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빅데이터면 다 되나 “4차혁명 눈먼돈”

내년 R&D 예산 큰폭 올려…부처들 너도나도 4차혁명 예산잔치 “실체 모호한 분야에 너무 유행처럼 몰려”

2018-08-29 22:13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2019년도 정부 R&D(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올랐으나 이 중에 AI, 드론, 빅데이터 등을 갖다 붙인 모호한 예산이 신규편성되거나 증액돼 자칫 눈먼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정부예산 471조 예산 가운데 일자리 창출 다음으로 중점을 둔 투자분야는 혁신성장이었다. 기재부는 정부 R&D(연구개발) 예산은 올해 19조7000억 원에서 내년에 20조4000억 원으로 7000원 원 증액했다. 데이터 구축·AI(인공지능)·수소경제 등 플랫폼 경제구현에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고 자율차 드론 등 8대 핵심 선도분야에 3조6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업 수요의 기반인 4차 산업혁명 핵심인재 2만명을 양성한다고도 했다.

R&D와 혁신성장 및 4차산업혁명 예산을 주로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점 투자 대상은 AI와 4차 산업혁명 생태계였다.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 핵심기술과 데이터 거래 저장, 거래의 보안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에 지원과 AI 스타트업 등에 AI 개발 인프라를 지원하는 기존 ‘AI허브’를 확대한 ‘AI오픈랩’ 지원도 강화한다.

과기정통부의 신규사업 가운데엔 상당수가 AI와 드론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예산들이다.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에 50억 원을 배정했다.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며 3년 간 정부출연금 277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엔 18억7500만 원이 편성됐다. 의사·연구자·기업 간 협업연구를 통해 의료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4년간 정부 출연금이 모두 263억 원이 들어간다. 자율주행 솔루션 및 서비스 플랫폼 기술개발사업도 38억 원이 책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자율주행차 분야 핵심 기술 개발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라 강조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에는 826억원이 반영됐다. 우리나라 ICT 전공 석박사생을 4차 산업혁명 선진국의 현장중심 연구개발 과제에 투입해 인재확보를 한다는 ‘글로벌 핵심 인재 양성’에 100억 원이 투입된다. 이밖에도 ICT혁신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43억 원), ICT R&D 혁신 바우처 사업(40억 원)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신규예산이다.

인공지능 융합 선도 프로젝트(49억9700만 원), 인공지능 핵심 고급 인재양성(30억 원), 인공지능추적식별시스템(80억 원) 등 AI 예산도 반영됐다.

이 같은 AI 드론 등 4차산업혁명용 예산은 과기정통부 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다수 편성했다.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과 국군의 만남-‘드론봇(드론+로봇) 전투단 출범”이라고 홍보하면서 ’드론봇 전투발전실험‘에 69억300만원을 배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이 창업·경영 등에 필요한 정보를 AI 챗봇을 통해 모바일로 제공할 수 있는 지원 플랫폼 구축에 20억 원을 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인 개인의 디지털 인체정보를 통해 새로운 인간 빅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면서 15억4400만 원을 편성했다. 경찰청은 드론으로 실종자를 수색한다면서 40억3400만원을 배정해 올해보다 약 32배가량 증액했다. 환경부는 드론을 이용해 미세먼지 배출원을 추적 관리하기 위해 20억9800만원을 편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 국어 빅데이터 구축하는 ’한국어 인공지능 딥러닝 개발‘ 사업에 204억1400만원을 배정해 올해보다 192억5700만 원(1664.3%)을 늘렸다.

▲ 지난 5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이 바꾸는 우리의 미래 세미나에서 장석영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이 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영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출연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모호한 분야에 국가예산을 너무 유행만 좇아 무분별하게 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응용수학 분야 연구자인 최연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은 29일 “R&D 예산을 늘린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AI, 빅데이터, 딥러닝 등 4차 산업혁명 등을 너무 유행으로만 접근한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최연택 정책위원장은 “AI의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기능은 실제 산업화에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적용도 되지만, 어떤 원천기술을 의제화할지, 실생활과 국민생활의 도구로서 어떻게 응용연구할지 여전히 막연한하다”며 “빅데이터 역시 정의되지 않은 막연한 데이터와 혼동해 쓰인다. 모호함이 많은데도 빅데이터면 4차 산업혁명인 것처럼 부풀리고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최 위원장은 “AI와 빅데이터만 있으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모든 게 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이는 지나친 환상이다. 이런 곳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다 눈먼 돈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 지난 6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열린 SK텔레콤 기자간담회에서 정무경 SK텔레콤 머신러닝인프라랩장이 'AI 가속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