 뽀로로가 드디어 나온다. ‘와 뽀로로다’ 인트로 송이 나오자 한 바퀴, 두 바퀴, 턴을 마치고 기립박수를 친다. 대체불가다. 가끔 교육방송 애니메이션도 틀어줘도 보지만 취향이 아니란다. 고개를 휙 돌린다.

유튜브도 빠질 수 없는 육아의 필수품이다. 음식점 유아용 의자에 아이를 앉힌다. 평화는 5분을 채 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을 꺼낸다. 재생 중 5초 광고가 나온다. 자그마한 집게손가락을 꺼내 광고 건너뛰기를 누른다. 건너뛰기를 언제 알아챈거지!

오늘 아침엔 넷플릭스 ‘팔로우 어스 : 우리 지금의 세계’를 봤다. 15분 남짓한 7부작 동영상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음악(ASMR), 간성(Intersex), 극단적 남성 인권운동 활동가, 성매매 여성, 안전 마약시설, 가짜 뉴스 등을 다룬다. 흥미롭게 본 건, 이들의 존재였다. 우리의 방송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인은 바로 너' 제작발표회. 사진=넷플릭스 제공.

간성을 주제로 한 챕터가 그랬다. 간성은 남성과 여성 중간에 있는 성을 뜻한다. 영상에 따르면 간성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1.7%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빨간색 머리카락 색을 가진 숫자와 비슷하다. 독일에선 최근 간성을 가진 사람들이 남성과 여성으로 등록되지 않을 권리를 소송으로 제기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간성인을 위한 제3의 성 항목을 여권과 출생신고서에 두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영상 인터뷰에 등장하는 린은 하드코어 락 밴드의 보컬이다. 굵직하게 내지르는 보컬은 그가 남성임을 대변하는 듯하지만 이내 인터뷰에 나선 목소리는 반대의 성을 끄집어낸다. 린은 2살 때 고환과 난소를 잘라냈다. 그리고 음경을 만드는 7번의 수술을 거쳤다. 또 그 과정에서 의사들로부터 성기를 만지는 등의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불과 15분짜리 동영상을 본 강렬함은 내내 가시지 않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온라인 미디어 버즈피드가 넷플릭스에 공급한 동영상이라니!

지상파 방송사는 고요해 보인다. 여전히 ‘라디오스타’, ‘1박2일’은 장수하고 있다. 드라마는 여전히 띠 편성을 놓치지 않는다. 가을 개편에서 신설되는 프로그램은 제목부터 기시감이 든다. 탐사 저널리즘은 여전히 거대담론만 다룬다. 제작비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뷰에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 숱한 공영방송 파업 당시 노조 사무실 한쪽에 맥을 놓고 부지런히 편집하며 유튜브에 올린 파업뉴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유튜브, 넷플릭스, 팟캐스트는 그저 다른 영역에 불과한 것일까. 지난주 ‘저널리즘J’ 방송이 지적하듯 유튜브는 어느새 우파의 공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상’이 아닌 ‘실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