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52시간’ 첫 월급 받아보니 “임금 쇼크”

임금 대비 수당 큰 탓에 100만원 적은 월급에 충격… “방송 특성상 대휴도 제대로 못 쓰고 있어”

2018-08-29 11:04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주 52시간 근무제, 저희 JTBC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금년부터 시행하는 방송은 JTBC 혼자입니다.”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은 지난 28일 ‘JTBC 뉴스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인터뷰하며 이처럼 말했다. 

KBS·MBC·SBS 등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1년 유예된 방송사와 달리 JTBC는 금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고 있다. JTBC 기자들 원소속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신문사 중앙일보이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첫 달인 7월분 임금이 논란이다. 중앙일보·JTBC 기자들 월급이 크게 줄었다. 특히 JTBC 기자들 타격이 컸다. 전달보다 100만원 적게 통장에 찍혔다. 월급에서 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서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지난 2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인터뷰하며 “주 52시간 근무제는 저희 JTBC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 후 첫 월급을 받아본 기자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사진=JTBC
사내에서는 “8월의 월급 쇼크”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자들은 “노동자의 가치는 임금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며 “한 달 내내 현장을 뛰었는데 내 노동 가치가 이 정도라니 너무 모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본급이 낮은 저연차 기자나 일부 경력 기자들은 “생활비가 부족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일보·JTBC 노조에 따르면 중앙일보 임금에서 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30~35% 수준이다. 그만큼 기본연봉 비율이 적다.

한 저연차 기자는 “입사 이후 월급이 한 번도 안 올랐는데 여기에 수당 빠지고 세금과 보험·협회비 등을 공제하면 손에 쥐는 월급은 국립대 한 학기 등록금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JTBC 기자는 “개인 연봉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급의 3분의 1 정도가 수당이었던 기자들도 나를 포함해 상당수인데 그간 내오던 대출금과 생활비를 빼면 남는 돈이 마이너스”라고 개탄했다.

중앙일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휴일근로 수당 등이 빠졌다. 빠진 만큼 월급 통장은 얇아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일자로 중앙일보 기자 14명이 JTBC 발령으로 한꺼번에 자리를 옮겨 편집국 사기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10년 넘게 일하며 월급에서 기본급, 시야수당, 휴일근로 수당이 얼마라고 딱 잘라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번 월급을 보니 ‘휴일에 일하지 않는 기자’의 근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다”며 “그간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는데 지금은 내 직업에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는 “대한민국 월급쟁이 평균 월급이 288만원이라는데 내 월급과 크게 차이 안 난다”며 “기자는 품질 80%의 기사를 99%로 끌어올리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려고만 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왜 어떻게든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제살 깎아가며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평균 정도로만 일하면 되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 중앙일보·JTBC 노조가 지난 27일 발행한 노보.
노조는 “휴일 수당은 수당대로 못 받고 대휴는 대휴대로 못 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보도국(JTBC)은 새벽 시간부터 태풍으로 인한 방송 특보가 이어지면서 초과근로는 물론 대휴를 쓰기로 했던 조합원들도 대부분 출근했다”고 지적했다. JTBC의 한 기자는 “일이 터지면 기자로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게 우선이지만 못 쓴 대휴가 쌓여 안식월을 가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주 52시간제가 지켜지기 어렵다면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 기자들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설명회를 열고 “주 52시간 준수를 원칙으로 운영하겠지만 지식 근로자인 기자의 직무 특성상 근로시간 및 형태를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조합원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재량근로제 도입을 전제로 가칭 제작수당 설계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량근로시간제는 실제 노동 시간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고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가 서면 합의로 정한 노동 시간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JTBC의 한 기자는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렵다고 ‘평생 무한 초과 근로’를 약정하는 것 같은 재량근로제 아니면 답 없다고 말하는 건 너무 ‘모 아니면 도’식 해법 아니냐”고 회사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