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된 기사’ 보여주기가 돈이 되는 한국언론

[기자수첩] 세이브뉴스 해프닝과 한국 언론의 민낯

2018-08-28 14:39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기자님 지난 일주일 동안 삭제된 뉴스입니다.”

지난 20일 처음 보는 주소로 메일이 도착했다. 눌러보니 최근 삭제된 기사 리스트가 떠 있었다. 재벌 대기업의 비리, 병역을 앞둔 재벌가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비위생적인 프랜차이즈 식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 제목과 주소가 떴다. 링크를 눌러보면 접속이 안 되거나 삭제된 기사라는 문구가 나왔다. 메일 아래에는 월 3만 원의 구독료를 내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다는 안내가 떴다.

▲ 세이브뉴스가 기자들에게 보낸 구독안내화면 갈무리.
세이브뉴스의 등장에 언론·홍보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한 기업 홍보 관계자는 “홍보 담당자 모임 때마다 세이브뉴스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지워진 기사를 복구한 데 대한 성토가 많았다고 한다. “기사가 오보로 드러났거나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해 내린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살리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한 언론사 광고 관계자는 기업이 반발하는 본질이 “기껏 광고랑 맞바꿔 내린 기사가 다시 떠 버리니 난리 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이브뉴스는 삭제된 기사를 부활시켜 무엇을 하겠다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두 가지 수익모델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기자 대상 구독 모델이다. 세이브뉴스는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월 3만 원의 구독을 권유했는데 기자들에게 지워진 기사 내역이 돈을 내고 볼만한 정보라는 의미가 된다. 정보를 얻은 기자는 기업이 예민해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고, 같은 내용의 기사를 쓰면 기업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진짜 수익모델은 따로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세이브뉴스가 기업을 상대로 언론과 똑같이 거래하는 방식이다. 지워진 기사를 세이브뉴스 리스트에 띄우고 기업이 기사를 빼 달라고 요청하면 거래는 성사된다. 기업과 제휴를 맺고 특정 기업 관련 기사 리스트는 띄우지 않는 식으로 영업할 수도 있다.

28일 현재 세이브뉴스는 접속이 차단됐다. 세이브뉴스가 저작권 위반,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누군가가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세이브뉴스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 세이브뉴스 사이트에 접속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차단됐다는 문구가 뜬다.
그런데 세이브뉴스는 비난 받고 차단 당할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것일까. 지워진 기사를 드러내며 돈을 벌겠다는 세이브뉴스의 전략이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재료를 준 건 기업과 언론이다.

기사를 매개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한국 언론의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금도 포털 곳곳에서 기사가 조금씩 수정되거나 삭제되고 있다. 유력 광고주인 재벌 회장의 이름이 빠지고, 회사 이름이 빠지고, 기업에 대한 비판 기사가 사라지고 있다. 광고를 노리고 기업에 예민한 기사를 쓴 다음 거래 전화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세이브뉴스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있는 사실을 박제했을 뿐이다. 이번 해프닝은 한국 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